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in] 길도연 의정부시장애인수영연맹 회장 “장애인 수영은 사회화 과정의 시작”

2025-10-22     김창학·박홍기
길도연 의정부시장애인수영연맹 회장이 중부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박홍기기자

“장애인 수영은 함께 옷을 갈아입고 서로를 돕는 사회화 과정의 시작입니다.”

길도연 의정부시장애인수영연맹 회장은 중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장애인 수영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이렇게 말했다.

2015년 의정부시장애인체육회 산하 기관으로 설립된 의정부시장애인수영연맹은 정회원 약 40명이 활동 중이다. 주된 역할은 선수단을 구성해 대회에 출전하는 것이지만, 길 회장은 단순히 성적을 위한 운동이 아닌 ‘함께 성장하는 수영’을 추구하고 있다.

지체장애 5급인 그는 무역업에 종사하는 사업가이자 수영 지도자다. 장애인 체육과는 인연이 없던 그였지만, 비장애인과 장애인 사이의 제도적 불합리함과 편견을 직접 목격한 뒤 이를 개선하고자 연맹 회장직을 맡게 됐다. 길 회장은 “장애인 체육은 지원이 부족하고 오히려 자비를 써야 하니 회장직을 맡으려는 사람이 없다”며 “그래서 제가 나섰고, 8년째 연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이끌어온 성과도 뚜렷하다. 길 회장은 국내 장애인 수영이 엘리트 중심으로 운영되는 현실에 문제의식을 느끼며 ‘공감과 포용의 수영’을 강조한다. 이런 생각에서 올해 초 일본 돗토리현 장애인수영협회와의 교류를 직접 추진, 의정부 장애인 수영에 ‘경쟁’보다 ‘즐김’의 문화를 접목하고 있다. 그는 “일본은 서로 경쟁하기보다 함께 즐기는 문화를 중시한다”며 “우리도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의정부시장애인수영연맹은 수영연맹으로는 최초로 민락국민체육센터 내 장애인 전용 수영반을 개설해 현재 5개 생활체육 반을 운영 중이다. 대기 인원만 20명이 넘을 정도로 호응도가 높다. 길 회장은 “의정부도시공사에서 장애인 전용 시간을 배려해 줘 교육과 자율수영을 병행하고 있다”면서도 “비장애인은 강사 1명이 30명까지 지도할 수 있지만, 장애인은 최대 4~5명만 가능해 수영반의 확대가 절실하다”고 토로했다.
 

길도연 의정부시장애인수영연맹 회장이 중부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박홍기기자

그의 다음 목표는 수영반을 더 늘리고 일본과의 민간 국제교류를 정례화하는 것이다. 오는 12월에는 돗토리현 장애인수영협회와 정식으로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매년 교류대회를 열 계획으로, 향후에는 배드민턴과 탁구 등으로 교류 종목을 확대하고 싶다는 포부도 갖고 있다.

다만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다. 현재 연맹이 의정부시를 통해 지원받는 예산은 연 150만 원(국내 대회 출전비 명목) 남짓으로, 해외 교류와 연맹 운영비 대부분은 연맹이 운영하는 민락국민체육센터 지하 카페 수익이나 후원금, 자비에 의존하고 있다.

길 회장은 “장애인 수영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삶의 재활이자 사회적 통합의 장”이라며 “우리 사회 전체가 조금만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준다면, 장애인들의 세상은 훨씬 더 넓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