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 돌진 경로 곳곳 적치물… 부천제일시장 ‘황색선 무시’ 참사 키웠다

소방차 진입로 침범한 적치물 다수 확인 돌출 진열대 충돌로 피해 범위 확대 전통시장 전반 구조 개선 필요성 대두

2025-11-16     최진규
지난 15일 오전 광명전통시장에서 황색 적치경계선을 넘어 진열대와 적치물들이 설치돼 있다. 최진규기자

부천시 부천제일시장에서 트럭돌진 사고로 21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트럭의 돌진 경로상에 소방차 진입로를 표시하는 적치물경계선인 황색선을 넘어 설치된 진열대 등이 피해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돌출된 적치물과의 충돌로 핸들 제어가 더욱 어려웠을 것이라는 관측에 더해 충돌 후 비산된 파편이 2차 피해로 연결됐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16일 중부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도로 폭이 4m가량에 불과한 부천제일시장의 통행로에는 소방차가 진입하기 위한 최소 도로 폭인 3m가량을 확보하기 위해 황색 적치물경계선이 그려져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각 점포마다 진열대를 설치하거나 적치물을 방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제일시장 상인들이 입은 트럭 돌진사고 당시 재산피해의 대부분은 황색 적치경계선에 걸쳐서 설치된 돌출 진열대 등의 파손이었다.

사고 당시 시장 내부 모퉁이에서 영업하던 한 붕어빵 노점은 황색선을 살짝 넘어서 영업에 필요한 물품 등을 보관 중이었다.

트럭 돌진 사고로 21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지난 13일 오후, 부천제일시장에서 영업 중이던 한 노점의 LPG 가스통 보관함이 사고 차량과의 충돌로 파손된 채 열려 있다. 최진규기자

노점을 운영하는 A씨가 “트럭이 가스통 보관함을 스치고 지나갔다”며 보여준 파손된 보관함에는 커다란 LPG 가스통 두 대가 가까스로 충돌을 피한 채 보관돼 있었다.

A씨는 “만약 트럭이 조금만 더 (우측으로) 붙었다면, 가스통을 들이받아 폭발했을 것”이라며 가슴을 연신 쓸어내렸다.

사고 이후 각종 장애물로 구급차의 현장 진입에도 어려움이 빚어졌고, 대원들이 들것에 의존해 부상자를 옮긴 점 역시 피해를 키웠다.

지난 14일 오전 취재진이 찾은 부천제일시장은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바로 다음 날임에도 불구하고, 황색선을 지키지 않은 채 진열과 적치를 이어가며 대부분의 점포가 정상 영업 중이었다.

전통시장마다 지켜지지 않는 적치물경계선은 부천제일시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근의 부천 오정시장, 광명의 광명전통시장 등 대형시장에서는 황색선을 넘어 설치된 진열대를 피해 좁은 길을 통과하려는 보행자와 오토바이 등이 뒤얽히며 위험한 상황이 연출됐다.

각 지자체마다 전통시장 내 적치물경계선 준수 단속과 캠페인 등을 진행하고 있으나, 계도 수준에서 처벌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황색선 침범의 근절은 요원한 상태다.

광명전통시장에서 영업 중인 상인 B씨는 “적치경계선 단속은 1년에 한두 번 할까 말까”라며 “진열대에 바퀴가 달려 있어, 단속이 나오면 잠시 뒤로 뺐다가 원위치한다”고 말했다.

부천제일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황색선을 넘는 상인들은 대부분 정식 점포가 아닌 노점들”이라며 “사고 이후로 경각심을 가지고 상인들도 안전사고 예방에 협력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진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