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계약재배, ‘이끼의 그늘’] '걸음마 단계' 이끼 연구, 현장도 생소
최근 도내 일부 농가에서 신기술과 고소득을 앞세운 신종 계약재배로 인해 피해를 봤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일명 ‘서리이끼’로 불리는 ‘탄소꽃이끼’ 재배에 뛰어들었다가 오히려 큰 손실을 보게 됐다는 것이다. 반면, 해당 업체에선 “계약 자체가 그냥 없어져도 되는 계약”이라며, “수매를 하기로 한 회사가 농사를 지어주는 건 아니지 않냐”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에 중부일보는 이번 사태의 전말을 살펴봄으로써 향후 야기될 지도 모를 제2·제3의 피해 예방에 기여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초기 단계인 이끼 연구는 근래 나름의 사업성을 인정 받으면서 국내 운영 농장도 적지 않은 편이지만, 기술지도와 관련해 명확한 기준이나 정의가 없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또한, 농업계 현장에서도 아직까지 이끼 재배 자체가 생소하고, 관련 계약재배는 들어본 적도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으로, 사업화에 있어선 무엇보다 ‘신중한 선택’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11일 중부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안산의 D영농조합법인은 P업체와 탄소꽃이끼 위탁 계약재배 약정을 체결할 당시인 2023년 9월께 한 교수로부터 “쌀농사의 10배가 넘는 고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추천을 받고 사업을 시작했다.
해당 교수는 경기연구원이 한국대기환경학회와 위탁연구를 진행, 2024년 5월 ‘이끼를 활용한 도시 탄소중립 기여 방안’ 연구보고서 발표에 참여한 인물이다.
이 연구는 도시 내 탄소흡수원을 확보하기 위한 공간 마련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끼를 활용한 탄소흡수원에 대한 관심이 고조, 경기도가 경기연구원에 연구를 의뢰하면서 실행됐다.
또한, 연구 결과는 탄소 흡수원으로서 이끼의 가능성은 입증됐으나 흡수원의 능력, 적재적소 이끼의 종류 등의 연구는 걸음마 단계로, 본격적인 정책사업보다는 시범사업 방식으로 우선 추진하면서 노하우 축적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면서, 탄소중립 달성과 도시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산림 부문의 탄소 흡수가 우수한 선태식물(이끼류)을 적극 도입할 것과 도심 건물 옥상 태양광 아래에 도심 기후에 적합한 이끼 녹화를 추진해 지속가능한 도시 생태계 다양성에 기여 등 정책 건의 내용을 포함시켰다.
향후 과제로는 다양한 조건에서 CO₂, CH4, N₂O, Toluen 등 최적 고효율 탄소 흡수력 분석, 이끼의 극한 온도 적응 및 유효 생육 조건 분석, 이끼의 탄소 흡수원 인증을 위한 제반 연구 및 도시 기후에 적합한 이끼의 대량생산 방안 연구 등 이끼를 활용한 도시 기후변화 탄소중립 실증화 사업 추진이 제시됐다.
아울러, ▶자연 친화적인 도시옥상 이끼녹화, 태양광 패널아래 이끼녹화에 관한 실증화 연구, 공원녹지 면적 확대를 위한 이끼 적용 실증화 연구 등 이끼 활용 도시녹화 면적 확보 ▶이끼 생산 및 관리의 시민참여 방안, 시민과 함께하는 이끼원 유지보수, 이끼를 활용한 테라리움 및 이끼상품 제작 등 지속가능한 도시이끼 녹화 연계 일자리 방안 연구가 제안됐다.
이와 관련, 경기연구원 관계자는 “당시 경기도 부천에서 이끼(사업)를 많이 했다. 탄소 흡수원으로서 아무데서나 기를 수 있으니까 정책적으로 한번 해보자 한 것”이라며 “실제로 옥상 같은 곳에 태양광을 깔면 나무는 심을 수 없지만, 이끼는 심을 수 있었다. 또, 공원에는 나무를 심고 그 밑에 이끼를 기르면 탄소 흡수량이 많아지겠다는 판단에서 경기도가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기술지도를 둘러싼 농장과 업체간 공방에 대해선 “현재 어느정도 진행된 상태인지 모르겠지만, 당시 연구를 할 때는 협회를 만든다고 했는데 누구를 중심으로 할 건지 갈등이 있는 것 같았다”며 “정책을 하는 입장에선 필요한 물량이 올 수 있는지 정도만 알면 되기 때문에 사업적인 부분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한편,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농가 입장에서는 업체 측이 모니터링을 하면서 기술지원을 해야하는데 제대로 해주지 않았다고 하는 상황으로 보인다”며 “‘농촌진흥법 제2조’에 보면 기술지도에 대한 정의는 나와있지만 실제 계약 농가와 업체 간의 계약서상에 (기술지도에 대한 범위) 정확히 명시돼 있지 않을 경우 해석이 어려울 수 있다. 업체는 계약서에 근거해 농가에 기술 지원을 하는게 맞지 않나 싶다”고 밝혔다.
강소하·신연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