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연휴 동안 살 대신 마음 찌워줄 5권의 신간
독서의 계절 가을과 함께 찾아온 이번 명절 연휴는 바쁜 일상에 치여 미뤄온 독서의 시간을 갖기에 좋은 기회다. 마침 긴 연휴 동안 마음의 양식을 살찌울 수 있는 알토란 같은 신간들이 준비돼 있다.
현재의 민주주의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정치철학적인 서적부터 와인을 통해 내면과 타인을 성찰할 수 있는 방법, 자아 비판에 지친 자신을 치료할 수 있는 안내서, 몸이 보내는 마지막 적신호를 확인할 수 있는 책, 인류의 역사를 망라해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인문서까지 이번 연휴에 즐길 수 있는 책들을 소개한다.
▶죽음 정치
아쉴 음벰베 / 동녘 / 324쪽
카메룬 출신의 정치철학자 아쉴 음펨베의 ‘죽음정치’는 동시대 민주주의의 여러 모습을 참신한 시각으로 다양하게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동시대 비판이론과 정치철학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인 저자는 인간이 어떻게 권력과 경제 체제 속에서 생명과 죽음의 경계에 놓지는지, 자본주의와 식민주의의 유산이 어떻게 현재를 규정했는지를 탐구해 왔다.
책은 이러한 저자의 사상적 궤적을 대표하는 책으로 동시대 민주주의의 퇴보와 이탈, 폭력, 배제와 분리, 혐오와 증오의 정치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했는지를 드러낸다.
특히 탈식민적 맥락에서 푸코의 ‘생명정치’, 슈미트와 아감벤의 ‘예외상태’ 등을 비판적으로 독해하고 확장해 ‘죽음정치’라는 개념을 이 책에서 정립한다.
이 책의 중심을 차지하는 ‘죽음정치’는 음벰베가 주장하는 근대 이후 정치의 핵심으로 푸코의 ‘생명정치’ 등을 탈식민적 맥락으로 바라보며 비판한다.
죽음정치의 개념을 기둥 삼아 전개하는 논리는 오늘날 배제와 분할, 혐오와 증오로 얼룩진 민주주의의 위기와 퇴보의 기원을 진단하며 새로운 사유와 윤리를 제시한다.
우리가 굳게 정의라고 굳게 믿고 있던 민주주의의 취약성과 재인식이 궁금하다면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9가지의 성격, 9가지의 와인
홍수경 / 유기유 / 384쪽
명절 선물로 와인 선물 세트를 받은 이라면 주목해야 할 책이 있다.
19년 넘게 심리학을 연구한 저자가 우연히 와인 매장을 운영하며, 경험하고 탐구한 통찰을 바탕으로 쓴 이 책은 9가지 성격 유형에 어울리는 와인을 소개하며 독자들이 술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책은 시작하며 애니어그램 유형 테스트를 통해 독자들이 먼저 자신의 유형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
‘꼬장꼬장한 완벽씨’부터 ‘기쁨의 거품 속에서 춤추는 외로운 새’, ‘반짝반짝 우리들의 영웅’ 등 시적인 표현으로 성격 유형을 9개로 구분한다.
이와 함께 9가지 성격 유형에 맞는 와인 이야기를 곁들여 독자에게 위로와 따뜻한 순간을 선사한다. 이야기들은 심리학과 와인을 결합해 내 감정을 열어주고, 나아가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힌트까지 던지며 누구나 편안하고 재미있게 와인을 즐길 수 있도록 안내한다.
책은 와인을 그저 사치스럽고 어려운 술로만 바라보는 시선이 아닌 와인의 오랜 역사와 이야기를 담아 이를 통해 와인을 매개로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해 볼 수 있다.
우연히 받은 추석 선물로 조금 더 진솔한 나를 마주하고, 타인을 이해하는 경험을 하고 싶다면 이 책에서 그 따뜻한 여정을 안내받을 수 있다.
▶자기비판 극복을 위한 마음챙김 수업
숀 코스텔로 홀리, 홀리 예이츠 / 시원북스 / 200쪽
긴 연휴를 터닝 포인트 삼아 지친 마음을 달래줄 수 있는 책도 준비돼 있다.
이 책은 개인 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는 두 저자가 ‘자기자비 분야’의 선도자들이 개발한 전략을 바탕으로 구성했다.
책은 자신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잣대를 들이밀며 “너는 충분하지 않아. 앞으로도 충분해질 수 없어”라고 말하는 이를 위해 ‘자기자비’와 ‘주체성’을 바탕으로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향해 나아가도록 돕는다.
