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가 간다] 저성장·AI시대 기업 생존 열쇠는 ‘안정적 민첩성’
한은 기준금리 동결…성장률 0.9% 전망 내수 부진 속 '일다운 일' 복원 확산 AI와 사람의 공진화가 경쟁력으로 부상
세계 주요국이 경기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통화 완화로 선회하는 가운데, 최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올해 기준금리를 2.5%로 동결하였으며, 8월에 발표된 경제전망에서는 올해 성장률을 0.9% 수준으로 제시했다.
수출 회복과 물가 안정세가 맞물리면서 완만한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내수 회복은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판단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당분간 완화적 기조를 유지하되, 물가 둔화 속도를 면밀히 관찰하며 금리 인하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거시경제 환경은 기업의 인사·조직 전략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기 회복의 불확실성 속에서 인력 감축보다 유연한 재배치와 업무 설계 개선에 초점을 맞추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불확실한 경제 환경일수록 구성원의 안정감을 확보하면서도 조직의 전환 속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주요 대기업들도 프로젝트 단위의 유연한 팀 운영과 내부 인재 시장을 도입하며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이른바 ‘일다운 일’을 복원하려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인공지능(AI)이 업무 전반에 확산됐지만, 불필요한 보고와 회의, 이메일 처리 등 비핵심 업무가 여전히 조직의 효율을 떨어뜨리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기업은 ‘무(無)회의 시간’과 ‘집중 근무 블록’을 도입하고, 개인의 탐구와 학습 시간을 성과지표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업무의 양보다 결과의 질을 중시하는 평가제도로 전환하면서, 구성원의 몰입도와 자율성 역시 높아지고 있다.
또한, AI 확산은 인사제도의 가치 제안(EVP, Employee Value Proposition)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이제 구성원들은 단순한 급여나 복지보다 ‘AI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가’를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 기업들은 ‘스킬 여권(skill passport)’ 제도를 도입해 구성원이 자신의 기술 역량을 기반으로 프로젝트를 자율적으로 선택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AI 기술은 단순한 효율화 도구가 아니라 인간 역량을 확장하는 협업 파트너로 자리 잡고 있다.
이와 함께 능력 기반의 인사관리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학력이나 직무가 아닌 구체적 기술 역량이 채용과 배치, 승진의 중심 기준이 되고 있다. 구성원은 수직적 승진보다 수평적 경력 확장을 통해 성장하며, 조직은 일·사람·기술을 재조합해 변화에 대응하는 유연성을 확보한다. 이는 구성원에게는 경력의 안정성을, 조직에는 빠른 전환 능력을 제공하는 구조로 작동한다.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이 저성장 시대를 돌파하기 위해 세 가지 방향을 명확히 잡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첫째, AI 기술과 사람의 협력을 통해 업무의 의미와 효율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 둘째, 분기 단위의 프로젝트 운영모델을 정착시켜 조직 전체가 빠르게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 셋째, 능력 중심의 평가체계를 통해 고객가치와 협업 품질, 의사결정 속도를 새 성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2025년 인사조직의 본질은 예측 가능한 안정성과 새로운 시도에 대한 잠재력을 동시에 추구하는 데 있다. 일의 본질을 다시 설계하고, 조직을 결과 중심의 네트워크로 전환하며, AI와 사람의 공진화를 핵심 가치로 제시하는 기업만이 변화의 파고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저성장과 불확실성이 일상이 된 시대, ‘안정적 민첩성’은 더 이상 모순된 개념이 아니다. 이제 그것은 기업의 생존을 결정짓는 새로운 표준이며, 2025년의 인사조직 전략은 ‘빠름’이 아닌 ‘지속 가능한 속도’를 찾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