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메트로] ‘꿈쟁이오케스트라’ 키운 수원 지역사회 하모니… 민·관·산 협력 지속
13년째 이어온 민·관·산 나눔 프로젝트 지역아동센터 음악 재능 아이들 구성 지역 축제·행사 참여 나눔연주회 등 시와 협업…청소년 예술적 경험 지속
연말 수원시에서는 지역아동센터 아동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 연주회가 열린다. 민·관·산 협력으로 시작된 나눔 프로젝트가 10년 넘게 지속되며 만든 아름다운 결실이다. 지역사회의 관심과 지원으로 각자의 재능을 찾고 꿈을 키워온 수원 ‘꿈쟁이오케스트라’를 소개한다.
◇지역아동센터 소속 단원의 하모니
지난 18일 오후 7시 수원청소년문화센터 온누리아트홀. 300여 명의 관객이 자리한 공연장에 평온한 분위기의 간주곡 ‘Intermezzo(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중)’가 울려 퍼졌다. 무대에 오른 오케스트라 단원 40여 명은 ‘사운드 오브 뮤직’ 모음곡으로 공연의 산뜻함을 살리고, ‘과수원길’ 등 익숙한 동요를 부르며 관객의 동심을 자극했다.
공연은 ‘베토벤 교향곡 6번 전원 1악장’ 연주로 절정에 달했다. 이어 크리스마스 분위기의 곡 연주와, 청중과의 동요 ‘반달’ 합창으로 마무리됐다.
이날로 13회째 공연을 선보인 ‘꿈쟁이오케스트라’는 수원지역아동센터 소속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 졸업생으로, 지난 1년간 연주회를 준비했다. 단원들은 매주 화요일 오후 6시 30분 팔달구청 대회의실에서 강사와 합주 연습을 했다.
꿈쟁이오케스트라는 지역아동센터에 다니는 아동 중 클래식 음악에 관심과 재능, 열정을 가진 청소년들로 구성된다. 대부분 맞벌이가정 등으로 방과 후 돌봄이 필요하거나, 가정에서 개별적으로 악기를 마련해 강습받기 어려운 환경에 있다.
김철수 수원지역아동센터 연합회장은 “꿈쟁이오케스트라는 전국 지역아동센터 중 수원시만의 특별한 자랑거리”라면서 “많은 사랑 덕분에 13년째 아름다운 여정을 이어가고 있는 아이들의 꿈을 응원해 달라”고 말했다.
◇지역이 씨 뿌리고 가꾼 오케스트라
수원에서 아동들이 오케스트라 분야를 접하게 된 건 지난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수원시와 수원지역아동센터연합회, 삼성전자, 수원시지역사회복지협의체는 아이들의 꿈을 심고 키우자는 뜻을 모아 ‘수원 꿈쟁이학교’를 만들었다.
삼성전자가 예산을 지원해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플루트, 클라리넷 등의 악기를 제공했고, 40여 곳의 센터별로 악기 교실이 운영됐다. 악기 교실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아동은 자발적으로 오디션을 거쳐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선발됐다.
삼성전자의 지원은 지난 2020년 끊어졌지만, 수원지역아동센터와 시의 협업으로 아이들의 예술적 경험이 지속되고 있다. 2010년부터 대물림된 악기를 활용해 14개 시설에서 31명의 아동이 음악 활동에 참여 중이다.
지역사회의 따뜻한 손길도 모였다. 어려운 상황에도 엘림씨아이, ㈜에코스타, 경기도자동차매매사업조합 수원지부 등 여러 기업·단체가 단원들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했다. 꿈쟁이오케스트라는 정기연주회에 참석한 후원자 대표에게 꽃다발을 전하는 것으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김창석 수원시청소년교향악단 예술감독 및 상임지휘자는 10년 이상 꿈쟁이오케스트라를 이끌며 단원들의 재능 발굴에 힘썼다. 초보 단원에게도 늘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아 합주 실력은 물론 아이들의 자존감을 높이는 데도 도움을 줬다.
지역사회의 지원으로 명맥을 이어온 꿈쟁이오케스트라는 이 사랑을 다시 지역사회로 환원하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수원 지역에서 열리는 축제와 행사에 참여하거나, 취약계층을 찾아가 나눔연주회를 선보이는 등 사회의 건강한 일원으로 자리 잡는 중이다.
◇진로 설계, 자존감 높인 음악활동
꿈쟁이오케스트라 활동을 통해 자신의 재능을 발견한 청소년들은 음악에 열의를 갖고 매진하거나, 음악을 전공으로 삼으며 역량을 확대하고 있다.
꿈쟁이오케스트라 단원 출신 20살 임모 씨는 수원소망지역아동센터를 다니던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클래식 악기를 접했다. 4학년 때 꿈쟁이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선발돼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매력에 빠졌고, 이후 6년을 단원으로 활동했다. 정기 연주회, 요양원 연주회 봉사 등에 참여하며 보람도 느낀 임 씨는 예술고등학교에 진학, 지난해에는 수도권 지역 음악대학에 합격해 바이올린을 전공 중이다.
임 씨는 “즐겁게 연주하는 동안 나와는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경험을 하는 기회가 많아질 수 있다”며 “나중에 전공도 열려 있으니 꿈쟁이 후배들도 열심히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 씨 외에도 꿈쟁이오케스트라에서는 악기 전공자 10여 명이 배출됐다. 이들은 처음 악기를 배운 센터에서 악기 교실 강사로서 동네 후배들을 가르치거나, 오케스트라 강사로 영향력을 전파하고 있다.
이러한 훈풍에 힘입어 꿈쟁이합창단도 지난해 자발적으로 재창단했다. 꿈쟁이합창단은 지난 2014년 창단·운영됐다가 사라졌으나, 서둔지역아동센터가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해 처음으로 무대에 선 꿈쟁이합창단의 모습을 본 센터들의 참여가 늘면서 올해는 3개 센터에서 27명의 아동이 꿈쟁이합창단으로 활동했다.
시 관계자는 “아이들의 재능 발굴을 위해 시작했던 돌봄 수업이 훌륭한 오케스트라로 성장했다”며 “아이들이 더 큰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지속해서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