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돋보기] 혐오와 허위 정보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고?!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혐오발언·허위정보 규제, 공무원 휴대폰·PC 전수조사, 카카오톡 검열 논란 등은 겉으로는 서로 다른 사안처럼 보이지만, 결국 하나의 문제로 귀결된다. 국가 권력이 어디까지 국민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이재명 정부는 “혐오와 허위정보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허위정보의 기준을 정부가 정하고, 처벌까지 주도하는 방식은 민주주의가 가장 경계해야 할 권력의 형태다. 어떤 권력이든 자신이 정의롭다고 믿는 순간, 그리고 스스로 진실의 최종 심판자라고 행동하는 순간, 그 권력은 이미 독재의 초입에 서 있다는 신호로 보아야 한다.
최근 11월 14일자 워싱턴 포스트(The Washington Post)는 “이재명 대통령이 ‘허위정보(disinformation)’를 처벌하겠다고 한 발언 자체가 민주주의 사회에는 위험한 신호”라고 지적하며, 이재명 정부의 행태가 자유와 검열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대표적인 사례로 국제사회에서 관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1980년대 군사독재를 이겨내고 민주화를 이룬 한국이, 2025년 다시 해외 언론에서 ‘독재 권력의 부상’을 우려하는 기사로 언급되고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깊은 경고다.
공무원 휴대폰·PC 전수조사 논란도 같은 맥락이다. “공직사회의 기강 확립”이라는 명분 아래, 정부는 75만 명에 달하는 공무원의 디지털 기록을 10개월치나 조사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영장도, 법적 절차도, 사생활 보호도 없다. 따르지 않으면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고 한다. 이것이 권력의 폭력적 사찰이 아니면 무엇인가.
플랫폼 검열 역시 이미 시작되었다. 카카오톡 메시지 감시, SNS 게시물 모니터링, 온라인 발언에 대한 행정·사법 통제 가능성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정부가 국민의 휴대폰 속 대화를 열어보고 PC를 들여다보는 세상이 될 것이다. 저절로 북한의 5호 담당제가 떠올려지는 건 지나친 상상인가.
표현이 통제되는 순간 비판은 사라지고 권력은 견제받지 않는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 폭주한다는 사실은 역사가 이미 증명했다. 미국 UPI도 한국의 언론·미디어 규제 움직임을 “언론 통제의 위험한 전환점”이라고 평가하며 국제사회의 우려를 전했다. 한국의 자유가 흔들리는 모습을 외신이 경고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하나의 경고다. 국가가 모든 정보를 들여다본다고 해서 혐오와 가짜뉴스가 사라질까?검열은 가짜뉴스를 없애지 못한다. 대신 진짜 뉴스가 사라질 뿐이다.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공직자의 사생활을 침해하며, 통신과 언론을 통제하려는 방식은 모두 하나의 방향을 가리킨다. 바로 권력의 확장이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국가가 시민 위에 군림하려 할 때 가장 먼저 공격받는 것은 바로 국민의 자유다. 해외 언론이 “한국이 감시와 검열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고 경고하는데, 정작 한국 국민만이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한다면 국민들에게도 그리고 권력에게도 엄청난 비극을 불러올 것이다.
공기나 물처럼 당연하게 여겨온 자유. 그러나 그 자유를 얻기 위해 서구 사회는 피로 역사를 써야 했고, 우리 역시 큰 대가를 치러야 했다. 우리 역사가 또 다시 그 대가를 감당할 수 있을까? 그 희생을 치르고 다시 지금같이 발전을 이룬 국가로 남아 있을 수 있을까? 깊은 한숨과 탄식이 나오는 이유다.
김대중 인천시의회 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