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활동 날개’ 수원 새빛펀드 2년 만에 7천600억원 결성… “기초지자체 최대”
지난달 말 경주 APEC 당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주도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 한미 재계 거물 세 사람이 치킨집에서 모인 이른바 ‘치맥 회동’이 전 세계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엔비디아는 현재 시가총액 4조5천억 달러가 넘는 초거대 기업이지만, 30여 년 전에는 신생 기업에 불과해 벤처 펀드의 투자를 받아 왔다. 수원시 역시 발상과 기술력을 갖춘 지역 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고자 ‘수원기업새빛펀드’를 통해 투자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자금난 해소 마중물 ‘수원기업새빛펀드’
수원시 영통구에 본사를 둔 ㈜엠비디는 창업 10년 만에 기술특례상장을 눈앞에 두고 있는 바이오 기업이다. ‘3D 세포 배양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인 맞춤형 항암치료의 정확도와 효율성을 향상하는 기술을 확보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대내외적 경제 위기가 고조되면서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마지막 투자 유치에 난항을 겪게 됐다.
그러던 중 지난 7월 수원기업새빛펀드의 투자를 확정받아, 벤처 투자의 마지막 단계인 ‘시리즈C 라운드’에서 165억 원의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 여러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게 된 ㈜엠비디는 최근 기술성 평가를 통과하고 특례 상장을 위한 절차를 준비 중이다. 차세대융합기술원 건물 2개 층을 임대해 운영하던 ㈜엠비디는 수원에 사옥을 짓고 연구소까지 확대할 계획으로 지난 9월 시와 투자협약도 맺었다.
첫 투자 기업 코아칩스, 사업 확대 이어 정부 국책 참여
온실가스 저감 해결 기업 '갭텍' 기업 IR데이 2기서 대상
인력 보충 위한 신규 채용으로 일자리 창출 효과 보답
새빛펀드가 첫 번째로 투자한 ㈜코아칩스 역시 새빛펀드 덕분에 안정적으로 기업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권선구에 본사를 둔 ㈜코아칩스는 전원 없이 작동하는 무선 센서와 플랫폼으로 주목받았다. 지난해 고속열차 관련 시스템의 대규모 수주를 받았으나 자금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던 중 새빛펀드로부터 30억 원을 투자받게 됐다. 여력을 되찾은 회사는 신규 개발 사업에 착수, 사업 영역을 확대하면서 정부 국책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펀드 통해 2~3계단 한번에 ‘점프’”
수원기업새빛펀드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 기업이 더 높이, 더 멀리 뛸 수 있도록 기회와 자금을 지원한다. ㈜갭텍은 지난 2022년 권선구에 설립 이후 3년여 만에 새빛펀드의 투자로 기술 검증 기회와 업계의 관심을 동시에 얻었다.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 특허 등을 기반으로 온실가스 저감 해결책을 제공하는 ㈜갭텍은 지난해 9월 수원시가 마련한 ‘기업IR데이 2기’에 참여해 대상을 받아 투자자들에게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지난 5월에는 새빛펀드로부터 10억 원의 투자를 받아 기술 상용화를 위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인력 보충을 위한 신규 채용도 활발하게 이어가고 있다. 수원의 도움으로 성장한 기업이 수원에 일자리 창출 효과를 돌려주며 상승 효과를 창출하는 셈이다. ㈜갭텍 관계자는 “새빛펀드는 기업이 2~3계단을 한번에 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줬다”며 “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수원시 덕분에 규모가 큰 투자자를 만날 수 있어 감사하다”고 했다.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새빛펀드 투자를 받은 수원 기업도 있다. 영통구에 지점을 둔 A사는 고속 3D 프린팅 솔루션과 기술 개발 능력을 기반으로 지난해 5월 재도약펀드(5호 새빛펀드)의 투자를 받았다. 이후 1년여 만인 지난 9월 같은 운용사가 1.6배 규모의 재투자를 결정했다. 이로 인해 기업의 성장을 모색하는 동시에 새빛펀드의 첫 후속 투자 기업으로 기록됐다.
◇19개사에 315억… 약정액 ‘초과’ 달성
민선8기 공약사업으로 추진된 수원기업새빛펀드는 3천149억 원 규모로 조성됐다. 당초 목표했던 1천억 원의 3배를 웃도는 규모다. 수원시는 5개 분야별 펀드에 총 100억 원을 출자하고, 새빛펀드는 총 265억 원을 수원 기업에 투자하기로 약정했다. 새빛펀드는 지난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기업 투자를 시작해 지난달 말까지 1천968억 원을 투자해 62.5%의 소진율을 기록 중이다.
지난달 말까지는 19개 수원 기업에 의무 투자 약정액을 웃도는 315억4천만 원의 투자가 완료됐다. 전체 규모의 60%가 운용된 가운데 의무 약정액은 119%를 넘겼다.
기술력을 갖춘 우량한 기업들이 수원에서 미래를 구상하는 계기도 마련됐다. 서울, 제주 등 타 지방자치단체에 본사를 둔 4개 기업이 새빛펀드 투자를 기점으로 수원에 본점을 이전하거나 공장이나 연구소를 설립했다. 또 5개 기업은 수원에 지점과 연구소 설립을 약속하고 이전을 추진 중이다.
시는 지역 기업이 더 많은 투자 유치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수원기업 IR데이 수원.판(PANN)’ 행사를 지속적으로 개최했다. 이를 통해 2년간 총 58개 기업이 투자자를 만날 수 있었다.
민선 8기 공약 추진 수원 새빛펀드 3천 149억 규모 조성
2024년초부터 지난달 19개 기업에 315억4천만원 투자
1차 출시 이어 2차 펀드 조성 8개 운용사와 업무협약
◇2차 새빛펀드로 혁신 기업 키운다
수원기업새빛펀드의 효과를 확인한 수원시는 추가 펀드를 출시하기로 결정했다. 1차 펀드 출시 1년여 만에 2차 펀드 조성을 검토하기 시작, 지난달 21일 8개 운용사와 업무 협약을 맺었다. 현재까지 예상 규모는 최소 4천455억 원 이상이다. 시는 2차 펀드 규모가 1차보다 1.5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2차 새빛펀드 규모가 확대된 것을 두고 시는 큰 규모의 운용사들이 수원기업새빛펀드에 주목하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지난해 기준 1조 원 이상 벤처펀드를 운용하는 투자사 2곳이 2차 새빛펀드에 참여했다. 일례로 SV인베스트먼트는 소재부품장비 분야 출자를 위한 2천억 원 펀드 조성을 목표로 조합 결성을 진행하고 있다.
2차 새빛펀드는 신규 사업자를 폭넓게 지원하기 위해 운용사 구성의 변화를 모색했다. 사업성을 검증받은 기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탈(VC) 분야를 4개로 유지하면서 초기 기업에 소규모로 투자하는 액셀러레이터(AC) 분야 2개 운용사를 추가했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벤처 또는 스타트업에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해 경영과 판로 개척에 대한 상담 등 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AC 운용사들은 ‘수원기업IR데이.판’에서 발굴된 기업에 의무적으로 투자하는 장치도 마련했다.
1~2차 새빛펀드 운용으로 시는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최대 규모를 운용하는 도시로 우뚝 섰다. 2년 만에 총 11개 조합 7천600억 원 이상의 기업 지원 펀드를 결성했다.
이재준 수원시장은 “2차 펀드는 혁신 기업이 안정적으로 투자받고 성장할 수 있는 든든한 동력이 돼 줄 것”이라면서 “기업이 투자하고 일자리가 늘어나는 ‘선순환 경제도시 수원’을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강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