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화재 규제 완화 움직임 보인 인천시의 경우

2025-11-25     중부일보

서울 종묘를 둘러싼 재개발 논란이 급기야 지역으로 번지고 있다. 인천의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축소 결정은 그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문화재 보호와 지역 개발, 그리고 주민 재산권이라는 축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다. 그래서 이 문제는 특정 지역의 갈등을 넘어 한국 도시정책 전반의 방향을 묻는 문제로 커지고 있다. 인천시는 시 지정문화유산 29곳 주변의 보존 반경을 500m에서 300m로 줄였다. 이미 지난해 34곳에 대해 같은 조치를 취한 데 이어 두 번째 완화다. 결과적으로 113곳 중 절반이 넘는 63곳의 보존구역이 축소됐고, 면적만 놓고 보면 55.7㎢에서 25.5㎢로 대폭 줄었다. 강화군과 구도심의 발전을 가로막던 ‘완충지대’가 해제되면서 재개발의 숨통이 트일 것이란 기대도 적지 않다.

문제는 이러한 조치가 단순한 규제 개선인지 아니면 문화재 보호 체계의 약화를 의미하는지에 대한 시각 차이가 여전히 크다는 점이다. 문화재 보호는 한 번 훼손되면 되돌리기 어렵다는 특성을 지닌다. 수원화성 사례나, 김포 장릉의 ‘왕릉 뷰’ 갈등을 돌아보면 도시 개발이 문화유산 경관을 어떻게 교란할 수 있는지 이미 경험한 바 있다. 그렇다고 해서 지역 주민의 삶을 규제의 이름으로 무기한 희생시키는 것도 공정하지 않다는 현실적 고민이 맞물린다. 세운4구역 사태는 이러한 모순이 가장 극적으로 드러난 사례다.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밖임에도 ‘문화재 경관’에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최고 높이를 71.9m로 묶었던 국가유산청과, 이를 과도한 규제로 판단한 서울시가 충돌했고, 결국 대법원은 서울시의 손을 들어준 것을 기억한다.

중요한 질문이다. 개발과 보존의 균형을 의미한다. 결코 어느 한쪽의 완승이나 완패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도시 간 격차가 심화되고, 지역 주민의 재산권 회복이 절실한 것은 사실이지만, 과거 조선의 국가의례와 왕실 정통성을 상징하는 종묘, 세계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은 수원화성과 같은 유산은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국가적 자산이다. 한 번 망가지면 복원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문화재의 본질적 가치와 공공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말이 그것이다. 그럼에도 규제가 주민에게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방식으로 작동해서도 안 된다. 공익적 목표를 위해 사유재산을 제한한다면, 지방정부는 그에 대한 충분한 보상과 지원, 그리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단순히 높이 규제를 풀고 도시정비의 속도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문화재 경관을 보전하면서도 주민 생활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현실적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수원시가 말한 것처럼, 도시계획위원회와 경관심의 등 다양한 조정 장치들이 실제로 제대로 작동하는지, 그리고 이를 보완할 정책적 안전망이 있는지 점검이 요구된다. 지금의 논란은 규제 완화냐 보존 강화냐의 이분법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문화재를 지키는 목적이 과거만을 보존하기 위함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선택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