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in] 이웅기 의왕시민학교 교장 “문해는 글을 읽는 법이 아니라 삶을 이해하는 힘입니다”
“문해는 글자를 익히는 공부가 아니라 삶을 다시 써 내려가는 과정입니다.”
이웅기 의왕시민학교 교장의 말에는 교육자로서의 따뜻한 확신이 묻어났다.
의왕시민학교는 초등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의왕시 최초의 성인 문해교육 기관으로, 중등 과정 확대를 준비하며 한글을 배우지 못한 어르신들에게 다시 배움의 기회를 열어주는 곳이다.
개교 5년 만에 2회 졸업식을 거쳐 총 16명의 초등 졸업생을 배출했으며, 올해 초에는 전국 문해 시화전에서 학생 6명이 수상하는 성과를 거뒀다.
“학생들이 상을 받고 나서 자신감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그전엔 ‘내가 해도 될까’ 망설이던 분들이 이제는 먼저 나서서 공부하고, 글을 쓰고, 발표까지 하세요.”
이 교장은 상보다 더 값진 건 학습자들의 변화라고 확신했다. 그의 목표는 단순한 한글 교육을 넘어선다.
“문해는 문자 해독에 그치지 않습니다. 요즘은 금융·정보·예술 문해 등으로 영역이 넓어지고 있죠. 저는 어르신들이 글뿐 아니라 그림으로, 스마트폰으로도 자신을 표현할 수 있게 돕고 싶어요.”
이 교장은 최근 ‘예술 문해교육’과 ‘정보화 문해교육’을 병행하며 학습 방식의 다양화를 시도하고 있다. 학생들이 직접 그림으로 감정을 표현하거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안내문을 읽고 따라 하는 방식이다.
“한 어르신은 관광지 안내문을 못 읽어 답답해했는데, 이제는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앱이 읽어주는 글을 따라 읽습니다. 그렇게 공부하면서 읽기 능력도 자신감도 함께 자라죠.”
아울러 학습자 수준에 맞춘 교재 개발도 직접 진행하고 있다.
이 교장은 “성인 학습자는 글을 읽는 과정 자체가 다르다”며, 받침 없는 낱말로 구성된 교재를 만들어 읽기 속도와 집중력을 높이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그는 “이 자료를 정식 교재로 만들어 더 많은 어르신들에게 도움을 드리고 싶다”고 희망했다.
특히 그는 “배움은 나이를 초월해 사람을 변화시킨다”며 “어르신들이 배움을 통해 더 당당해지고, 세상과 소통하며 웃는 모습을 보는 것이 교육자의 가장 큰 보람”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최고령 학습자가 86세인데, 은행에서 스스로 서명을 하고 ‘이젠 내 이름을 쓸 수 있다’며 울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이어 그는 한글을 배우고자 교실 문을 두드리는 어르신들에게 따뜻한 메시지를 전했다.
“배움은 단지 글자를 배우는 게 아니라 자신을 믿는 힘을 기르는 겁니다. 부끄러워하지 말고, 용기를 내 오시기만 하면 됩니다. 오시면, 웃음과 배움이 함께합니다.”
의왕시민학교의 교실은 오늘도 어르신들의 웃음소리와 함께 ‘두 번째 인생의 교과서’를 써 내려가고 있다.
김명철·손용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