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만필] AI 주도 시대, 읽걷쓰가 답이다
우리는 지금 인류 문명사적 대전환의 시대를 살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이 급격히 변했고, 그 중심에는 인공지능(AI)의 가속적 발전이 있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AI가 인간 수준의 지능에 도달하는 시점을 ‘특이점(Singularity)’이라 부르며 2045년으로 예측했으나, 최근 2029년으로 앞당겨졌다. 인류는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기계와 인간의 지능이 교차하는 문턱에 서게 된 것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혁신이 아니라, 교육이 시급히 대비해야 할 절박한 과제임을 보여준다.
AI의 폭발적 확산은 인간의 일상과 노동, 학습 방식을 바꾸고 있다. 온라인 학습은 일상이 되었고, 디지털 격차는 새로운 불평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회는 돌봄과 공동체의 가치를 다시 묻고 있으며, 교실의 재정의와 AI 교육의 확산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요구가 되었다.
2022년 싱가포르 한인과학기술자협회(AKC)는 이러한 전환의 시점에서 세 가지 질문을 던졌다. “기술은 일자리를 창출할 것인가, 빼앗을 것인가?”, “배운 사람은 누구인가?”, “디지털 시대 인간의 의미는 무엇인가?” 인공지능과 자동화는 기존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새로운 직업을 빠르게 만들어내고 있다. 리스킬과 업스킬이 요구되는 사회 배운 사람이란 평생교육인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느림, 결핍, 불완전한 인간이 결국 빠름, 완벽한, 정밀함으로 대변되는 지금의 기계문명을 만들었다.
이제는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인간과 AI가 공존하고 협력하는 시대를 열어야 한다. 시대가 원하는 인재는 ‘나를 사랑하듯 남을 사랑하는 사람’, 즉 애기애타(愛己愛他)인이다. 여기서 ‘남’은 타인뿐 아니라 자연과 기술, 세상 전체를 의미한다.
이러한 시대 인식 속에서 인천은 ‘읽걷쓰’를 시작했다. 코로나 이후 드러난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 우울감, 관계 단절, 체력 저하를 극복하기 위한 실천이었다. 읽걷쓰는 ‘읽기·걷기·쓰기’의 앞 글자를 딴 것으로, 읽기는 사람과 자연, AI를 포함한 세상을 읽는 것이고, 걷기는 사유와 성찰의 과정이며, 쓰기는 글·그림·노래 등 세상과 공감하고 연대하는 모든 행위다. 읽기·걷기·쓰기는 분절된 것이 아니라 통합된 배움으로, 즐겁게 읽고 온전히 경험하며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교육이다. 인천의 읽걷쓰는 현상(Phenomenon), 문제(Problem), 과업(Project), 실천(Practice)의 4가지 맥락 즉 4P를 중심으로 학생들이 스스로 관찰하고 질문하며 탐구하고 행동하는 힘, 4가지 역량을 기르게 한다.
읽걷쓰는 시민 전체의 교육 운동으로 확장됐다. ‘책 읽는 도시, 인천’을 출발점으로 토론회와 한글날 축제, 5천 명이 함께한 걷기 한마당을 통해 “인천은 읽걷쓰한다!, 질문하고 상상하는 읽걷쓰!”라는 비전을 선포했다. 지난 3년 동안 8만여 명의 저자가 나오고 5천여 종의 책이 만들어졌고, 도서관 이용이 크게 늘었다. 학교 현장에서도 깊이 있는 수업 혁신이 일어나고, 인천은 발명 우수교육청 선정되고, 아이들이 대통령상을 수상하기 시작했다. 한국교원대, 강원대, 제주대와의 협력으로 전국화가 이루어지고, 콜롬비아·몽골과의 국제 교류, 구글과의 협력으로 세계화의 길을 열었다.
이제 인천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읽걷쓰 기반 AI 교육’, 즉 ‘읽걷쓰 아이(AI)’를 추진한다. MIT 미디어랩 연구는 AI 과잉 사용이 창의성과 주의력을 떨어뜨린다고 경고했다. 기술의 편리함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도구로 삼아 인간다움을 지키는 힘이 필요하다. 인천의 읽걷쓰 기반 AI 교육은 읽걷쓰의 능동성과 AI의 활용성을 결합해 학생들이 세상을 관찰하고 질문하며 탐구하고 실천하는 태도를 기르는 새로운 교육 모델이다.
AI 주도시대, 결국 교육의 본질은 인간이다. 즐겁게 읽고, 온몸으로 경험하며,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교육, 그것이 인천이 제시하는 미래교육의 답이다.
도성훈 인천광역시 교육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