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 디엠지 나이트

2025-11-06     이준도
디엠지나이트

디엠지 나이트
백금남 / 피플워치 / 308쪽

“DMZ라는 이 웅덩이. 이 웅덩이가 요구하는 것은 규정지어진 삶이다. 이념, 규율, 통제 반복되는 일상. 그렇게 진자처럼 움직이는 삶이다. 이념의 도구. 그렇지 않고는 체제가 성립되지 않는다.” 본문 중에서

삼성 문학상, KBS 문학상, 민음사 올해의 넌픽션상을 수상한 백금남 작가가 금기의 땅 DMZ에서 사나이들의 목숨을 건 사투를 그린 소설을 출간했다.

저자는 DMZ라는 장소를 단순한 지리적 경계가 아닌 고통을 품고 동시에 회복을 꿈꾸는 살아있는 존재로 그린다.

이 소설은 분단의 상징인 DMZ가 더 이상 관념의 세계가 아닌 현실의 무대로 가져와 단순한 경계가 아님을 여실히 보여준다.

작품은 한반도를 몸은 하나인데 머리 두 개인 용 즉, 일신이두(一身二頭)의 용(龍)에 비유하며 DMZ를 용의 역린으로 바라본다. 저자는 금기의 공간이자 단절이자 연결의 공간이기도 한 역린을 인간 본성의 무대로 재해석한다.

작 중 인물들은 그 금기의 틈인 이두룡(二頭龍) 비늘의 틈 속에서 체제와 본능 사이 흔들리는 인간의 진자(振子) 리듬을 묘사한다. 비늘과 비늘 사이는 곧 존재와 존재 사이의 리듬으로 작품에서는 그 속에서 녹아 흐르는 인간이 가진 삶에 대한 열망이 드러난다.

“체제의 충돌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무대를 통해 한반도의 고통과 회복을 그리고 싶었다”고 작품 취지를 설명하는 작가는 개인들의 서사를 통해 “사상과 철학만으로 진실한 사랑의 서사에 닿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건넨다.

최전방 군부대에서의 사실적이고 적나라한 군부대 삶의 묘사는 독자의 몰입을 높이는 요소다. 거대한 체제와 조직 아래에서 개인으로 존재하며 본성과 감정을 드러내는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지나치고 외면한 현실적인 숙제를 상기시킨다.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절박한 생존의 몸짓으로 인물들이 건네는 질문은 명확하다. “왜 죽고 사는가?”

작품 속 인물들의 선택은 관찰자 시점에서 바라봤을 때 광기 어리고 다소 무모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생사의 본능적 진실이 숨 쉬고 있으며, 거부할 수 없는 현실에서 부유하는 인간의 본능이자 벗어날 수 없는 메타포적 행위로 비춰진다.

작가는 “아픔 없이 하나가 될 수 없다”고 설명하며 개인의 서사에서 오랜 시간 지속돼 온 분단의 상처가 아물 수 있는 키워드를 암시한다.

분단이라는 거대한 상처를 신화적 상징과 인성으로 풀어낸 이 책에서 “왜 죽고 사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에 대해 자명한 대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준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