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문화의 변화상 한눈에… 국립농업박물관 기획전 ‘탄수화물 연대기’
우리 민족, 나아가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 곡물에 얽힌 다양한 기억과 그 가치를 재조명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국립농업박물관이 내년 3월 8일까지 진행하는 기획전 ‘탄수화물 연대기’는 보리와 밀, 옥수수 등 우리에게 친숙한 곡물들을 중심으로 광복 후 식문화의 변화상을 살핀다.
전시는 총 3부로 구성된다. 전시 도입부인 프롤로그에서는 지난 100년에 걸쳐 일어난 우리 사회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는 영상을 통해 전시의 주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제1부 ‘탄수화물의 어제’에서는 농경의 시작과 함께 인류 생존에 필수적인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은 보리, 밀, 옥수수의 기록을 인쇄물을 통해 살펴본다.
조선시대에 보리의 중요성을 설명한 ‘농사직설’, 옥수수를 ‘옥슈슈’라 표기한 ‘역어유해’ 등 고서부터 ‘우리나라 음식 만드는 법’(1957) 등 근현대 인쇄물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기록물로 곡물을 활용해 온 역사를 볼 수 있다.
이어지는 제2부 ‘탄수화물의 대명사들’에서는 광복 이후 급격한 사회 변화를 겪으며 세 가지 곡물들이 지닌 의미와 가치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보여준다.
6·25전쟁 이후 원조 물품으로 들어온 밀가루 포대와 1970년대 정부가 배포한 ‘보릿가루 조리법’(1974) 책자, 옥수수 탈립기 등 시대별 자료를 통해 곡물이 우리의 식생활에서 차지한 자리를 생생히 전한다.
제3부 ‘탄수화물의 오늘과 내일’은 오늘날 곡물의 인식 변화와 현대 식문화의 흐름을 조명한다. 한때 우리 민족의 주식이었던 보리가 건강과 힐링의 곡물로 변화한 모습부터 제2의 주곡으로 식문화의 유행을 주도하는 식재료가 된 밀, 간식이자 미래 식량으로 자리한 옥수수의 변화 과정을 영상과 자료로 소개한다.
마지막 에필로그에서는 관람객이 선호하는 곡물을 직접 선택하고, 다른 관람객들의 결과를 함께 볼 수 있는 인터랙티브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또한 1970~80년대 인쇄물 느낌을 살린 체험 활동도 함께 구성해 세대 간 공감과 추억을 나누는 시간을 제공한다.
오는 28일에는 전시와 연계된 학술대회 ‘보리, 밀, 옥수수: 한국인의 식탁은 어떻게 변화하였는가?’도 예정돼 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혼·분식 장려’, ‘식량증산정책’ 등 현대 한국 식문화의 뿌리를 만든 주요 전환점들을 농정사·식문화사·육종학 전문가들이 다양한 시각에서 해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