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묻다… DMZ Docs 특별전 ‘자연의 얼굴’

2025-09-15     이준도
이장욱 감독의 ‘창경’과 함께 전시된 부식 중인 나뭇잎과 필름들. 이준도기자

형식을 벗어나 영상 설치 형태로 다큐멘터리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전시가 김포에서 열리고 있다.

제17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DMZ Docs)는 김포문화재단과 함께 다음 달 12일까지 애기봉 평화생태공원 전시관에서 3회 비(非) 극장 상영 프로그램 ‘자연의 얼굴’을 개최한다.

올해 3회를 맞이한 비(非) 극장 상영 프로그램은 기존의 영화 상영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영상 설치와 전시를 통해 다큐멘터리 작품에 관객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지난 개최 장소였던 파주 캠프그리브스와 고양 레이킨스몰에 이어 올해는 김포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애기봉 평화생태공원에서 ‘자연의 얼굴’을 주제로 상영을 이어간다.

‘자연의 얼굴’은 인간과 비인간 존재의 상호작용을 복원하고,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탐구하는 시각 예술가들의 작업 결과물을 소개한다.

프로그램에서는 ▶이장욱 감독의 ‘창경’ ▶마리아 에스텔라 파이소 감독의 ‘물에 빠져 죽지는 않을 거야’ ▶설수안 감독의 ‘씨갑시’ ▶플로리안 피셔, 요하네스 크렐 감독의 ‘통과의례’ ▶케빈 제롬 에버슨 감독의 ‘태양이 삼켜질 때’ 총 5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이장욱 감독의 ‘창경’은 일제강점기 창경궁에 있었던 동물원에 관한 기록이다. 소수의 스태프와 협업해 완성한 작품은 식민 지배 아래 잊힌 희생자를 조명한다. 광복 직전 독약을 먹고 죽어간 동물들의 모습을 발광하는 나뭇잎에서 찾아가는 이야기는 자연과 생물, 역사 속 어느 장면을 아울러 추모한다. 또 부패가 진행 중인 나뭇잎과 필름, 참고 자료로 활용한 기록물도 함께 전시한다.

필리핀의 영화감독 마리아 에스텔라 파이소는 유년의 기억과 국가의 정경(情景)을 병치해 고립과 저항을 표현한 ‘물에 빠져 죽지는 않을 거야’를 선보인다. 중국에서는 ‘남중국해’, 필리핀에서는 ‘서필리핀해’라고 부르는 지역에서 원주민의 삶과 해양을 파괴하는 분쟁을 다루는 작품은 ‘반어반인’의 모습을 한 두 인물을 통해 개인의 기억과 필리핀의 현재를 전한다.
 

설수안 감독의 ‘씨갑시’ 중. 이준도기자

이어지는 작품 설수안 감독의 ‘씨갑시’는 2채널 영상을 통해 대화적 관계를 이루는 방식이 돋보인다. ‘씨갑시’는 강원·경상·전라·충청 등 지역에서 씨앗을 이르는 말로 다수의 씨앗을 보유한 농부를 ‘씨갑시 할머니·할아버지’라고 부르기도 한다. 작품은 설 감독이 만난 씨갑시 노인들인 윤규상·오세봉·장귀덕이 여러 씨앗을 채취하는 모습을 통해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를 보여준다.

플로리안 피셔, 요하네스 크렐 감독이 함께 작업한 ‘여행자들’은 은유를 통해 숲의 생애를 그려낸다. 시적인 여러 이미지를 활용해 단순하고 원시적으로 숲의 모습을 대비하는 작품은 아름다우면서도 냉정한 자연 생태계를 표현하기도 하고, 다차원적인 시각으로 자연을 바라보는 방법을 제시한다.
 

케빈 제롬 에버슨 감독의 ‘태양이 삼켜질 때’ 중. 이준도기자

거대한 화면으로 관람객을 맞는 ‘태양이 삼켜질 때’는 케빈 제롬 에버슨 감독의 일식과 월식 관련 시리즈 중 최신작이다. 2024년 북미 각지에서 일어난 개기일식을 슈퍼 8과 16mm 필름으로 촬영해 지구, 달, 태양이 일렬로 배열되는 현상을 추적한다. 이어지는 정적인 장면에서 느린 속도로 그림자 안으로 사라지는 태양의 관찰을 통해 현실과 일상을 고양시킨다.

한편 ‘자연의 얼굴’은 고양 예술창작공간 새들에서도 오는 17일까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번 프로그램은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애기봉 평화생태공원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예약 후 모바일 티켓 발권과 통제초소 신원 확인 후 입장할 수 있다. 프로그램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애기봉 평화생태공원(031-999-3949)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준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