험난하고 치열한 사회의 경쟁 속에서 많은 사람들은 과거의 상처, 트라우마, 관계의 어려움을 품고 있다. 이런 경험은 내적 비판자의 목소리를 지나치게 키우고 스스로를 바라보는 방식에 영향을 끼친다.
이 책은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 대하는 태도 등에 변화를 원하는 사람을 위한 것으로 자신 안의 가혹한 목소리를 잠재우고 스스로를 보듬을 수 있는 방법이 들어있다.
책 속 기술과 전략은 저자들과 내담자들이 내적 비판자로 인한 고통을 줄이는 데 확실한 도움을 주며 그 효과를 입증했다. 실용적이고 과학적인 전략과 방법을 단계적으로 제시해 왜 자기자비가 내적 비판자의 해독제인지, 어떻게 자기자비를 통해 내적 비판자와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지를 알려 준다.
책을 읽은 후 저자가 조언하는 내용을 연습하고, 실천한다면 자기자비와 친절이라는 도구를 통해 풍요롭고 기쁜 삶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다.
▶몸이 보내는 마지막 신호들 30
최석재 / 21세기북스 / 316쪽
매일 같이 바쁜 일상에서 미뤄왔던 내 몸의 적신호를 확인할 수 있는 책도 읽어볼 수 있다.
대한민국 대표 의료진이 펼치는 흥미로운 지식 체험, ‘인생백세’ 시리즈의 다섯 번째 책인 이번 신간에서는 19년간 응급실에서 최석재 응급의학과 전문의의 목숨 같은 조언이 담겨있다.
단순한 응급 대처법뿐만 아니라 질병의 근본 원인을 해결할 수 있는 습관을 살펴볼 수 있는 책은 질병의 신호를 조기에 파악하고 골든타임 안에 대처하는 법에 초점을 맞춘다.
수많은 돌연사를 막아온 저자는 환자들을 살리며 한 가지를 확인했다고 말한다. 돌연사는 오래전부터 몸이 보내온 신호의 결과이며, 우리는 그 신호를 놓친 채 ‘마지막 단계’에서야 병원을 찾곤 한다는 사실이다.
책은 다섯 개 파트로 나눠 ‘심혈관 질환’, ‘뇌혈관 질환’, ‘암’, ‘만성 대사 질환’, ‘응급실과 멀어지는 건강 습관’ 등을 안내한다.
책의 큰 맥락은 결국 ‘마지막 신호’를 조기에 발견해 대응하는 법을 전수하는 것으로 응급 상황으로 이어지는 가슴 통증을 구별하는 방법과 뇌졸중의 빠른 대처 방법, 처방 약물의 올바른 사용, 습관 교정을 통한 근본 원인 해결까지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확실한 정보가 가득 담는다.
바쁜 일상에 치여 그동안 내 몸의 신호를 애써 무시해 온 이라면 이번 연휴에 이 책을 통해 몸이 보내는 ‘마지막 신호’를 확인할 수 있다.
▶인간 제국 쇠망사
헨리 지 / 까치 / 320쪽
인간의 출현부터 멸종 직전에 이르는 방대한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책도 출간됐다.
책은 현생 인류가 다른 종들이 넘어서지 못한 한계를 극복하고 지구 자원을 독점하는 지배종이 되는 과정을 추적하고, 지금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단서를 찾아간다.
녹생혁명과 유전자혁명으로 일컬어지는 인류 기술의 진보는 엄청난 풍요를 선사했지만, 동시에 기후변화, 자원 고갈, 전염병 등 감당하기 힘든 위기도 불러왔다.
이는 현재 우리가 ‘자기 파괴’의 궤도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인류 미래에는 아직 희망이 있는 경우의 수가 남아 있다고 말한다.
역사에서 볼 수 있듯 멸망의 징후는 언제나 가장 찬란한 순간에 찾아오며, 어느 것이든 정점에 이르면 내려가는 길만이 남아있음을 상기해 본다면 현재 인류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는 것이다.
다만 저자는 우리의 현명한 행동과 창의력 그리고 운까지 따라 준다면 종말의 시계를 늦춰 필멸의 운명을 면할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새로운 진화적 다양성이 필요하며, 그 유일한 가능성은 달, 화성, 혹은 그 너머로 진출해 고립된 개체군으로 살아가며 새로운 종으로 분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만 우주 개척은 말처럼 쉽지 않아 저자는 인간이 가진 남다른 상상력과 생명력만이 그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어쩌면 현생 인류의 정점일지도 모르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이 책에서 인류의 미래를 가늠하는 한 편의 흥미롭고 거대한 서사를 통해 과거와 현재 미래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준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