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구에서 막아낸 전화기 너머의 덫, 농협 직원이 지킨 재산

고령 고객의 수상한 현금 인출, 작은 의심에서 시작된 대응 경찰 사칭 사기범의 거짓말, 신속한 112 신고로 무산 은행과 경찰, 지역사회가 함께 만든 금융 안전망

2025-11-03     김대성
농협 김유종 계장(사진 왼쪽)이 보이스 피싱 예방 공로로 권혁준 서장으로 부터 감사장을 받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농협성남시지부

지난 9월 4일, 성남의 한 농협은행 창구. 70대 여성 고객 A씨가 다급한 표정으로 1천 만 원 예금을 해지하고, ‘시골 친척에게 전달할 돈’이라며 1천 200만 원 현금 인출을 요청했다. 평소와 달리 큰 금액을 찾으려는 모습에 HN농협은행 황송지점 김유종 계장(31)은 순간 의심을 품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현금 대신 수표 발급을 권유했지만, 고객은 곧바로 지점 밖으로 나가 누군가와 통화를 이어갔다. 낯선 행동이었다. 김 계장은 직감적으로 ‘보이스피싱일 수 있다’는 생각이 스쳤다. 다시 대화를 시도한 끝에, 고객이 모르는 사람과 통화 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하자 그는 지체 없이 112에 신고했다.

경찰이 출동해 확인한 결과, A씨는 경찰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의 덫에 걸려 있었다. 사기범들은 ‘중국으로 송금하는 범죄’에 연루됐고, 은행 직원도 범인과 연관이 있다며 예금을 인출해오면 안전하게 지켜주겠다고 속이고 있었다. 만약 현금이 인출됐다면 평생 모은 재산이 한순간에 사라질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김 계장의 세심한 관찰과 신속한 신고, 그리고 경찰과 지점 직원들의 협조 덕분에 피해는 막을 수 있었다. 성남중원경찰서는 지난 30일 그의 공로를 인정해 감사장과 112 신고 포상금을 수여했다.

김 계장은 “평소 전기금융사기 사례를 숙지하고 고객을 세심히 살핀 덕분에 소중한 재산을 지킬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금융사기 예방을 위해 지역 공공기관과 연계한 교육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작은 의심에서 시작된 한 직원의 기지가 한 사람의 전 재산을 지켜냈다. 그리고 그 순간은 금융사기와의 싸움에서 은행과 경찰, 지역사회가 함께 만들어낸 값진 승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