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출입증 발급 2년 중단… 동두천 걸산마을 통행·재산권 위기
걸산마을, 미군기지 통행 제한 2년째 지속 신규 전입 주민 4명 출입증 미발급 주민들 “재산권 침해” 불만 제기 동두천시 “정부 차원 협의 필요”
새 정부 출범 후 동두천시 걸산마을 주민들은 미군기지 관련 갈등이 풀릴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 기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주한미군 용산-케이시 기지사령부가 신규 전입 주민의 출입증(패스) 발급을 2년 넘게 중단하면서, 주민들의 불편은 물론 재산권 침해까지 이어지고 있어서다.
새 정부 출범 당시 주민들의 “이제는 미군기지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는 희망은 실망으로 바뀌고 있다.
6일 중부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걸산마을은 미군 캠프 케이시 내부를 통과해야만 시내로 나갈 수 있는 특수 지역이다. 패스가 없으면 폭이 좁고 경사가 가파른 임도(산길)를 이용해야 하는데, 비나 눈이 오면 사실상 통행이 불가능하다. 현재 4명의 신규 전입자가 패스를 받지 못한 상태다.
서재수 보산7동 통장(80세)은 “시와 도, 국무총리실까지 건의했지만 결국 해결이 안 됐다”며 “새 정부에서도 ‘곧 풀릴 것’이라는 말만 들었다. 기대했던 만큼 실망도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다 마을이 사라질 수도 있다”며 “케이시 정문을 차로 막아버리든, 주민들이 직접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신규 전입자 B씨(60대)는 “공기도 좋고 조용해 내려왔는데, 패스가 안 나온다는 건 생각도 못 했다”며 “기존 주민은 되고 신규 전입자는 안 된다니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시에서 지속적으로 정부에 어필해도 바뀌는게 없다면 주민들 입장에서는 (정부가) 손 놓고 있는 모양새”라며 “패스를 주지 않겠다면 외곽도로라도 내야 한다. 이제는 중앙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 주민 C씨(50대)는 “패스가 있어도 집을 팔 수가 없다”며 “패스 불안이 있는 마을에 누가 오겠느냐. 재산권이 사실상 묶였다”고 호소했다. 그는 이어 “사령관이 바뀔 때마다 규정이 달라지고, 그때마다 주민들은 눈치를 봐야 한다”며 “이게 2025년 대한민국에서 있을 일인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동두천시 관계자는 “지난달 29일 미2사단으로부터 신규 전입자 패스 발급 거부 사실을 전해들었다”며 “현재 4명이 신규 패스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대체도로는 미군 반환 예정 부지로 시 단독 추진이 어렵다. 정부 차원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시는 주민들과 뜻을 같이하기 위해 행정기관용 패스 17장을 미군 측에 반납할 계획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행정은 의지를 보여주지만, 결국 정부가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방부는 현재 관련 상황에 대해 구체적 답변은 내놓지 않고 있다.
정권이 바뀌고 사령관이 바뀌어도 걸산마을의 현실은 그대로다. 주민들은 오늘도 험한 산길을 따라 시내로 향한다.
그들이 바란 것은 거창한 개발이 아니라, 단지 ‘집으로 들어가는 길’이었다.
이석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