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웅칼럼] 호랑이의 날
동물 중 호랑이만큼 경외(敬畏)의 대상이 되는 것도 드뭅니다. 동양 문화에서 호랑이는 산짐승의 왕으로 제사의 대상이 되었으며, 악한 귀신을 물리칠 수 있고, 지혜와 용맹스러움과 힘의 상징으로 인식되었습니다.
종교적으로 인간의 효행에 감동하여 인간을 돕거나, 은혜를 갚는 영물로 대접했습니다. 불교 사찰에서는 산신각에 인간의 길흉화복을 관장하는 주재자로 모시기도 합니다. 민속과 무속에서는 호랑이를 산군(山君)으로 그려 놓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단군신화에도 호랑이의 존재가 등장하여 전해지고, 민간 속설로 영웅호걸의 대명사로 쓰이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우리 한반도를 호랑이가 대륙을 향해 포효(咆哮)하는 모습으로 형상화 하였습니다. 따라서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에 위치한 호미곶은 조선시대 풍수지리 학자 남사고가 한반도를 호랑이로 묘사하면서 이곳을 호랑이 꼬리, 즉 호미(虎尾)라 하여 명당으로 꼽았습니다.
더 나아가 호랑이는 교육기관에서도 학교의 상징적 동물로 호랑이를 선정하여 학생들에게 호랑이의 기상과 진취성과 도전과 지혜의 학생상으로 각인시키고 학교의 전통으로 계승시키고 있기도 합니다. 사회 단체나 기업의 상징으로, 상품의 상표로 디자인하여 브랜드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스포츠 종목에서는 상대방을 반드시 이겨야 하는 절체절명의 각오를 하고 경기에 임해야 하므로 팀의 상징도 상대방에게 위협이 되고, 정신적으로 임전필승으로 무장하라는 위압감을 주기 위해 호랑이를 팀이름으로 정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가정에서도 대문에 호랑이의 한자어 ‘호(虎)’자를 ‘용(龍)’자와 함께 양쪽문에 써 붙이어 액운을 막는 수호신으로 쓰기도 합니다. 고구려 고분 벽화에도 사신도를 방위별로 서쪽벽에 백호를 그려놓아 무덤 속의 주인공을 지키는 역할을 하도록 하였습니다.
또, 육십갑자 십이지의 세 번째로 호랑이가 자리잡고 있어 동양권에서는 태어날 때 띠를 평생 함께하며 살아갑니다.
연암 박지원 선생의 한문소설 ‘호질( 虎叱 )’에서는 호랑이를 주인공으로 설정하여 선비의 위선을 질책하고 있습니다. 반면 민화에서는 호랑이가 까치와 함께 웃으며 상생하는 친화의 존재로 대중의 사랑을 받기도 합니다.
호랑이는 범, 대충(大蟲), 산군, 갈범, 칡범, 산중호걸 등 다양하게 불리웠는데 ‘호랑이’는 한자인 호(虎)자와 랑(狼, 이리)자에 접미사 ‘이’를 붙여 호랑이로 굳어져 쓰이게 되었습니다.
포식자(捕食者)로 최상위권에 있는 동물 중 하나인 호랑이가 멸종위기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이 호랑이를 보존하고자 2010년 11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개최된 ‘호랑이 정상회담’에서 호랑이 서식지에 속하는 러시아, 중국, 인도네시아 등 13개국 정상들이 7월 29일을 ‘국제 호랑이의날(International Tiger Day)’로 정하였습니다.
2022년까지 개체수를 2배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였는데 2010년 3천200마리로 추정되었던 것에서 2024년 기준으로 약 4천500마리로 증가 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자뭇 호랑이의 나라로 불리는 우리나라는 조선시대 초기부터 조정에 바치는 호랑이 가죽 공납제도가 있어, 착호갑사(捉虎甲士)라 하는 호랑이, 표범을 잡는 전문 부대가 있어 호랑이 사냥으로 개체수가 지속적으로 줄어 들었다고 합니다.
그후 1633년 무안 현감 신집(1580~1639)의 보고서에는 각 고을이 해마다 호랑이 가죽 3장을 바쳤다고 합니다. 전국적으로 1년에 1천여 마리가 잡힌 셈입니다. 그리고 인조 때(1636) 12월 전국적으로 발생한 우역(牛疫)으로 소들과 사슴들이 많이 죽어, 호랑이의 먹잇감이 줄어들자 호랑이가 인가에 찾아 들어 가축을 잡아 먹게되고, 이에 호랑이 사냥으로 멸종의 길로 접어 들었다고 하겠습니다.
일제하에서도 호랑이는 계속 포획되어 1919에서 1924년사이 65마리를 잡았다고 하는데 1년에 평균 10여 마리 안팎 잡힌 것 같습니다. 여기에는 일본인 야마모토 타다사부로가 포수 30여 명을 정호군(征虎軍 )이라 하여 전국을 누비며 호랑이를 사냥했다는기록이 있습니다.
호랑이의 나라 대한민국이 호랑이는 신화와 전설로 그리고 동물원의 구경거리와 아이들 장난감과 굿즈로 놀이개감으로 전락 되었습니다. 나아가 호랑이는 사라지고, 하룻강아지들의 세상이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