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만필] 개와 늑대의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2025-11-17     김현정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결정을 두고 일부 검찰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검찰의 항소 포기는 당연한 수순이다. 윤석열 정권의 정치검찰이 당시 야당 대표인 이재명 대통령을 옭아매기 위해 시작했던 ‘무리한 표적 수사’라는 점이 1심 법원에서 사실상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민간업자들의 유착을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라며 대통령과 대장동 게이트의 연관을 인정하지 않았다.

또한 조작 수사와 무리한 기소의 정황은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다.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부장검사가 ‘배를 갈라서 장기를 다 꺼낼 수도 있고, 환부를 도려낼 수도 있다’는 등의 협박과 회유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조폭의 입에서나 나올 법한 말을 현직 부장검사가 한 것이다.

1기 수사팀과 달리 윤석열 정부에서 구성된 대장동 2기 수사팀은 이재명 대통령을 엮기 위해 녹취록까지 조작했다고 한다. “재창이형”을 “실장님”으로 바꿔 정진상 전 실장과 연결하려 했고, ‘위례신도시’를 ‘윗 어르신들’로 표기해 이재명 대통령이 마치 대장동 사건의 정점으로 보이게 한 것이다.

윤석열 정권이 우기던 ‘바이든, 날리면’에 이어, 국민들은 또 다시 청력검사를 해야 판이다.

이토록 증거 조작과 무리한 기소임이 명확히 밝혀지고, 법원 또한 이를 인정했음에도 일부 검사들은 여전히 항소 포기를 권력의 외압에 굴복한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 검사들은 누구일까? 바로 윤석열 정권에서 권력을 나누고 향유했던 정치검찰들이며, 조작 수사의 당사자들이다. 그야말로 적반하장이다.

검찰 반발을 주도하고 있는 강백신 검사는 검찰 내 대표적인 ‘윤석열 사단’으로 유동규 모해위증 교사와 증거조작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다. 또한 앞서 언급한 ‘검찰 버전 조작 녹취록’을 법정에 증거로 제출한 이는 엄희준 검사다. 엄 검사는 과거 한명숙 전 총리 사건에서 모해위증을 교사한 혐의로 국회에 탄핵안까지 발의된 사람으로, 당시 이에 가담했던 이의 비망록에는 ‘검찰 말을 잘 들으면 특식이 나온다’는 대목까지 남아 있다. 이화영 사건의 ‘술과 연어’의 원조 격이다.

가짜뉴스 또한 판치고 있다. 검찰의 항소 포기로 7천여억 원의 부당이득금 추징이 물 건너갔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 주장은 법과 현실을 무시한 채 국민의 박탈감을 자극하고 정치 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기소를 모면하기 위해 만들어 낸 것에 불과하다.

대장동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있는 사건으로서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8조’에 따라 원칙적으로 몰수 추징이 금지돼 있다. 범죄피해재산은 국고로 환수할 게 아니라 피해자에게 돌아가야 할 돈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민사소송을 통해 직접 피해액을 돌려받으면 된다.

또한 대장동 사건의 범죄 수익 환수를 들먹이며, ‘일반 국민들은 초코파이 훔쳐도 항소한다’며 비난하는 이들도 있는 모양이다. 허나 이는 옳고 그름을 뒤바꾼 것이다. 대장동 사건은 항소 포기가 맞고, 초코파이 절도 사건은 검찰 항소가 잘못된 것이다. 정치검찰의 선택적 항소를 비판하려거든 가장 좋은 사례가 바로 윤석열 내란수괴 구속취소 당시 대검이 즉시항고를 포기했을 때일 것이다.

더 이상 윤석열 정권과 함께 자라난 독버섯과 같은 정치검찰이 또 다시 고개를 들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검사징계법 폐지가 시급하다.

현행법에 따르면 검사들은 탄핵이나 금고 이상의 형 선고 없이는 파면조차 할 수 없다. 법 앞의 평등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특권이자 조작 수사와 정치 기소, 비리 등을 저지른 검사들에 면죄부를 쥐여 주는 사실상의 ‘검사 방탄법’에 다름 없다.

이제 일반 공무원과 동일하게 파면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검사징계법 폐지’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권한과 책임이 함께 하지 않는 권력은 부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낮과 밤이 교차되는 황혼과 여명 무렵의 때를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고도 한다. 그 시기에는 언덕 너머에 보이는 대상이 내게 친숙한 개인지, 나를 해칠 늑대인지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에 나온 말이라 한다.

지금 ‘개와 늑대의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누가 우리 사회를 해치는 늑대인지는 곧 드러날 것이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