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크레아티닌 수치 상승’ 콩팥 이상 신호일까?
건강검진 결과지를 받았는데 ‘크레아티닌 수치 높음(H)’이라고 표시돼 있다면 누구나 깜짝 놀랄 수 있다. “콩팥(신장)이 나쁜 걸까?”, “혹시 투석까지 해야 하는 건 아닐까?”와 같은 걱정이 앞서는 것이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하지만 한 번의 검사에서 크레아티닌 수치가 높다고 해서 무조건 콩팥 질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크레아티닌은 근육의 활동 과정에서 생기는 노폐물로, 대부분 콩팥을 통해 소변으로 배출된다. 혈중 크레아티닌 수치는 콩팥 여과 기능의 지표로 사용되는데, 크레아티닌 수치가 높다는 건 콩팥이 노폐물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수치 하나만으로 콩팥 건강을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근육량이 많은 젊은 남성이나 운동선수는 크레아티닌 수치가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다. 고단백 식사를 한 직후, 또는 검사 전 충분한 수분 섭취를 안 했거나 격렬한 운동을 한 경우에도 일시적으로 수치가 상승할 수 있다. 이 경우 검사 수치가 기준보다 약간 높더라도 정상적인 변동 범위일 수 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콩팥 질환을 의심할 수 있어서 추가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크레아티닌 수치가 반복적으로 상승하거나, 이전 검사와 비교해 수치가 점점 증가하고 있는 경우, 소변 검사에서 단백뇨나 혈뇨가 동반된 경우, 추정 사구체여과율(eGFR)이 60mL/min/1.73㎡ 미만으로 낮게 나오는 경우 등이다. 특히 고혈압, 당뇨병, 만성콩팥병을 이미 앓고 있는 환자라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크레아티닌 수치를 해석할 때는 반드시 사구체여과율이라는 계산 값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사구체여과율은 나이, 성별, 혈중 크레아티닌 수치 등을 반영해 콩팥이 1분에 얼마나 많은 혈액을 걸러낼 수 있는지를 계산한 지표로, 실제 콩팥 기능을 더 정확히 보여준다. 이 수치가 낮아질수록 콩팥 기능이 저하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 외에도 소변의 단백뇨나 미세알부민뇨 검사, 혈압 및 혈당 측정, 신장 초음파 또는 영상 검사 등도 콩팥 질환의 감별에 도움이 된다.
중요한 것은 한 번의 수치만으로 결론짓지 말고 이전 수치와 비교하고, 다른 검사 결과와 함께 종합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검진 결과지를 보고 걱정된다면, 가까운 신장내과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평가와 상담을 받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콩팥은 ‘조용한 장기’이다. 이상이 생겨도 증상이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조기 발견과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기적인 검진을 받고, 균형 잡힌 식사와 규칙적인 운동, 혈압·혈당 관리와 적절한 수분 섭취를 하는 등 건강한 생활습관을 실천한다면 콩팥 건강을 지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