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성길 출발 전, 자동차 점검 미리 하세요
추석 명절 연휴, 가족과 함께 고향으로 향하는 설렘은 가득하지만, 차량에 올라 시동을 걸기 전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 있다. 바로 ‘자동차 정비’다. 평소에는 신경 쓰지 못했던 차량 상태가 장거리 운전이라는 혹독한 환경을 만나면 예상치 못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자칫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출발 전 꼼꼼한 차량 점검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전임교수는 “부모·형제 만날 기대감에 핸들부터 잡을 게 아니라, 차량 점검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하고 귀성길에 오르길 바란다”면서 “안전한 장거리 운전의 기본을 되짚어보자”고 강조했다.
김 교수가 알려주는 추석 대비 자동차 정비 체크리스트를 살펴보자.
출발 전 필수 점검 항목
1. 타이어: 공기압·마모 상태 점검
명절 장거리 운전에서 타이어는 안전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고속도로 주행 시 적정 공기압을 유지하지 못하면 타이어가 과열되면서 펑크로 이어져 대형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특히 가득 실은 짐과 탑승 인원의 체중이 더해져 차량의 무게가 크게 증가하므로, 평소보다 약간 높은 공기압 유지를 권장한다.
마모 상태는 100원짜리 동전을 트레드 홈에 넣어 이순신 장군의 갓이 보이지 않으면 정상이다. 마모가 심한 타이어는 제동력을 낮추고 빗길에 미끄러질 위험이 크므로 즉시 교체해야 한다.
스페어타이어나 타이어 수리 키트의 상태도 미리 확인해 두는 것이 좋다.
2. 브레이크: 제동력·브레이크액·패드 점검
브레이크는 차량의 안전을 책임지는 핵심 부품이다. 장거리 주행 전에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을 때 평소와 다른 느낌이 들거나, 제동 시 소음이 발생하면 정비소에서 점검받아야 한다.
브레이크액은 시간이 지날수록 수분이 흡수돼 제동 성능이 떨어진다. 오일 상태 확인 후 필요 시 교체해야 한다.
브레이크 패드도 마모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패드가 닳으면 제동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디스크에 손상을 줄 수 있어 더 큰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브레이크액이 리저브 탱크의 최소(MIN)와 최대(MAX) 눈금 사이에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3. 각종 오일류 및 냉각수 점검
엔진오일, 냉각수, 미션오일 등 각종 오일류는 차량의 원활한 작동을 위해 필수다. 엔진오일은 시동을 끄고 5분 정도 후에 레벨 게이지를 뽑아 F(Full)와 L(Low) 사이에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L에 가깝다면 보충하거나 교체해야 한다.
냉각수는 엔진 과열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양이 부족하거나 색깔이 변색됐다면 보충하거나 교체해야 한다. 특히 명절 기간 고속도로 정체는 엔진 과열의 원인이 될 수 있어 냉각수 점검은 매우 중요하다.
오일류와 냉각수 점검 시 누유 흔적이 없는지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
4. 전구류 점검
전조등, 방향지시등, 브레이크등, 안개등 등 모든 전구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전구가 하나라도 나갔다면 야간 주행 시 시야 확보에 문제가 생기거나, 다른 운전자가 차량의 움직임을 예측하기 어려워 사고 위험이 높아진다.
특히 명절에는 밤늦게 운전하는 경우가 많아 전구 점검이 필수다. 직접 교체하기 어렵다면 가까운 정비소에 들르길 바란다.
5. 배터리 점검
가을철 기온 하강은 차량 배터리 성능을 저하시켜 방전을 유발할 수 있어, 단자 부식 여부와 시동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낮아진 기온에 배터리 내부 전해질의 운동력과 성능이 떨어지고 에너지 효율도 감소한다.
배터리 단자에 하얀 가루가 묻어있거나 시동 걸 때 평소와 다르게 힘이 약하다면 배터리 성능 저하를 의심해야 한다.
오래된 배터리는 명절 기간 중 갑자기 방전될 수 있으니, 미리 교체하거나 전문가에게 점검받는 것이 좋다.
6. 워셔액 및 와이퍼 점검
워셔액이 충분히 있는지 확인하고 부족 시 보충해야 한다. 명절 연휴 동안 눈·비가 올 경우나, 앞 유리창에 흙탕물이 묻어 시야가 가려질 때 워셔액과 와이퍼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와이퍼 블레이드가 낡아 유리창을 깨끗하게 닦아내지 못하면 교체해야 하며 1년 주기로 교체하는 것을 권장한다.
7. 안전 및 차량 비상 용품
‘비상 삼각대’와 ‘경광봉’은 야간이나 갓길에 정차할 때 2차 사고 예방을 위한 필수품이다.
2024년부터 5인승 이상 승용차에도 의무화된 ‘차량용 소화기’는 화재 발생 시 초기 진화에 큰 도움이 된다.
‘LED 비상 신호등’ 또한 삼각대보다 눈에 잘 띄어 사고 예방에 효과적이며, 설치가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사고로 문이 열리지 않을 때 유리창을 깨고 탈출할 수 있도록 ‘비상 탈출용 망치’를 차에 비치하는 것도 좋다.
