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은둔 청년 방문을 열다] "넘어져도 괜찮아"… 자전거 달리며 찾은 희망

④함께 운동해 체력·자신감 회복

2025-09-30     신연경

고립·은둔청년(이하 위기청년)의 자립이행은 ‘재고립’으로 돌아가는 것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주변에 조력자가 없는 위기청년들은 지원사업이 중단되면 기존 생활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많은 공공·민간 지원사업들이 초기발굴과 상담에 집중하거나, 앞 단계를 건너뛰고 취업 연계에만 집중해 부작용을 겪었다.

위기청년들에게는 이렇듯 분절된 단기간의 지원이 아닌, 고립에서 벗어나 관계를 맺고 자신의 적성과 진로를 찾아가는 단계를 지켜보는 ‘기다림’이 필요하다. 중부일보는 긴 호흡으로 자립을 향해 나아가는 위기청년들의 곁에서 이들의 변화과정을 함께 하고자 한다.

성남시에 위치한 사회적협동조합 일하는학교와 중부일보의 협업 프로그램 ‘모멘텀’에 참여하는 청년이 성남시 탄천 일대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다. 사진=일하는학교

“균형 잡고 힘 있게 페달을 굴리려면 다리 힘을 키워야겠어요. 바람도 시원하고 속도가 붙으니까 재미있어요.”

지난 16일 오후 2시께 복정역에서 공공자전거를 빌려 태평역 방향으로 성남시 탄천을 따라 4㎞를 달린 김진경(가명) 씨는 잠시 쉬는 시간 숨을 돌리며 이같이 말했다.

사회적협동조합 일하는학교의 ‘모멘텀’ 참가 청년들은 ‘함께 움직이는 경험’으로 차근차근 세상에 한 발짝씩 내딛고 있다.

성취 경험 프로그램으로 꾸려진 운동 소모임은 신체활동을 기반으로 지지 관계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진로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심리정서적 기반을 다지는 기회의 장이다.

여기서 청년들은 지난 6월부터 3~5명씩 모여 기초 연습을 시작으로 라이딩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자전거를 처음 타보는 청년들은 기본기를 배우고, 조금 탈 줄 아는 청년들은 탄천을 따라 한강을 달린다.

‘자전거를 타면서 인생을 배운다’라는 말이 있다. 자전거를 처음 탈 때는 두려움과 넘어짐이 반복되지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면 점점 실력이 좋아짐을 깨닫게 된다.

성남시에 위치한 사회적협동조합 일하는학교와 중부일보의 협업 프로그램 ‘모멘텀’에 참여하는 청년들이 지난 16일 성남시 탄천 일대에서 자전거 타기 소모임 활동을 하고 있다. 신연경기자

실제 햇볕을 쬐고 자전거를 타면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으로 체력을 기를 수 있고, 페달을 밟으며 바람을 맞는 경험을 통해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성취감으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 것은 물론 균형을 잡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활동을 통해 자신이 삶을 조율하고 이끌어갈 수 있다는 상징적 경험을 하게 된다.

자전거를 타면서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과정을 통해 회복탄력성을 키울 수 있다.

이날 만난 3명의 청년은 저마다 각자의 속도대로 페달을 굴렸고, 때론 천천히 때론 속도를 내면서 목표 지점을 향해 힘껏 달렸다. 모임 당일 비 소식이 있었지만 이들을 응원하고 기다려주는 듯 살랑살랑 바람이 불었다.

한 청년은 “옛날에 자전거를 타려고 했다가 못 타서 트라우마가 있었다. 지금은 천천히 배워나가니까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라도 노력하면 어느 정도는 할 수 있게 된다는걸 깨달았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목표지점을 찍고 돌아가는 길, 청년들은 갑자기 내리는 비에도 주저하지 않고 이환래 강사와 이정현 일하는학교 대표의 안내에 따라 안전을 지키며 천천히 이동했다.

대교(大橋) 아래서 소낙비를 피하는 청년들은 단체 사진을 찍으며 그 순간을 추억했다.
 

성남시에 위치한 사회적협동조합 일하는학교와 중부일보의 협업 프로그램 ‘모멘텀’에 참여하는 청년들이 성남시 탄천 일대에서 자전거 타기 연습을 하고 있다. 사진=일하는학교

활동을 마친 이 대표는 청년들을 바라보며 “함께 운동한다는 명분이 있으니까 어떻게든 만나게 되고 한 번 더 대화하게 된다”며 “평소에 언어적 상담이나 교육에서는 청년들의 경험이 제한적인데 신체활동이라는 매개가 있으니 각자 더 뚜렷한 성취경험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에 고립상태의 청년들이 집 밖으로 잘 나오지 않고 식생활도 규칙적이지 않아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는 걸 알았지만 마땅한 기회가 없었다. 함께 활동하면서 대화하면, 제한되고 구조화된 상담과는 달리 일상과 고민에 대한 이야기들을 더 편하게 소통할 수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신연경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