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만필]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잘 다듬어진 세상을 위해
‘날마다 새롭게 자신을 갈고 닦음’이라는 뜻을 지닌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은 중국 두번째 왕조인 은나라의 시조 탕왕이 세숫대야에 ‘순일신 일일신 우일신(荀日新 日日新 又日新).’ 즉, “진실로 나날이 새로워지고 하루하루 새로워지며, 또 날로 새로워지라”라고 새겨서 개국할 때의 첫 마음을 일깨우던 문구이다.
국가 경영도 마찬가지다. 특히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위정자(爲政者)가 매일 게으름을 피우면서, 매번 반복되는 잘못된 행동을 고치지 않고서는 변화와 발전은커녕 퇴보할 수밖에 없다.
지난 3년이 그러한 시기였다. 오랜 시간동안 공들여 만들어 온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사회 전반의 시스템이 어긋나기 시작했고, 작년 12월에 있었던 불법적인 비상계엄은 대한민국이 지금껏 쌓아왔던 모든 것을 송두리째 무너뜨릴 뻔 했다.
다행히 광장을 가득 채운 빛과 함성이 불법 계엄을 막고 새로운 시작을 만들어 내었다. 그리고 국민주권정부가 들어선 지 100일이 지났다.
비록 인수위원회도 없이 출범한 정부였지만, 무너진 나라를 기초부터 다시 닦아세운다는 마음으로 정부와 국민이 1분 1초를 아껴가며 함께 힘을 모아 온 나날이었다. 그 결과 흐트러진 모든 것들이 다시 하나둘씩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산업 생산, 소비, 투자 지표가 모두 오르는 ‘트리플 증가’를 2년 5개월 만에 기록했고, 8월의 소비자 심리지수는 7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또한 9월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기업경기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전월보다 0.6포인트 오른 91.6을 기록해 비상계엄 직전인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고금리와 고물가, 경기 둔화라는 복합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세운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가 빛을 발하고, 이를 통한 신속한 추경 편성과 민생회복 소비쿠폰 등이 마중물 역할을 한 결과일 것이다.
같은 기간, 오래도록 제자리 걸음만 했던 코스피 지수도 연일 최고치를 경신해 나갔다.
6월 20일 2021년 12월 28일 이후 3년 반 만에 코스피가 3천대를 돌파했고, 연고점을 지속적으로 갈아치우며 현재는 3천400선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2007년 코스피가 처음으로 2천 포인트를 돌파한 이래, 이른바 ‘박스피의 저주’라고 불리우며 제자리걸음만 거듭하던 우리 증시가 이렇듯 변모하게 된 것은 여러 요인들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기도 하겠지만, 새 정부에서 국내 증시 부양을 위해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한 노력이 쌓여 이뤄진 것일 테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상법 개정이다. 7월 3일 이사의 충실 의무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1차 상법 개정안이, 8월 25일에는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사에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을 1명에서 2명으로 확대하는 2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또한 2011년 이명박 정부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가 폐지된 이후 자사주가 사주의 지배력을 확대하는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지적에 따라 자사주 소각 내용을 담은 3차 상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이 외에도 많은 분야에서 새롭게 변모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정권에서 두 번이나 거부권에 막혀 무산되었던 노조법 2, 3조를 개정한 일명, 노란봉투법이 통과됐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자의 파업권 보장, 간접고용 노동자의 권리 확대, 손배가압류 남용 방지 등을 담은 것으로 노사 상생협력법이자 산재예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1948년 설립 이래 정치 개입, 선택적 기소, 피의사실 공표 등 무소불위의 권력을 남용해 왔던 검찰청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다.
매서운 겨울 추위를 지나 뜨거운 여름마저 건너 어느 덧 추석이다. 한해동안 고생한 농부의 땀이 알알이 여문 곡식과 토실토실 영근 과일로 보상받는 것처럼, 잘 다듬어진 세상을 만들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겨울과 여름을 보낸 우리 국민들에게도 하루하루 새로운 보상과 선물이 이어질 것이라 믿는다. 독자제현 여러분들이 모두 즐거운 한가위 보내시길 바란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