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김경일 파주시장(왼쪽)이 파주 대성동 마을을 방문해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파주시청
지난달 31일 김경일 파주시장(왼쪽)이 파주 대성동 마을을 방문해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파주시청

김경일 파주시장이 민통선 내 대성동마을 대남소음과 관련, 남북 당국과 국제사회가 나서 ‘함께 멈춰 달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김 시장은 1일 ‘남·북 당국과 국제사회에 보내는 파주시장 긴급 호소문’을 통해  "어제 대성동 마을을 다녀왔다. 북한이 고출력 확성기 공격을 시작했다는 보고를 받고, 주민 피해 현장을 방문하기까지 꼬박 한 달이 걸렸다"며 "대성동 마을은 특수지역이다. 유엔사가 승인해야 출입할 수 있는 공동경비구역 안에 있다. 그래서 대성동 주민들이 ‘제발 살려달라’고 하소연을 하는데도, 시장인 저조차 유엔사의 승인을 얻어 마을을 방문하기까지 한 달이 걸렸다"고 했다.

이어 "대성동을 다녀오고 무력감과 허탈함에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우선, 우리 시민이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인데, 시장인 저조차 현장을 방문하는 데 한 달이 걸렸다는 이 어이없는 현실이 통탄스러웠다"며 "그동안 국회의장, 경기도지사, 국회의원 등 많은 분이 파주를 방문해 대성동에서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대성동 주민들을 만났다"고 했다.

김 시장은 또 " 여러 차례 대성동 밖에서 주민들을 만났다. 그때마다 대성동 주민들은 ‘나라가 현실을 너무 모른다’, ‘왜 정부 관계자 누구도 대성동 마을에 오지 않느냐’고 답답해 했다"며 "‘나라가 우리를 버렸는데, 자유의 마을 대성동의 상징인 저 태극기를 계속 게양해도 되는 것이냐’는 말씀까지 했다. 어제, 대성동 마을에서 현실을 목격하니 왜 주민들께서 그런 극단적인 말씀까지 하시는지 잘 알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대성동에서는 귀를 찢는 기계음, 귀신 우는 소리, 늑대 우짖는 소리가 뒤섞인 소름 끼치는 ‘괴기음 공격’이 이뤄지고 있다. 잠을 못 자는 건 물론이고, 옆 사람과 일상적인 대화조차 불가능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 24시간 계속되고 있다"며 "대성동의 소음 최고치가 135dB에 이르고 있다. 135dB은 질병관리청 소음기준 최고치 120dB조차 뛰어넘는 수준이다. 참고로 120dB은 전투기가 이착륙할 때 나는 굉음이다. 135dB은 말로 규정하기조차 어려운 테러 수준의 공격음인 것이다"고 지적했다. 

김 시장은 "북한 당국에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우선 대성동마을에 대한 확성기 방송만이라도 멈춰 달라. 지금 멈추지 않으면 대성동마을에서 북한 당국조차 의도하지 않은 비인륜적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 오물풍선 살포와 대남 확성기 방송 전부를 당장 멈출 수 없다면, 우선 급한대로 대성동마을에 대한 가공할 방송만이라도 잠정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우리 정부 당국에도  전단과 확성기 방송 상호 중단을 결단하고, 북측과 신속히 합의해 달라. 이런 문제 해결에 시간이 걸린다면 우선 대성동 인근에 대해서라도 대북방송을 선제적으로 중단하고, 북측과 방송 중단을 합의해 달라.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관계자들이 긴급히 대성동을 방문해 주민을 만나 달라"고 요청했다.

마지막으로 공동경비구역을 관할하는 폴 J. 라캐머라 유엔군사령관과 안토니우 구테후스 유엔 사무총장, 중립국감독위원회와 유엔군사령부에 참여하고 있는 미국과 캐나다 등 세계 정상들께도 "한 달째 이어지고 있는 이 참극을 지속하는 것은 인류의 수치이며, 이념과 책임소재를 떠나 유례가 없던 반인권적 사태이다. 정전협정 위반이기도 하다. 이런 ‘반인륜적인 폭주 기관차’를 멈출 책임이 유엔군사령부와 국제사회에도 있다. 더 이상 침묵하지 말고 나서줄 것"을 호소했다.

표명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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