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 야외활동 많은 11월, 진드기 감염병 주의하세요
고열·구토 증상 있으면 즉시 병원 찾아야 기후변화로 진드기 활동기 길어진 탓 백신·치료제 없어 예방이 최선의 방어책
겨울의 차가운 바람이 조금씩 불어오기 시작하지만 11월까지는 진드기의 활동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야외활동시 주의해야 한다.
11월까지는 낮 기온이 진드기가 왕성하게 활동하는 10~15℃ 수준으로, 진드기가 옮기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과 쯔쯔가무시증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기다.
11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서 신고된 SFTS 환자는 220명(잠정)으로, 2020년 이후 5년만에 가장 많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통계상 가장 환자가 많았던 해는 272명이 신고된 지난 2017년이며, 연평균 200명 안팎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SFTS는 참진드기에게 물려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질환으로, 고열과 구토 등의 증상을 동반하며 심할 경우 혈소판과 백혈구가 감소하며 사망에 이르게 하기도 한다. 치명률은 약 18.5%로 매개체 전파 감염병 중 가장 높은 편에 속하지만, 현재까지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어 예방이 최선의 방어책인 질환이다.
보통 4월부터 환자가 발생하기 시작해 10월에 가장 많이 발생하고 11월까지도 이어지기 때문에 올해도 환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
SFTS 환자의 절반 이상은 논이나 밭에서 일하다가 감염되며, 70세 이상 고령 환자가 전체 환자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올해 SFTS 환자가 많이 발생한 원인은 기후 변화로 진드기의 활동기가 길어진 탓으로 추측된다. 질병청에 따르면 진드기 개체 수가 급격히 늘어나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다른 대표적 진드기 매개 감염병인 쯔쯔가무시증도 올해 들어 현재까지 619명이 발생했다.
쯔쯔가무시증은 오리엔타 쯔쯔가무시(Orientia tsutsugamushi)라는 세균을 보유한 털진드기 유충에 물려 감염된다. 털진드기는 초가을에 부화 후 9월 말부터 출현하며, 10~20℃의 선선한 초가을 날씨인 10월 중순 이후 급격히 증가한다.
감염 시 1~3주의 잠복기 후 오한, 발열, 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고열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아 자칫 환절기 감기 증상으로 오인하기 쉽다. 초기 항생제 치료 시 빠른 회복이 가능하지만, 방치할 경우 폐렴이나 뇌수막염, 신부전 등 중증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조기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SFTS나 쯔쯔가무시증 등 진드기 매개 감염병에 대한 가장 좋은 예방법은 진드기에게 물리지 않는 것이다.
야외 활동이나 농지 작업 시에는 긴팔과 긴바지, 양말을 착용해 피부 노출을 최소화해야 하며, 진드기 기피제를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한, 풀밭에 바로 앉거나 눕는 행동을 피하고, 야외 활동 후에는 즉시 샤워하며, 옷도 세탁해야 한다. 특히, 진드기가 많이 서식하는 지역에 대한 방문도 가급적 자제하는 것이 좋다.
만약 진드기에게 물렸다면 진드기를 억지로 떼어내거나 손으로 잡아당기는 행동은 절대 금물이다. 억지로 떼 낼 경우 진드기 사체 일부가 피부에 남아있을 수 있기 때문에 병원을 방문해 깨끗하게 제거하는 것이 좋다.
윤영경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진드기 매개 감염병은 감기와 증상이 비슷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며 “야외 활동 후 1~3주 이내에 구토, 설사, 두통, 고열과 같은 증상이 발현되면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해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어 “최근 기후 변화로 진드기의 활동 시기가 점점 길어지면서 감염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예방 수칙을 생활화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백신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