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북부 산단 미분양의 늪] 업종 확대·인센티브에도 ‘기업 유입’ 난항 왜?

④동두천·연천 산단, 미분양 장기화 원인 현장에서 확인

2025-11-21     이석중
7일 연천 BIX 산업단지 일대. 일부 기업이 입주해 있지만 전체 부지는 대부분 비어 있어 미분양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배후 산지와 함께 조성 부지의 광범위한 공백이 한눈에 보인다. 이석중기자

동두천과 연천 산업단지가 수년째 분양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현장에서 드러난 기업들의 판단 기준은 행정이 내세우는 업종 확대나 인센티브와는 일정한 간극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입주 기업, 상공회의소, 지역 기업지원기관 등에 따르면 기업들이 강조하는 핵심 요인은 입지 경쟁력, 인력 수급 여건, 산업 생태계, 생활 기반 등 구조적 요소였다.

가장 먼저 지적된 것은 입지에 대한 평가였다.

입지·물류·인력 부족 등 구조적 한계
그린바이오 전략도 밸류체인 미완성
“정주환경 취약…기업 정착 쉽지 않아”

기업 관계자들은 연천·동두천을 “행정구역상 수도권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수도권 외곽에 가깝다”고 표현했다.

연천 BIX 산단의 한 입주기업 대표는 “전국적으로 대체 입지와 빈 공장이 많아 신규 부지를 매입해 공장을 짓는 결정이 쉽지 않다”며 “특히 한때 기대를 모았던 ‘그린바이오 특구’ 논의가 진전되지 않으면서 지역 선택의 매력이 약해졌다”고 말했다.

임영주 중기중앙회 경기북부본부 부장은 “산업단지 입지 경쟁력은 대체 입지와 비교해 판단하는데, 연천·동두천은 교통·물류 측면에서 기업이 선호하는 조건과는 거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제기한 또 다른 현실적 문제는 인력 수급이다.

여러 기업 관계자들이 “기술직·연구직 등 핵심 인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한 기업 관계자는 “기숙사 운영을 검토했지만 실제 직원들이 입주하기에는 제도적 여건이 맞지 않았다”며 “젊은 기술 인력은 서울·경기 남부를 선호해 연천까지 오기 어렵다 보니 본사 직원을 이동시키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기업이 많다”고 말했다.

일부 기업에서는 “외국인 근로자조차 북부 외곽 지역 배치를 기피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산업 생태계의 부족 역시 기업 유입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경기연구원 조성택 연구위원은 “연천·동두천 산업단지는 기업 간 연계나 기술 매칭, R&D를 담당할 운영 조직이 부족하다”며 “산단 지정만으로 산업 생태계가 형성되기 어렵고, 고도화를 지원할 혁신센터 기능이 부재한 것이 한계”라고 말했다.

조 연구위원은 특히 연천 BIX의 그린바이오 전략과 관련해 “전략 방향은 맞지만 밸류체인을 구성할 기업·기관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며 “R&D, 인력 양성, 지원 조직 등이 함께 구축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정주 및 생활 기반도 기업들이 언급한 중요한 요소다.

직원 정착 어려운 생활 기반 한계 지적
북부 산업축 전체 구조 속 해결 필요
“기업이 체감 조건 바뀌어야 이전 결정”

연천 지역 한 기업 대표는 “전철역에서 산업단지까지 이동 시간이 길고 직원을 장기적으로 정착시키기에는 생활 기반이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지역 경제계는 “기업은 단순한 공장 이전이 아니라 인력 이동과 정주 가능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며 생활 기반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전문가들은 동두천·연천의 분양 부진이 개별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경기 북부 산업축 전체의 구조와 연관돼 있다고 보고 있다.

서원석 중앙대학교 교수는 “포천이 제조업 기반을 이미 선점한 상황에서 후발 지역이 같은 방식으로 경쟁하기는 어렵다”며 “연천·동두천·포천을 하나의 산업축으로 보고 역할을 분리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기연구원 한 관계자는 “북부 산업벨트 전체를 재설계하는 클러스터 전략이 필요하며, 개별 시·군이 단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제언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판단하는 핵심은 결국 ‘이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가’라는 점”이라며 “기업이 체감하는 조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이전 결정을 내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