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탁칼럼] 자녀와의 친밀한 대화 비결
독자 여러분은 자녀와 잘 소통하고 계신가요? 특히 사춘기 아이를 둔 부모라면 사소한 말 한마디에 분위기가 달라지곤 하죠. 사랑하는 마음은 분명한데, 왜 대화는 자꾸 엇갈릴까요? 오늘은 사랑하는 자녀와의 관계를 단단하게 이어주는 ‘친밀한 대화의 비결’을 독자여러분들과 함께 나눠보고자 합니다.
첫째, 부모와 자녀의 언어가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는 살아온 환경은 물론, 익숙하게 사용하는 표현과 사고방식이 크게 다릅니다. 직장에서 세대 차이가 나는 후배와 대화할 때도 미묘한 괴리감을 느끼는데, 하물며 자녀와는 얼마나 차이가 크겠습니까. 마치 전혀 알지 못하는 외국어로 “사랑한다”라고 말하는 상황과도 같습니다. 아무리 진심이라도 상대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달되지 않으면 마음은 온전히 전달되지 않습니다. 부모부터 자신의 언어가 절대적이지 않다는 점을 겸손하게 인정하는 순간, 비로소 자녀와의 대화는 새로운 출발선에 서게 됩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부모와 자녀가 느끼는 친밀도의 정도 또한 다를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부모는 충분히 가깝다고 느끼지만 아이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죠. 서로 솔직하게 친밀도를 점수로 표현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나는 너에게 80점의 친밀감을 느끼는데, 너는 몇 점 정도로 느끼니?”라는 질문 하나가 오해를 줄이고 마음의 거리를 확인하게 해줍니다. 서로의 감정 온도차를 인식하는 순간, 비로소 진짜 대화가 시작됩니다.
둘째, 말의 내용보다 더 강하게 전달되는 것은 말투와 표정입니다.
부모가 아무리 좋은 말을 하더라도 말투가 차갑거나 표정이 지쳐 있다면 자녀는 그 말을 사랑이 아니라 잔소리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하루 종일 업무에 시달리고 피곤함이 가득한 얼굴로 퇴근하여 영혼 없는 말투로 자녀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면 그 진심이 충분히 전해지기 어렵습니다. 아이들은 말보다 표정을 먼저 읽기 때문입니다.
내 표정과 말투가 자녀에게 어떻게 들리는지 확인하기 위해 스스로 말하는 모습을 녹화해 보거나, 자녀에게 조심스럽게 피드백을 구해보는 것도 매우 효과적입니다. “아빠 말투가 좀 딱딱해 보이지 않니?”라고 묻는 순간부터 대화의 온도는 점차 상승할 것입니다.
셋째, 친밀한 대화는 인내로 완성됩니다.
이렇게 변화를 시작해도 자녀는 즉각 긍정적으로 반응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오히려 갑자기 달라진 부모의 태도에 어색함을 느끼거나 진심인지 확인하려는 듯 더 반항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요. 이때 중요한 것은 흔들리지 않는 부모의 태도입니다. 더 설명하고 싶고, 바로 훈계하고 싶고, 감정적으로 반응하고 싶은 마음이 올라와도 잠시 멈춰 서는 것, 그 인내가 아이에게는 “아, 부모님이 정말 내 마음을 들으려 하시는구나”라는 강력한 메시지가 됩니다.
얼마 전 필자에게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차에 올라타자마자 울음을 터뜨린 아이가 선생님에게 혼났다며 서운함을 쏟아냈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네가 잘못했으니 혼난 거지”라고 반응했을 텐데, 그날은 깊게 숨을 한번 고르고 그저 “많이 속상했겠다”라며 조용히 들어주었습니다. 그리고 훈계하고픈 마음을 꾹 참고 견뎠습니다. 그러자 나중에 아이는 “사실 제가 잘못한 게 맞아요. 아빠가 제 얘기를 그냥 들어줘서 고마웠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친밀한 대화법의 힘을 다시 한 번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사실 이러한 대화의 원리는 부모와 자녀 사이뿐 아니라 부부 관계, 직장 동료와의 관계에서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서로의 언어가 다름을 인정하는 태도, 말의 내용뿐 아니라 말투와 표정까지 신경 쓰는 마음, 그리고 때로는 하고 싶은 말을 참고 상대의 마음을 기다려주는 인내가 관계를 단단하게 만드는 힘입니다.
오늘 퇴근길,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기 전에 잠시 미소를 지어보는 연습을 해보면 어떨까요? 집 안으로 들어가 자녀의 표정을 살피며 따뜻하게 “오늘 어땠어?”라며 건네는 가벼운 질문 하나가 대화의 온도를 바꿔줄 것입니다. 혹시 기대와 달리 퉁명스럽게 답하더라도 실망하지 말고, 꾸준히 견디며 끝까지 들어주는 부모의 인내가 결국 자녀와의 친밀한 대화를 완성시키는 힘이 될 것입니다. 친밀한 대화법으로 독자 여러분의 가정에도 따뜻한 소통이 일상이 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이 글은 독수리 기독학교 강예지 상담교사의 ‘대화법’ 강의 내용을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
진영탁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