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메모] 현수막 정치의 ‘명’과 ‘암’
언젠가부터 명절을 앞둔 교차로나 횡단보도 일대 거리에는 정치인들의 현수막들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자자체장이나 국회의원은 물론이고 전·현직 시·도의원, 지역 및 당협위원장, 평당원에 이르기까지 현수막을 내거는 정치 계층도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명절 잘 보내라는 천편일률적인 글귀에 대한 피로감, 거리 미관을 저해하는 요소 등의 이유로 정치인들이 내건 현수막에 대한 대중들의 시선은 마냥 곱지만은 않다.
특히 이번 추석은 지방선거를 불과 8개월 여 앞둔 시점인지라 평소 명절보다도 더 많은 현수막들이 거리에 나붙었다.
경쟁자는 현수막을 붙이는데 손 놓고 있을 수 없어서, 혹은 총선이나 지방선거에서 낙선한 후 대중들에게 잊혀지는 것이 두려워서 현수막을 거는 것이 정치인들의 속내겠지만, 대중들의 뇌리에 별다른 감흥이 없는 것은 작금의 정치 환경에 대해 뿌리깊이 자리잡은 불신이 기저에 있다.
다만 조금이나마 눈길이 갔던 것은 그간 지역에서도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정치 지망생들의 현수막이었다.
‘…지역위원회 부위원장’, ‘…당 평당원’ 등의 직함과 함께 이름 세 글자를 내 건 그들은, 자신의 현수막을 바라보며 내년 지방선거 이후 뱃지를 달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고 있을 터.
정치 인생에서 가장 의욕이 넘치는 시기를 보내고 있을 그들은, 기존 유력 정치인들의 현수막 사이에 섞여 있는 자신의 이름을 대중들이 알아주길 바라며 현수막을 내걸었다.
그들의 꿈은 과연 이뤄질 수 있을까. 추석 인사 현수막으로 대중들에게 희미하게 각인된 그들의 이름이 현실 정치의 전면에 나설 수 있을지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