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아암물류2단지 화물주차장 갈등, 상생의 길 찾아야
인천항 물류의 핵심 거점인 아암물류2단지에 조성된 화물차 주차장이 수년째 개장을 하지 못하고 있다. 대지면적 5만㎡, 402대가 주차 가능한 이 시설은 약 50억 원의 예산이 투입돼 지난 2022년 말 준공을 마쳤지만, 주민 반대와 정치권의 눈치 보기로 행정 절차가 지연되면서 지금까지 문을 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대법원이 인천항만공사의 손을 들어주며 모든 법적 분쟁이 마무리됐지만, 주민들의 반발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 주차장은 지난 2008년 인천시와 국토해양부가 물류 인프라 확충 계획을 수립하면서 추진된 장기 사업이다. 2014년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아암물류2단지 실시계획 승인을 고시한 뒤 2020년 인천시와 연수구가 시행한 ‘화물차 주차장 입지 최적지 선정 용역’ 결과, 현재의 아암물류2단지 부지가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오랜 검토와 행정 절차를 거쳐 조성된 인천항의 핵심 기반시설인 것이다. 그러나 주차장 운영에 필요한 가설건축물(운영동·화장실 등) 축조 신고가 주민 민원을 이유로 인천경제청에 의해 세 차례 반려되면서 주차장 개장이 막혀버렸다. 주민들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유정복 인천시장과 이재호 연수구청장에게 화물차 주차장 폐지 공약을 받아냈고, 지역구 국회의원인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의 주차장 폐지 동참을 이끌어냈다. 결국 시장, 구청장, 국회의원 등 표심을 의식한 정치인들이 앞장서 주차장 개장을 막아서면서 수십억 원을 들인 주차장은 ‘개점휴업’ 상태로 수년째 방치돼 있는 상황이다.
이에 인천항만공사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1·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최종 승소했다. 법원은 “법령상 요건을 충족한 신고를 민원만으로 거부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화물차 통행제한구역 지정과 주거지역과의 이격거리를 감안하면 안전사고나 환경피해 우려는 객관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주민들이 우려하는 불안을 단순히 ‘이기주의’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대형 화물차가 오가며 발생할 수 있는 소음과 매연, 사고 위험에 대한 걱정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생활 속 불안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우려가 충분히 설명되고 해소될 기회를 행정이 제때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정치권 역시 표심을 의식해 주민 편에 서는 모습을 보이며 행정의 신뢰를 더욱 약화시켰다. 그 결과, 공공시설의 적법성과 행정의 일관성이 흔들리고 말았다.
이제는 모두가 지쳤다. 주민들은 불안을, 화물차 기사들은 생업의 불편을, 행정기관은 불신의 상처를 안았다.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옳고 그름의 논쟁을 넘어 ‘함께 사는 길’을 찾아야 한다. 법원의 판결로 행정 절차의 정당성은 이미 확인됐다. 이제 필요한 것은 주민들이 우려하는 불안을 줄이는 현실적인 보완책 마련이다.
주차장 주변에 방음벽이나 조경시설 등을 설치하고 화물차의 통행 시간과 동선을 철저히 관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또한 아암물류2단지 주변에 무단 방치된 컨테이너 섀시 등 불법 주차 단속을 강화해 쾌적한 도로 환경을 조성한다면 화물차 주차장에 대한 주민 인식도 달라질 것이다. 이와 함께 주민과 화물차 기사, 행정이 함께 참여하는 ‘상생협의체’를 구성해 운영 방식과 불편 사항을 지속적으로 조정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주민이 직접 관리와 점검 과정에 참여한다면 불신은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화물차 주차장은 인천항의 물류 효율을 높이고 불법 주차를 줄여 도심의 교통 혼잡과 환경피해를 예방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주민에게 돌아오는 이익도 적지 않은 셈이다.
아암물류2단지 화물차 주차장 갈등은 법과 감정, 행정과 정치, 주민과 산업이 충돌한 복합적인 문제다. 그러나 이 갈등은 상생으로 풀어야 한다. 주민이 화물차 통행에 따른 안전사고나 환경피해 없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화물차 기사들이 불법 주차가 아니라 정당한 공간에 주차하고 일할 수 있도록, 행정이 다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수년간 멈춰 선 이 화물차 주차장이 이제는 ‘갈등의 상징’이 아니라 ‘공존의 출발점’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김원용 인천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