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문화의 변화상 한눈에… 국립농업박물관 기획전 ‘탄수화물 연대기’

2025-11-23     임창희
농사직설. 사진=국립농업박물관

우리 민족, 나아가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 곡물에 얽힌 다양한 기억과 그 가치를 재조명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국립농업박물관이 내년 3월 8일까지 진행하는 기획전 ‘탄수화물 연대기’는 보리와 밀, 옥수수 등 우리에게 친숙한 곡물들을 중심으로 광복 후 식문화의 변화상을 살핀다.

전시는 총 3부로 구성된다. 전시 도입부인 프롤로그에서는 지난 100년에 걸쳐 일어난 우리 사회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는 영상을 통해 전시의 주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제1부 ‘탄수화물의 어제’에서는 농경의 시작과 함께 인류 생존에 필수적인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은 보리, 밀, 옥수수의 기록을 인쇄물을 통해 살펴본다.

조선시대에 보리의 중요성을 설명한 ‘농사직설’, 옥수수를 ‘옥슈슈’라 표기한 ‘역어유해’ 등 고서부터 ‘우리나라 음식 만드는 법’(1957) 등 근현대 인쇄물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기록물로 곡물을 활용해 온 역사를 볼 수 있다.

이어지는 제2부 ‘탄수화물의 대명사들’에서는 광복 이후 급격한 사회 변화를 겪으며 세 가지 곡물들이 지닌 의미와 가치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보여준다.

6·25전쟁 이후 원조 물품으로 들어온 밀가루 포대와 1970년대 정부가 배포한 ‘보릿가루 조리법’(1974) 책자, 옥수수 탈립기 등 시대별 자료를 통해 곡물이 우리의 식생활에서 차지한 자리를 생생히 전한다.
 

6.25 전쟁 이후 원조 물품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온 밀가루 포대. 사진=국립농업박물관

제3부 ‘탄수화물의 오늘과 내일’은 오늘날 곡물의 인식 변화와 현대 식문화의 흐름을 조명한다. 한때 우리 민족의 주식이었던 보리가 건강과 힐링의 곡물로 변화한 모습부터 제2의 주곡으로 식문화의 유행을 주도하는 식재료가 된 밀, 간식이자 미래 식량으로 자리한 옥수수의 변화 과정을 영상과 자료로 소개한다.

마지막 에필로그에서는 관람객이 선호하는 곡물을 직접 선택하고, 다른 관람객들의 결과를 함께 볼 수 있는 인터랙티브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또한 1970~80년대 인쇄물 느낌을 살린 체험 활동도 함께 구성해 세대 간 공감과 추억을 나누는 시간을 제공한다.

오는 28일에는 전시와 연계된 학술대회 ‘보리, 밀, 옥수수: 한국인의 식탁은 어떻게 변화하였는가?’도 예정돼 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혼·분식 장려’, ‘식량증산정책’ 등 현대 한국 식문화의 뿌리를 만든 주요 전환점들을 농정사·식문화사·육종학 전문가들이 다양한 시각에서 해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