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철환칼럼] 대출금 중도상환수수료는 이자인가?
“대출금을 약정한 변제기 전에 변제하게 되었는데 대여회사의 조기상환 수수료가 너무 비싸 억울합니다. 이자 제한법상의 이율로 제한할 수는 없을까요?”
민원인은 분양사업을 위하여 투자자문사 A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 B로부터 68억 원을 대출받기로 하는 대출약정을 체결하였다. 동시에 최초 대출일로부터 12개월이 경과하기전 조기상환하는 경우 조기상환금액의 1%를 중도상환수수료로 지급하기로 정하였다. B는 민원인에게 위 대출금에서 선이자와 각종 수수료 등을 공제한 약 55억 원만을 지급하였는데, 민원인은 B에게 대출일로부터 12개월이 경과하기 전에 대출금 68억 원을 전부 상환하면서 중도상환수수료로 약 2천880만 원을 지급하였다.
민원인은 B를 상대로 이자제한법상 최고이자율을 적용한 이자를 초과하여 받은 돈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고 C(A의 상무)와 A를 상대로 이자제한법 위반행위에 가담한 불법행위책임 및 사용자책임을 원인으로 하여 같은 금액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다.
위 사건의 쟁점은 중도상환수수료가 이자제한법상 간주이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제 1, 2심 법원은 위 사안에 관하여 중도상환수수료는 대출 약정의 대가이므로 이자제한법상 간주이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 2025년 9월 18일 선고 2023다221885호 전원합의체 판결은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요지는 중도상환수수료 약정은 채무자의 기한전 변제로 발생하는 채권자의 손해를 보전하기 위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일뿐 본래적 의미의 금전대차 대가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이자제한법에 따른 간주이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구체적 이유는 다음과 같다.
“민법 제153조 제2항은 ‘기한의 이익은 이를 포기할 수 있다. 그러나 상대방의 이익을 해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민법 제468조는 ‘당사자의 특별한 의사표시가 없으면 변제기 전이라도 채무자는 변제할 수 있다. 그러나 상대방의 손해는 배상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한다.
중도상환수수료는 금전대차에서 채무자가 대여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변제기보다 일찍 상환할 경우 부담하는 수수료로서 채무자의 기한전 변제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지급되는 돈이다. 채무자가 중도상환으로 채권자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는지는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채권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그 손해액이 언제나 중도상환 시점으로부터 변제기까지의 약정이자와 일치한다고 말할 수 없고, 대여금의 조달비용, 약정이율과 변제기를 정한 경위, 중도상환금의 재운용 가능성 및 그 이익 등을 고려하여 산정하여야 한다. 중도상환수수료 약정은 이러한 손해 및 손해배상의 예정으로서 중도상환수수료를 본래적 의미의 금전대차의 대가로 보기는 어렵다. 중도상환수수료가 간주이자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는 이와 같은 중도상환수수료의 법적 성격과 경제적 성질을 고려하여야 한다.
중도상환수수료가 이자제한법 제4조 제1항에 따른 간주이자에 해당할 경우 여기에는 이자제한법 제2조 제1항에서 정한 최고이자율에 적용된다. 그런데 이자제한법 제8조 제1항은 ‘제2조 제1항에서 정한 최고이자율을 초과하여 이자를 받은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한다. 이와 같이 중도상환수수료가 이자제한법상 간주이자에 해당하는지는 형사 처벌로 직결되는 문제이다. 그러므로 위와 같이 기한전 변제로 인한 손해배상금의 성격을 가지는 중도상환수수료가 금전대차의 대가의 성격을 가지는 간주이자에 해당하는지는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이자제한법 제6조는 ‘법원은 당사자가 금전을 목적으로 한 채무불이행에 관하여 예정한 배상액을 부당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상당한 액까지 이를 감액할 수 있다’라고 규정함으로써 부당하게 과다한 중도상환수수료의 직권감액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자제한법 제4조 제1항의 해석상 중도상환수수료를 간주이자에 포함시키지 않아도 채무자는 부당하게 과다한 중도상환수수료로부터 충분히 보호될 수 있다. 대부업법 적용사안에서 중도상환수수료가 대부업법 제8조 제2항의 간주이자에 해당한다는 판례는 여러 측면에서 이자제한법과 구별된다.”
살피건대, 이자제한법 입법취지는 단순히 이자율의 상환선을 정하는데 그치지 않고 간주이자(현재 연 20%)와 같은 규정을 통해 이자제한법의 맹점을 회피하려는 편법적인 행위까지 막기 위함이다.
그러기에 이자제한법은 서민들의 삶을 보호하고 건전한 금융거래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필수적인 사회안전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채무자가 이자제한법 제6조에 따라 법원이 손해배상예정액이 과다할 경우 감액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법원에서 구제받는 과정에서 비용이 들고 시간이 걸리며, ‘과다할 경우’라는 규정은 불확정 개념이어서 서민으로서는 즉각적인 법의 보호를 받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
그런 점에서 민원인 등은 위 대법원 판결에 대하여 아쉬움이 있을 것이므로, 법원은 향후 구체적 사정에 따라서 손해배상액 감액을 적극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
위철환 전 대한변호사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