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조 어진부터 태종 행차까지…김동근 의정부시장 “군사도시 넘어, 문화도시로 도약”

2025-09-23     김창학·박홍기
김동근 의정부시장이 23일 오후 의정부문화역-이음 이음갤러리에서 열린 ‘태조 이성계 어진 제작 발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박홍기 기자

‘군사도시’로 불렸던 의정부가 620년 전 조선 건국의 역사와 왕의 도시라는 정체성을 되살리며, 문화도시로의 대전환을 선언하고 있다. ‘태조 이성계 어진 제작’과 ‘태조·태종 의정부 행차’를 중심으로 새로운 도시 비전을 선보인다.

시는 23일 오후 의정부문화역-이음 갤러리에서 ‘태조 이성계 어진 제작 발표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김동근 의정부시장을 비롯한 의정부시의원들과 시민 등 70여 명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어 28일에는 제40회 회룡문화제의 하이라이트로 ‘태조·태종 의정부 행차’가 펼쳐진다.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의정부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기반으로 한 장기 도시 프로젝트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김동근 의정부시장을 만나 이번 행사의 의미와 비전을 들어봤다.

(앞줄 오른쪽부터) 의정부시의회 김현채, 권안나, 이계옥, (김동근 시장), 정미영, 최정희 의원이 23일 오후 의정부문화역-이음 이음갤러리에서 열린 ‘태조 이성계 어진 제작 발표회’에서 영상을 보고 있다. 사진=박홍기 기자

다음은 김동근 시장과의 일문 일답.

- 올해 회룡문화제에서 ‘태조·태종 의정부행차’는 축제의 백미이자, 의정부가 지향하는 문화도시 비전의 상징으로 기획됐다. 그 배경은.
620년 만에 되살리는 이번 행차는 의정부의 역사적 정체성을 복원하는 상징적 장면이다. 의정부는 조선 초 국정을 논의했던 도시이고, 태조와 태종이 만났던 전좌마을, 태조와 무학대사의 회룡사 설화 등 풍부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는 군사도시 이미지가 더 강했다. 이번 재현은 그 이미지를 넘어, 역사문화를 기반으로 미래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 의정부를 ‘왕의 도시’라 칭하기도 한다. 어떤 의미인가.
‘조선왕조실록’에는 태조 13회(숙박, 사냥, 강무, 경유), 태종 17회(태상왕 맞이, 사냥, 강무), 세종 13회(강무, 사냥), 단종 1회(사냥구경), 세조 10회(사냥, 강무) 등 총 54회 임금이 의정부를 찾았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러한 빈번한 행차는 의정부가 왕과 깊은 인연을 맺은 도시임을 보여주며, 이번 재현 행사는 의정부가 진정한 ‘왕의 도시’라는 정체성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 역사적 고증도 강조했는데.
이번 행차는 ‘태종실록’ 기록을 바탕으로, 전문가 자문과 학술회의를 거쳐 경로와 의식 등을 철저히 고증했다. 세종 시기 관제와 복식이 확정되기 전이라는 특성을 반영해 고려 말~조선 초의 복식을 적용했다. 이는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전국 최초의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 두 왕의 화해라는 스토리가 강조된다.
함흥차사로 대표되는 갈등을 넘어, 태조와 태종이 의정부에서 화해와 통합을 이뤘다는 점이 핵심이다. 설화 속 갈등 장면과 어보 전달 장면을 극적으로 재현하고, ‘태종실록’에 기록된 헌수례까지 무대 위에 올려 시민들에게 진정한 화해의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 이번 행사가 시민 주도로 진행된다는 점도 독특하다.
태조와 태종의 배역은 배우 김승수와 정의갑이 맡지만, 원경왕후·양녕대군·태조의 최측근과 태종의 주요 대신 등 핵심 인물들은 시민 오디션으로 선발됐다. 이번 공모에는 88명이 응모했고, 최종 오디션을 통해 22명의 주요 배역이 확정된다. 왕실 행차에는 총 560명이 참여한다. 이 가운데 350명은 시민 공모로 뽑혔으며, 여기에 전문 배우 150명과 취타대 60명이 합류해 시민이 중심이 되는 행렬을 이끈다. 또 각 동 주민 400여 명이 깃발을 들고 후미에 합류해 목적지까지 함께 행진한다. 이번처럼 1천 명 규모의 인원이 참여하는 대규모 시민 주도 왕실 행차는 전국 최초의 시도로, ‘시민이 만들어가는 역사 재현’의 모범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의정부시가 이번 행사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군사도시 이미지를 벗고, 역사와 문화를 기반으로 한 문화도시로 도약하는 것이다. 이번 재현은 북부 문화수도로 나아가는 첫걸음이자, 시민들이 의정부의 역사를 자랑스러워하며 하나로 뭉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시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축제가 결국 도시의 미래를 바꾸는 힘이 될 거라 확신한다.

김창학·박홍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