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30년, 의정부 미래 30년] ‘북부 문화수도’ 도약 노리는 의정부
의정부시가 ‘경기북부 문화수도’ 도약을 목표로 본격적인 문화혁신에 나섰다. 도시 정체성과 생활문화, 산업 생태계를 아우르는 ‘문화도시 로드맵’을 가동, 일상 속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시민 중심도시로 전환한다.
김동근 의정부시장은 16일 의정부문화역 이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시 정체성 강화 ▶문화 접근성 확대 ▶문화 기반 산업 확장이라는 3대 전략·12개 실행 과제를 제시하며, 도시 구조 전반을 문화적으로 재편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지난 2022년 경기 북부 최초 ‘법정 문화도시’로 지정된 의정부는 조선시대 국가행정의 중심 지명을 간직한 도시로, 뿌리 깊은 역사성과 젊은 세대의 문화 소비가 공존하는 특성을 지닌다. 이번 로드맵은 이러한 지역적 강점을 문화콘텐츠로 풀어내고, 시민이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문화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김동근 시장은 “경제가 도시의 기반이라면, 문화는 도시의 품격과 삶의 방식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라며 “의정부를 경기 북부의 문화수도로 도약시켜 시민 자부심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도시의 역사성을 브랜드로…의정부만의 문화정체성 구축
의정부시가 첫 번째로 제시한 전략은 ‘정체성 기반 도시 브랜드 확립’이다. 도시의 역사와 스토리를 문화콘텐츠로 녹여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대표 사례로는 ‘태조·태종 의정부 행차’ 재현행사와 ‘태조 어진’ 복원 프로젝트가 있다. 조선시대 두 왕이 의정부에 행차했던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기획된 이 행사는 전국 유일의 프로젝트로, 오는 28일 열리는 회룡 문화제에서 시민 1천여 명이 참여해 대규모 재현행사를 진행한다.
‘태조 어진’ 제작 사업은 ‘의정부’라는 지명의 유래를 시각적 상징으로 구체화하는 작업으로, 전문가 고증을 거쳐 정밀하게 복원된다. 이를 통해 의정부시의 도시 브랜드 가치를 한층 높이고, 시민 정체성 회복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지역 아카이빙 공간인 ‘공공 플랫폼’ 개관을 통해 시민들과 함께 과거의 기억을 수집하고, 미래 세대에 전승하는 열린 문화공간을 조성할 예정이다. 또 시는 용현 산단을 문화와 여가가 공존하는 복합문화지구로 조성하고, 세계 종교·음악축제를 유치하는 등 글로벌 문화도시로서의 입지도 넓혀갈 계획이다.
일상 가까이에 문화가 있는 삶…‘15분 문화생활권’ 확대
두 번째 전략은 문화 접근성의 획기적 확대다. ‘누구나 언제든 문화예술을 누리는 도시’를 지향하며, 시민 삶의 반경 안으로 문화를 끌어들이는 것이 핵심이다.
우선, 15분 내 문화생활권 실현을 위해 ▶의정부시립백영수미술관 건립 ▶신상호갤러리 조성 ▶의정부문화원 신축 이전 등이 추진된다. 특히, 의정부문화역 이음과 민간 공유공간 ‘사이 공간’을 연계해 문화생태계 확장을 도모하고, 생활권 내에서도 시민이 자연스럽게 문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한다.
시민참여형 프로그램도 강화된다. ▶100만 원 실험실 ▶정책 페스타 ▶빼뻘마을 프로젝트 등은 시민이 직접 문화기획자로 참여하는 구조로 운영되며, 이는 문화자치의 기반을 다지는 시도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프로그램 중 하나인 ‘별을 품은 요가’는 송산사지 근린공원과 연계돼, 여가와 건강을 아우르는 시민 참여형 프로젝트로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디지털 접근성도 강화됐다. 지난 3월 개설된 ‘문화도시 의정부 온라인 플랫폼’은 지역 문화 콘텐츠를 총망라해 시민 누구나 쉽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공연, 전시, 영상기록 등은 물론, 정책자료와 시민 창작 콘텐츠도 포괄해 디지털 문화 광장으로 기능한다.
이밖에도 ▶호호당 2호점 ▶모두의 운동장 ▶가재울도서관 및 미술·디자인 특화 도서관 등 복지-문화 융합시설을 통해 문화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는 전략이 병행된다.
콘텐츠로 산업을 살리다…문화 기반 도시경제 재편
세 번째 전략은 문화의 확장성을 활용해 도시경제로 연결하는 ‘문화 기반 산업 생태계’ 조성이다. 핵심은 ‘문화관광’과 ‘콘텐츠 창업’이다. 이를 위해 시는 ▶의정부문화관광재단 출범 ▶의정부형 문화산업 스타트업 지원 ▶CRC 디자인클러스터 조성 등을 순차적으로 추진한다.
오는 연말 출범 예정인 의정부문화관광재단은 지역 문화 자원의 브랜드화와 관광 상품화를 전담할 기관이다. 특히 체류형 관광 전략을 강화해, 당일 위주의 관광 구조를 개선하고 도시 매력을 확장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콘텐츠 산업 육성을 위한 ‘의정부형 스타트업’ 정책도 눈길을 끈다. 지역 예술인과의 협업 기반 창업 지원, 제작-유통-판매 전 주기 지원, 상설 아트마켓 운영 등을 통해 청년 예술인들의 정착과 자생력을 유도한다.
지역축제도 전략적으로 재편된다. ‘의정부 하루 여행’, ‘블랙 뮤직 페스티벌(BMF)’, ‘의정부형 로컬페스타’ 등 차별화된 테마 콘텐츠를 통해 상권과의 연계를 강화하며, 축제를 통한 도시경제 활성화를 도모한다. 의정부 재개장한 ‘아일랜드캐슬’은 복합문화·체육·컨벤션 기능을 갖춘 핵심 거점으로, 의정부의 체류형 관광 전환을 이끄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문화산업의 미래축으로 떠오르는 ‘CRC 디자인클러스터’ 조성도 본격화된다. 미군 반환 공여지를 창의 산업 기반의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이 프로젝트는 미디어콘텐츠, 디자인, AI 산업이 융합되는 북부권 신성장 거점으로 주목받는다.
김동근 시장은 “도시는 더 이상 산업이나 인프라만으로 경쟁하지 않는다”며 “문화가 도시의 미래를 결정하는 이 시대에, 의정부가 문화로 성장하는 자족도시로 도약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박홍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