8. 개인 및 편의 물품
멀미약, 소화제, 진통제, 상처용 밴드 등으로 구성된 구급상자는 필수다.
정체가 심한 구간에서는 물과 간단한 간식이 큰 힘이 되며, 휴게소 이용이 어려울 수 있으니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 좋다.
장거리 운전 전에 메모리카드를 포맷하거나 새것으로 교체하면 안정적인 녹화를 유지할 수 있다.
장거리 운전에 지칠 아이들을 위한 놀이도구, 비상 연락망, 차 안에서 잠시 쉴 때 체온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햇빛 가리개와 담요, 졸음 방지용품으로 껌, 사탕, 졸음 방지 패치 등을 준비하면 보다 쾌적한 귀성길이 될 수 있다.
장거리 운전 중 발생 가능한 문제 및 대처 방법
1. 엔진 과열(오버히트) 발생 시 대처
장시간 정체 구간을 주행하거나 에어컨을 강하게 틀면 엔진이 과열될 수 있다. 엔진 과열 경고등이 켜지거나 보닛에서 연기가 나는 등 이상 징후가 보이면, 즉시 갓길 등 안전한 곳에 정차해야 한다.
시동을 바로 끄지 말고, 우선 에어컨을 끈 뒤 히터를 최대로 틀어 엔진의 열을 식히는 것이 좋다. 보닛을 열어 자연스럽게 열을 식히되, 라디에이터 캡을 함부로 열면 뜨거운 냉각수가 분출돼 화상을 입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엔진이 충분히 식은 후에도 계속 과열 증상이 발생하면, 냉각수가 부족하거나 다른 부품의 문제일 수 있으므로 견인 서비스를 요청해야 한다.
2. 경고등 점등 시 대처
주행 중 계기판에 경고등이 켜지면 당황하지 않고 색깔에 따라 대응해야 한다.
-빨간색 경고등: 주행 중 즉시 차를 세우고 점검해야 하는 심각한 문제(예: 엔진오일 압력 경고등, 브레이크 경고등 등)를 나타낸다. 갓길에 안전하게 정차 후 견인 서비스나 긴급 출동을 요청해야 한다.
-노란색 경고등: 당장 운행에는 지장이 없지만, 최대한 빨리 정비소에서 점검해야 한다는 신호다(예: 타이어 공기압 경고등, 엔진 경고등 등). 안전한 곳에 정차해 상태를 확인하거나 가까운 정비소를 방문해야 한다.
-초록색 경고등: 운행에 문제가 없으며, 특정 기능의 작동을 표시한다(예: 방향지시등, 전조등 등).
3. 타이어 펑크 발생 시 대처
타이어 공기압 경고등이 켜지거나 주행 중 펑크가 났다고 판단되면, 최대한 빨리 갓길 등 안전한 장소에 정차해야 한다.
펑크 난 타이어가 육안으로 확인되면, 스페어타이어로 교체하거나 타이어 수리 키트를 이용해 응급 처치할 수 있다.
응급 처치가 어렵거나 타이어가 완전히 주저앉았다면 안전을 위해 긴급 출동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현명하다. 펑크 난 타이어로 무리하게 주행하면 휠 손상 등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4. 배터리 방전 시 대처
시동이 걸리지 않거나 계기판 불빛이 흐릿하다면 배터리 방전을 의심할 수 있다. 명절 정체 구간에서 시동을 자주 껐다 켜거나 블랙박스 상시 녹화로 인해 방전될 수 있다. 이럴 때는 보험사 긴급 출동 서비스에 연락해 점프 스타트를 요청하거나, 다른 차량에 도움을 받아 점프 케이블로 시동을 걸 수 있다.
방전된 배터리로 시동을 건 후에는 최소 30분 이상 주행해 배터리를 충전해야 한다. 그러나 배터리 상태가 좋지 않다면 언제든 다시 방전될 수 있으므로 정비소에서 배터리를 교체하는 것이 안전하다.
5. 브레이크 이상 발생 시 대처
주행 중 브레이크 페달이 깊게 밟히거나 제동력이 약해진다고 느껴지면, 즉시 속도를 줄이고 갓길에 정차해야 한다. 브레이크액이 누출됐거나 브레이크 패드가 완전히 마모됐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만약 주행 중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풋 브레이크와 동시에 기어를 저단으로 낮춰 엔진 브레이크를 사용해 속도를 줄여야 한다.
이 경우 절대 운행을 계속하지 말고, 견인 서비스를 이용해 정비소로 이동해야 한다.
점검 시기 및 기타 팁
-단기운전자확대특약 (또는 다른 차 운전 특약) 신청: 교대운전이 잦은 명절에 가족이나 지인이 차량을 운전할 경우 유용하다.
보통 운전 예정일 전날까지 신청해야 하지만, 신청 즉시 효력이 발생하는 특약도 있다. 특정 기간(최대 60일) 운전자 범위와 연령에 관계없이 누구나 차량을 운전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사전 점검: 명절 직전에는 정비소에 차가 몰려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으므로, 가능한 한 미리 점검하는 편이 좋다.
-무상 점검 서비스: 명절을 앞두고 주요 자동차 회사나 정비 업체에서 제공하는 무상 점검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재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