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 이러다 큰일난다

2025-11-13     중부일보

수도권 생활폐기물의 직매립 금지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정작 폐기물 처리 방안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법 시행이 다가와도 정작 현장에서는 예산도, 계약도, 시설도 준비되지 않은 채 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 문제는 단순히 쓰레기 처리의 행정 절차가 아니라, 지방정부의 정책 신뢰와 국가 환경정책의 일관성을 시험하는 중대한 시금석이다. 직매립 금지는 이미 예고된 변화였다. 2021년 개정된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은 수도권은 2026년부터, 전국은 2030년부터 생활폐기물의 직접 매립을 전면 금지하도록 명시했다. 이유는 명확하다. 수도권매립지는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매립 중심의 폐기물 처리 방식이 초래하는 환경오염은 더 이상 감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서울과 경기도는 지난 4년간 주민 반대에 밀려 단 한 곳의 신규 소각장도 건설하지 못했다. 준비 없이 시간만 흘려보낸 결과 이제는 유예해 달라는 요구만 반복하는 형국이다. 물론 지방정부의 어려움도 있다. 폐기물 처리의 실무를 담당하는 기초지자체들은 민간 위탁 시 비용이 공공시설의 두 배에 달한다며 예산 편성조차 못한 채 발만 구르고 있다. 입찰과 계약에만 한 달 이상 걸리는데 정부 결정이 늦어지면서 행정 공백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칫 수거 대란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결코 과장이 아니다. 반면 인천시는 더 이상 서울과 경기의 쓰레기를 받을 수 없다며 단호하다.

인천은 그동안 수도권매립지를 통해 서울·경기 지역의 폐기물을 떠안아 왔다. 매립지 포화로 인한 환경 피해를 고스란히 감내해 온 지역의 입장에서는, 유예 요구가 또다시 ‘책임 떠넘기기’로 비칠 수밖에 없다. 인천의 반대는 정책 신뢰와 지역 자존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처럼 서울·경기·인천이 각자 이해관계에 매달리며 엇박자를 내는 동안, 정작 폐기물은 그대로 쌓여간다. 환경부(현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조율 중이라 하지만, 결론이 늦어질수록 현장 혼란은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유예냐, 강행이냐’의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중간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다. 예컨대 일정 기간 한시적 유예를 허용하되, 그 기간 동안 지자체별 소각장 건설 로드맵과 이행 점검을 의무화하는 방식이 고려될 수 있다.

근본적으로는 쓰레기 감축과 처리시설 확충을 병행하는 장기 대책이 필요하다. 단순히 소각장을 더 짓는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폐기물 발생 자체를 줄이는 정책, 재활용 선별 시스템의 고도화, 전처리시설 확충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 또한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인센티브도 강화해야 한다. 기피시설에 대한 지역 지원, 환경기금 조성, 지역상생형 보상체계 등이 마련되지 않으면 소각장 건설은 앞으로도 매번 주민 반대에 가로막힐 것이다. 정부 역시 손을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쓰레기를 어디에 묻을지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가 그것을 얼마나 책임 있게 다루려 하는가에 있다. 수도권의 폐기물 정책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실의 과제여서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