안성 교량 붕괴사고, 안전장치 86% 빠져…책임자 5명 구속영장
지난 2월 4명의 사망자를 낸 안성 교량 붕괴 사고와 관련해 경찰과 노동 당국도 총체적인 관리 부실이 드러난 ‘인재(人災)’로 판단했다.
경기남부경찰청 안성 청용천교 붕괴사고 수사전담팀과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은 8일 중간 수사 결과 브리핑을 통해 사고 책임자 5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대상자는 하청업체 현장소장 A씨와 시공사 현장소장·공사팀장인 B씨와 C씨, 발주처 주감독관·감독관인 D, E씨 등 5명이다. 현재까지 이 사고와 관련해 입건된 인물은 총 9명이다.
사고 원인으로 빔런처(거더 운반 장비)의 무리한 후방 이동과 전도방지 시설 임의 제거를 꼽았다.
이는 지난달 19일 국토교통부 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의 조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사고는 빔런처가 265m 길이의 청용천교의 세종 방향으로 거치가 된 상태에서 거더 위를 밟으며 역방향(포천 방향)으로 이동한 게 원인이 됐다.
무게 약 400t에 달하는 빔런처의 후방 이동으로 인해 4개 경간(교각과 교각 사이)의 거더 24개가 무너져 내렸다.
안 그래도 불안정한 거더에 편심 하중이 일어난 데다 스크류잭, 와이어로프 등 전도방지 설비가 임의로 제거됐던 게 사고 위험을 키운 것으로 조사됐다.
스크류잭은 교량 공사 시 하중을 지지하는 나사식 리프팅 장치다.
사고가 발생하기 한달 전인 지난 1월 17일 3개 경간에 설치된 스크류잭 84개 중 72개(85.7%)가 불규칙적으로 철거됐다.
향후 하행선 공사에 기존에 설치된 스크류잭을 재사용한다는 내부 결정에 따른 결정이었으며, 해체 39일 만에 사고가 발생했다.
또한 강철 철사를 여러 겹 합쳐 꼬아 만든 와이어로프나 지지목도 현장 용접 등 작업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제거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전도방지 시설이 해체된 상태로 빔런처를 후방으로 뺀 것이 화근이 됐다. 이 과정에서 안전 사항을 점검해야 할 의무가 있는 관리·감독자들은 제대로 점검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빔런처를 전진 가설 방향 쪽으로 빼내 해체하는 게 원칙상 맞지만, 후방 이동 방식에 비해 오래 걸리는 데다 비용도 많이 들기에 후방 이동을 택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사고 현장은 시공사가 먼저 검측한 뒤 감독관이 확인하는 ‘상시 검측’ 방식으로 운영됐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경찰 관계자는 “책임 있는 관리·감독자들이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다면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던 전형적인 인재에 해당된다고 판단해 신병 처리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한편 안성 교량 붕괴사고는 지난 2월 25일 오전 9시 49분께 안성시 서운면 고속국도 제29호선 9공구 청용천교 거더 위에서 발생해 4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경찰과 국토부 등 관계 당국은 빔런처가 후방으로 이동하던 중 거더와 함께 전도하면서 발생한 사고로, 총체적인 관리,감독 부실에 따른 ‘인재(人災)’로 판단했다.
노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