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칼럼] 규범 없는 사회의 희생양, 청년
MZ세대들 사이에 인기 있는 사주카페에서 들은 이야기이다. 요즘은 청년 무리들이 해외취업을 의논하러 자주 온다는 전언이다. 캄보디아를 포함해 동남아시아 어느 나라에 어느 회사를 가는 것이 좋으냐는 질문. 그들은 하나같이 잠시 동안의 해외 체류로 경제적 파탄지경에 놓인 현실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란 신기루에 들떠 있었다고 한다. 그중 일부는 마약파티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었단다.
물론 대다수 청년층은 성실히 오늘을 살아간다. 하지만 대기업 신규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지방의 중견기업 일자리들은 값싼 외국인 노동자들로 채우는 현실 속에서 아르바이트 하나 얻기 어려운 이들은 좌절을 반복하게 된다. 주변인들이 주식이나 코인으로 일확천금을 얻었다는 소문은 더욱 이들을 비관하게 만든다.
현실이 좀 어렵더라도 미래에는 사회적 성공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도 있을 것이란 안정적인 기대조차 가지기 어려워지는 순간 이들은 버티는 힘을 잃게 된다. SNS를 통한 상호비교가 더욱 쉬워진 세상 속에서 위험한 모험을 감수하면 당신도 일확천금이 가능하다는 유혹은 이들 일부에게는 탈출구가 된다. 만일 사이버 불특정인의 유인으로 던지기 등 순간적인 부당이득에라도 노출되면 미지의 세계로 향한 유혹은 더욱 그럴 듯하게 보일 수 있다.
머튼(Merton)은 빈부격차 등 사회의 병리적인 구조가 구성원들에게 긴장을 유발시켜 범죄와 비행이 일어난다고 설명하였다. 특히 금전적 성공이라는 문화적 목표를 과잉 강조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제도적 수단에 의한 목표성취가 사실상 차단되어 있는 사람들은 불법적인 수단을 이용해서라도 목표에 도달하려는 압력을 받게 된다. 그 결과 범죄에 가담하게 되는 것인데, 그의 몇 십 년 전 이야기가 오늘날 캄보디아로 떠나 돌아오지 않는 청년들의 선택을 잘 설명해준다.
머튼은 사회가 공유하는 목표와 그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의 유무에 따라 사람들을 네 가지, 그리고 그런 틀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는 추가적인 한 가지 타입이 있다고 분류하였다.
첫째가 동조형인데 이들은 일탈이 아닌 유형으로서 이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문화적 목표를 받아들이며 동시에 그 목표를 실현시킬 합법적인 수단을 지닌 자들이다. 높은 학력과 안정적인 직업, 사회적 규범에 순응하는 유형으로서 극도로 해체된 현대사회에서도 잘 적응하는 사람들이다.
사회적인 목표도 그에 도달하려는 수단도 지니지 않은 유형을 머튼은 도피형이라고 불렀다. 이 유형에 속하는 개인은 목표와 수단을 모두 부인하는 타입으로서 소위 ‘자연인’이라는 TV 프로를 보면 가끔 이런 타입 중 가장 적응적인 사례들이 등장한다.
그리고는 의례형인데, 이들은 평범한 소시민형으로서 원대한 성공에 매달리기보다는 소시민적 생계수단의 유지에 몰입하는 타입들이다. 어쩌면 가장 다수를 차지할 수 있는 이들은 합법적인 수단의 사용에 급급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네 번째 타입이 바로 혁신형인데, 이들은 원대한 사회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불법을 감수하며 전통적인 삶의 수단을 거부한다. 도박이나 보이스피싱 등 비합법적인 수단을 통해서라도 사회적 목표로서의 성공을 취하려 한다. 그리고 어디에도 속해 있지 않는 반항형이 있는데, 혁명가들이 여기에 속한다.
지난 3년 동안 매해 3천여 명이 캄보디아로 떠나서 돌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이들은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각종 온라인 범죄를 저지르며, 심지어는 납치 인신매매 등을 저질러 일확천금을 노렸던 것으로 확인된다. 또한 마약 반입을 하는 루트로 확인되기도 하였는데, 수사당국은 이번에 입국하게 된 끄나풀들을 통해 해외 범죄조직을 일망타진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좌절하고 있는 청년층의 고통을 이해하고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동시에 필요할 것인데, 그렇게 하여야만 부당한 유혹으로부터 우리의 미래세대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