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시대] 크린넷, 주민의 짐이 아닌 미래 도시정책의 교훈이 되기를

2025-10-14     김원진

‘스마트 시티’의 상징인 청라국제도시, 그 중심에는 크린넷이라 불리는 자동집하시설이 있었다. 주민이 쓰레기를 투입구에 넣으면 지하 관로를 따라 집하장으로 자동 이송되는 방식. 쓰레기차 소음과 악취가 사라지고 깨끗한 거리를 누릴 수 있다는 설명은 분명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10여 년이 지난 지금, 주민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다르다. 여름철 투입구 주변에서 올라오는 악취, 하루가 멀다 하고 반복되는 고장, 수리비 부담이 일상화됐다. 투입구 하나를 고치는데 250~300만 원이 든다. 정밀 진단 결과 영종하늘도시는 100억 원 규모 보수 공사가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한때 첨단도시의 상징이었던 크린넷은 이제 ‘세금 먹는 하마’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크린넷의 근본적인 문제는 설계와 제도의 괴리에서 비롯되었다. 일단, 크린넷은 일반쓰레기와 음식물쓰레기를 단일 관로에서 처리한다. 하지만 음식물쓰레기는 수분과 염분이 많아 관로를 부식시키고 악취를 유발한다. 당연히 관로의 수명은 단축되고 고장도 잦아진다. 더군다나 환경부의 폐기물관리법 및 관련지침은 음식물류 폐기물과 일반폐기물을 분리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도시 건설 당시 비용절감과 편의성을 이유로 단일관로 설계가 채택되었다. 제도와 설계의 충돌과 함께 지금의 부식과 고장, 막대한 유지비가 오롯이 주민들과 지차체의 몫이 되어 버렸다.

이제 비용 부담이 쟁점이다. 청라·송도·영종에서 연간 수십억 원의 유지비가 쓰인다. 관로 전체를 교체하려면 수천억 원이 든다는 전망도 있다. 현재는 지자체와 주민이 주로 부담하고 있지만, 이는 불합리하다. 주민은 이미 종량제 봉투와 음식물 종량제 요금을 내고 있다. 여기에 투입구 수리비까지 떠안는 것은 이중부담이다. 지자체도 한계다. 복지·교육·교통 예산을 줄여 시설 유지비에 쓰는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따라서 책임 분담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유비보수와 관련 3자 분담구조로 확실하게 재편해야 한다. 설치와 설계 책임이 있는 개발기관(LH·인천경제청), 관리권을 가진 지자체, 그리고 중앙정부가 함께 부담해야 한다. 주민에게는 소규모 관리비만, 지자체는 일상적 운영비를, 중앙정부와 개발기관은 대규모 보수· 주요 교체비를 책임지는 것이 합리적이다.

해외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스웨덴 스톡홀름은 자동집하시설을 운영하지만 음식물쓰레기는 별도 수거해 바이오가스화 시설로 보낸다. 일본은 음식물쓰레기 감량기와 RFID 종량제를 적극 활용한다. 싱가포르 역시 관로는 일반쓰레기 전용으로, 음식물은 자원화 시설로 처리한다. 일반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를 동일 관로로 보내는 현재의 방식은 안타깝게도 지속 불가능하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그런면에서, 청라가 시범 도입한 RFID 대형감량기는 현실적인 대안일 수 있다. 음식물쓰레기를 현장에서 건조·감량해 부피를 70~80% 줄이고, 잔여물은 자원화 시설로 연계한다. 이렇게 하면 크린넷 관로는 일반쓰레기 전용으로 바뀌어 부식과 고장을 줄일 수 있다. 지자체나 경제청의 입장도 장기적으로는 크린넷을 축소하고, 문전수거·자원화 체계와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모델로 가닥을 잡을 것이라고 예측된다.

크린넷은 도입 취지와 달리 지속 가능하지 않다. 다만, 책임 분담 구조를 재정립하고, 감량기·자원화·스마트 유지관리로 전환한다면, 청라는 다시 한 번 도시정책의 선도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도시는 지속가능해야 한다. 쓰레기를 버리는 순간 불편과 분노가 아니라 안심과 신뢰가 따라오는 도시. 그것이 진정한 스마트 시티다. 청라의 크린넷 문제는 우리 도시 정책이 얼마나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지, 행정이 얼마나 책임을 다하는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