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 도시는 다 계획이 있구나

2025-10-16     이준도

도시는 다 계획이 있구나
장기민 / 미문사 / 310쪽


출근길을 위해 집 현관을 나선 순간부터 퇴근 후 골목을 돌아 귀가하기까지 우리의 하루는 누군가가 계획한 ‘도시’에 담겨있다. 그 보이지 않는 도시의 언어를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번역한 책이 나왔다.

저자인 장기민 도시계획 박사는 인천과 부천에서 기자로 활동하며 지역 사회와 도시 현장의 현실을 생생하게 취재한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펴냈다.

영화 ‘기생충’의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라는 대사를 차용한 책은 도시가 생명과 같은 유기체이며 우리는 각자 그 유기체를 구성하는 세포로 도시계획에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계획은 오직 인간만이 세울 수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과 함께 계획의 미학이 어떻게 공간의 품격을 만들고, 재생의 철학은 어떻게 동네의 일상을 지탱하는지 차분하게 설명한다.

거창한 도시 개발의 구호가 아닌 ‘보행·장소·데이터’라는 세 가지 축으로 도시를 안내하는 책은 해가 강한 오후에도 그늘을 따라 걸을 수 있는 가로수의 간격과 아이도 편히 앉아 쉴 수 있는 벤치의 높이, 노인과 유모차가 함께 지나다닐 수 있는 보도의 폭 등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친 도시 환경을 친절하게 안내한다.

세계 여러 도시의 흥미로운 이야기들도 소개한다. 버려진 선로를 산책로로 바꾼 뉴욕의 하이라인, 자동차의 속도를 사람의 속도로 낮춘 바르셀로나의 수퍼블록과 함께 우리가 잘 아는 청계천·서울로7017·성수·문래 등 서울의 풍경까지 세계 여러 도시들이 작동하는 원리를 보여주며 우리 동네에서 먼저 바뀌어야 하는 우선 순위에 대한 힌트를 건넨다.

또 지역 도시의 사례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부천에서 ‘복사골기자’로 활동하며 공공디자인과 도시재생 현장을 취재한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방 도시가 어떻게 자신만의 계획과 브랜드를 확립하는지를 이야기한다.

지역 발전과 도시 재생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우리 지역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단서를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