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돋보기] 교육은 모든 아이들을 품어야

2025-11-05     이애형

얼마전 자녀를 대안교육기관에 보내고 있다는 한 지역주민을 만났다. 자신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힘들게 장사를 하며 꼬박꼬박 세금도 잘 내왔는데 정작 국가로부터 아무런 지원도 못 받고 있어 억울하다고 말했다. 특히 중학교까지는 의무교육이라 국가가 지원해 주어야 하는데 초6학년·3학년인 2명의 아이들 학비로 매달 200만원 정도를 내고 나면 생활비도 빠듯하다며 울상이었다.

필자가 자녀를 공교육에 보냈더라면 무상이었을텐데 부모 욕심으로 대안교육기관을 선택한게 원인 아니냐고 무심코 말했다가 오히려 지역주민의 울음만 터트리게 했다. 두 자녀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증상이 심해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일반 학교를 보냈다면 다른 아이들 수업도 방해할게 뻔한데 어떻게 보내냐며 다른 아이들의 놀림거리가 되느니 아이들이 안전할 수 있도록 대안교육기관에 보내게 되었다는 것이다. 즉 자신에게 있어 대안학교는 대안(代案, alternative)이 아닌 대안(大安, safe) 이었다는 것이다.

지역주민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명색이 교육행정위원장이라면서 필자 자신도 그동안 공교육 범주 안에 있는 학생들에게만 시야를 고정해 왔던 건 아니었는지, 또 공교육이 제공할 수 없는 서비스를 찾아 나설 수 밖에 없는 학부모들에게 스스로의 선택이라는 이유로 아무런 지원도 하지 않고 모든 교육비용을 올곧이 학부모에게 전가시키는 것이 과연 지금의 시대정신에 맞는 것인지 고민하게 했다.

전국 학생의 28%가 재학하고 있는 경기교육에서 공교육 밖에 나가 있는 학업중단학생 수는 2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이들 중 절반인 1만 명의 학생들이 대안교육기관에 재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경기도 내에는 200여 개의 대안교육기관이 존재하는 가운데 그 중 경기도교육청에 등록된 대안교육기관은 70여 곳 정도다.

지난 10여 년간 지방교육자치가 꽃 피우면서 학교만큼 천지개벽이라 할 만큼 교육복지가 확대된 영역은 없다. 지금의 학교는 ▶초·중·고 무상급식 ▶초·중·고 무상교육 ▶중·고 교복지원 ▶고 수학여행경비 지원 ▶초·중·고 태플릿 PC 지원 ▶고 학원비 지원 등 이제는 학교에 돈을 납부해야 하는 경우가 드물 정도로 지원 규모가 확대되었다. 하지만 이 모든 지원은 오직 학교 안에 있는 학생들에게나 제공되는 복지일 뿐, 학교 울타리를 벗어난 동일연령대의 학교 밖 학생들에게는 그림의 떡인 상황이다.

이 같은 차별은 비단 미인가대안학교라는 대안교육기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인가를 받은 대안학교라 할지라도 학부모가 선택했다는 이유만으로 교육청의 각종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아 학부모의 등골을 휘게 만드는 것도 문제다.

그동안 교육청은 학교 안과 밖을 철옹성처럼 구분해 왔다. 학교에 재학하는 학생들은 우리 아이들이니 지원하지만 학교를 그만두고 나가면 우리 소관이 아니니 지자체가 알아서 할 일이라는 편의주의적 사고가 지배한다. 교육청이 공교육 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된 기관의 한계가 있다 보니 공교육 밖에 또 다른 교육기관이 있음을 인정하기란 쉽지 않은 모양이다.

필자가 위원장으로 있는 교육행정위원회는 지속적으로 교육청의 담대한 변화를 주문해왔다. 전국에서 가장 진일보한 세부 지원사항을 담아 ‘대안교육기관 지원 조례’를 제정하였고, 예산안 심의에서 증액을 통해 대안교육기관에 대한 교육비 지원을 시작했으며, 위원회가 직접 공식적으로 대안교육기관을 방문하여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했다. 모두가 이제는 우리 아이들을 함께 품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교육청과 함께 나누고 고민하기 위해서였다.

위원회가 던진 신호탄은 이제 경기교육에서 차츰 스며들며 배어들고 있다. 위원회가 직접 증액했던 예산은 올해 교육청의 자율 편성 예산으로 되돌아왔고, 교육프로그램비 지원에서 시작되었던 예산지원 항목도 올해부터는 안전공제회비, 학습준비물비, 학생급식비 등으로 다양화되었다.

아직은 공교육에 견주어볼 때 미약한 수준이지만 대안교육의 역사가 오래된 서구에서도 공교육 대비 70%의 지원수준에 이르기까지 5~60여년이란 시간이 소요되었음을 감안해 본다면 이제 우리네 저력으로 모든 아이들이 행복하게 원하는 교육을 마음껏 받을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노력을 서두를 때이다.

이애형 경기도의회 교육행정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