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행감 도마에… "고양연구원, 왜 매년 같은 문제가 반복되나"

2025-11-25     표명구
정민경 시의원이 행감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고양시의회

고양특례시 정책연구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 고양연구원이 또다시 행정사무감사 도마 위에 올랐다. 2017년 설립 이후 9번째 감사지만, 준비 부족·자료 누락·예산 집행 부실·복무 관리 난맥·내부 규정 왜곡 등 구조적 문제가 거의 개선되지 않았다는 지적은 올해도 반복됐다.

기획행정위원회 정민경 의원은 최근 감사에서 “고양연구원은 연구 기능도, 조직 운영도 모두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며 “총체적 난맥상”이라고 규정했다. 단순한 실수가 아닌 ‘시스템 고장’이 수년째 방치된 결과라는 점에서, 이번 감사는 조직 체질 개선의 필요성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9번째 감사에도 ‘준비 안 된 연구원’ - 행정 대응 체계는 왜 매번 무너질까
올해 행정사무감사는 시작부터 혼란을 빚었다. 연구원이 자료 미비를 이유로 감사를 연기했고, 이후 제출된 자료에서도 행사 내역·위원회 운영 기록·소송 및 노무 사건 등 핵심 정보가 대거 누락됐다.

정 의원은 이를 두고 “행감을 중요하게 보지 않거나, 책임지고 준비하는 구조가 아예 없다는 뜻”이라고 직격했다.

이는 단순한 실수라기보다 행정 대응 체계가 작동하지 않는 조직 문화, 즉 “감사는 형식, 개선은 선택”이라는 인식이 굳어진 구조적 문제로 해석된다.

◇연말 ‘예산 몰아쓰기’가 관행화-연구계획은 없고 집행률 맞추기만 남았다
예산 문제는 올해 감사의 핵심이었다. 10월 말 기준 연구비 집행률은 44.8%, 일부 센터는 21.4%에 불과했지만 연구원 측은 “연말까지 80% 이상 집행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정 의원은 이를 “불용액을 감추기 위한 연말 몰아쓰기”로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예산 집행 구조를 보면 계획적인 연구 추진보다는 “연말에 사용해야 한다”는 압박과 집행률 중심 평가지표, 사업 일정 관리 부재 등이 맞물려 예산이 목적이 아니라 목표가 되는 전형적 행정의 병폐가 드러난다.

특히 “못 쓸 예산을 억지로 집행하지 말고 정직하게 남기라”는 지적은, 고양연구원의 예산 문화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함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규정까지 내부에서 바꿔버린다 - ‘이해충돌 구조’가 자율을 넘어 자기편의로
고양연구원은 규정심의위원회를 내부 간부만으로 구성해, 기관 규정을 스스로 만들고 스스로 심의하는 구조를 운영해 왔다.

이 과정에서 공직유관단체 행동강령 표준안(대외활동 월 3회 상한)을 ‘연 36회’로 완화하는 개정이 이뤄졌다.

정 의원은 이를 두고 “자기 규정을 스스로 완화한 대표적 사례”라며, 외부 견제 없는 구조가 규정의 본래 취지를 왜곡했다고 비판했다.

대외활동을 초과해도 원장이 승인한 사례까지 확인되면서, ‘면제부 남발’ ‘자기 통제 실종’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다시 부각됐다.

◇복무·근태·초과근무 관리- 이미 수차례 지적됐지만 왜 개선되지 않았나
지문인식 시스템이 있음에도, 초과근무는 본인이 입력하는 자료를 그대로 인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돼 왔다.

출퇴근 검증은 사실상 유명무실했고, 이는 2023년 시 감사에서도 이미 지적된 내용이다.

근무 중 대학원 강의를 ‘출장’으로 처리해 여비를 받았던 사례, 복지포인트와 연가보상비 산정 오류 등 부적정 사례도 반복됐다.

관리 부재가 아니라 통제 기능 자체가 작동하지 않는 구조적 문제라는 것이 이번 감사에서 다시 확인된 셈이다.

◇청사 이전 지연으로 수개월째 ‘중복 임차료’ - 행정 지연의 대가는 결국 시민 세금
고양연구원 청사 이전이 내부 절차 지연으로 늦어지면서, 신사옥(CIC)과 기존 사무실의 임대료를 동시에 지출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월 약 1천90만 원 + 840만 원, 두 공간에 매달 중복 비용이 발생하는 셈이다.

정 의원은 “이사회 지연과 인력 공백 탓이라고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내부 행정 지연으로 시민 혈세를 허공에 태운 것”이라고 비판했다.

행정 난맥이 가져온 직접적 재정 손실이라는 점에서, 이번 문제는 단순 지적을 넘어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연구와 행정의 혼재 - 박사들이 행정까지 떠안는 구조’의 한계
고양연구원은 연구자들이 행정·운영·센터 관리 업무까지 떠넘어지고 있는 구조다.

정 의원은 이를 “연구도 행정도 제대로 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라고 진단했다.

경기연구원·서울연구원처럼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견제 장치가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연구는 연구자가, 행정은 행정 전문가가’라는 분업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조직 효율성과 전문성이 동시에 무너질 수밖에 없다.

◇내부 갈등·인력 이탈 - 공공갈등 연구기관의 역설
올해만 행정직원 3명이 퇴사했고, 소송도 이어지고 있다.

정 의원은 “자기 조직의 갈등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공공갈등을 연구할 수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는 단순한 인력 이탈이 아니라, 연구자와 행정조직 간 기능 충돌, 내부 의사결정의 불투명성, 근태·복무 규정 혼란 등의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 ‘조직 건강성 악화’로 풀이된다.

◇종합 진단- 반복된 지적의 핵심은 ‘구조적 결함’
이번 감사에서 드러난 문제는 어느 한 부서나 개인의 태만을 넘어, 조직 구조·운영 체계·규정 체계·감사 대응 문화 전반의 총체적 고장이 누적된 결과다.

정 의원은 ‘연구와 행정의 분리’ ‘외부 견제 강화’ ‘분기별 예산 집행 체계’ ‘내부 갈등 진단’ 등을 개선 과제로 제시했다.

그 핵심은 결국 “연구 본연의 기능 회복”, 그리고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는 조직으로의 체질 개선”이다.

정 의원의 지적처럼 “박사들은 연구에, 행정은 행정을 잘하는 사람이 하는 구조”가 마련되지 않는 한, 고양연구원이 매년 같은 지적을 반복하는 악순환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표명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