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은 시대정신입니다. 그런 점에서 32년만의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은 의미있는 진전이라는 생각입니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일 중부일보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입법에 대한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 이같이 말했다.
남해군수, 경상남도지사, 행정자치부 장관을 비롯, 민주당 참좋은지방정부위원장까지 지낸 김 의원은 자타공인 ‘풀뿌리 민주정치 전문가’다.
특히, 김 의원은 만 36세였던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남해군수 후보로 출마해 최연소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런 김 의원에게 1기(김대중 정부), 2기(노무현 정부), 3기(문재인 정부)로 이어져오는 지방분권 공고화는 소명이나 다름없다.
김 의원은 이날 인터뷰에서 "3권 분립과 같이 권한의 수평적 분립에 더불어 중앙·지방의 수직적 차원에서도 권력분립을 이뤄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소감을 전한다면.
"1991년 기초·광역의회가 부활했고, 4년 뒤인 1995년 시·도지사와 시장·군수·구청장을 5천 년 역사상 처음 선출했다. 1995년 6월 27일 최연소로 남해군수가 됐던 기억이 난다. 지방자치법 개정안 목적 규정에는 ‘주민자치의 원리’가 규정돼 있다. 지자체의 기관 구성 형태를 다양화 하도록 열어둔 것이라고 본다. 자치입법권이 일부 강화된 사례가 그 중 하나다. 지방의회의 오랜 숙원인 정책전문인력의 의원 2인당 1인 보장, 지방의회 사무국에 대한 시·도의회 의장의 인사권 부여도 성과다. 그러나, 3기 민주정부를 거친 만큼 더 과감한 자치분권의 그림을 그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지방에 더욱 과감하게 권한을 주는 방식으로 지방자치법을 개정할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특례시가 될 도시의 재정특례 등 후속조치를 둘러싼 갈등이 깊다. 해결방안이 있다면.
"행정계층이 중앙, 시·도, 시·군·구 3단계로 정리됐는데 인구 100만의 대도시와 인구 2만여 명의 군 단위의 법적지위를 똑같이 두다보면 100만 대도시의 운용에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중간계층인 특례시가 하나 더 늘어난 게 아닌가 싶다. 경기도와 같은 광역지자체의 경우 사실상 재정과 권한을 상당부분 떼줘야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해 반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본다. 재정 특례는 장기적으로 필요한 방향이지만, 지금 당장은 법 개정도 필요하고 광역자치단체와의 역할 조정이 병행돼야 하는 만큼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물론 원론적으로 보자면 특례시를 필두로 해 향후 모든 기초지자체가 어느 정도의 재정적 자율성을 가져오는 방향으로 재정분권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지방의회서 정책인력 2:1 매칭에 대한 아쉬움을 표한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지방의원들이 상임위원회, 행정사무감사, 조례발의, 예산안 심의부터 지역민원처리까지 처리해야할 영역이 매우 넓은 건 사실이다. 의원 개인이 막대한 지자체 예산을 다룬다는 측면에서도 정책전문인력이 더 필요하기에 이번 결정을 환영한다. 지방의회 입장에서는 의회 정책전문인력을 1대 1이 아닌 2대 1로 매칭했다는 점이 아쉬운 사항이겠지만, 한걸음씩 진전을 이룰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한꺼번에 모든 걸 바꿀 수는 없지 않겠는가. 일단 (2대 1 매칭으로) 해본 이후에 확대해야하지 않을까 한다. 앞으로 지방의원들이 정책전문인력 확보로 조례나 행정사무감사, 예산안 처리 등에 있어 국민들께 발전된 역량을 보여준다면, 정책전문인력 1대 1 매칭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도권·비수도권 간 갈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해결방안이 있을까.
"수도권 집중을 타파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고 생각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인 지방의 갈등이라기보다는 수도권이 일방적으로 독주해왔다고 해야할 것이다. 인구와 산업, 인프라와 경제 등 모든 부분에서 지방은 쪼그라들어왔으나, 수도권은 비대해져 왔다. 226개 기초단체 중 소멸위험지역이 절반에 이른다. 지방분권과 더불어 강력한 균형발전 정책이 필요하겠다. 철도 국비사업의 94%이상이 수도권에서 진행되고 있다. 지방에는 변변한 광역전철 하나 없다. 빈익빈부익부를 만드는 예비타당성제도를 전면 개혁해 국토를 균형있게 발전시키고, 국가 재원을 전략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40~50년 전에는 1·2도시인 서울·부산간 격차가 크지 않았지만, 지금은 서울·부산의 격차 비교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다. 수도권 1극체제에서 초광역권 다극체제 발전방안을 수립해 권역단위의 자율성과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그게 수도권도 살고, 지방도 사는 길이다."
-경기북부지역은 비수도권에 준하는 규제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군사보호구역, 상수원보호구역, 접경지역 등의 규제로 몸살을 앓는 동두천·파주·포천 등의 문제는 해결해줘야한다고 생각한다. 참좋은지방정부위원회 시절 보면 경기도 내 31개 시·군이 있는데, 2년 전인가 1년 전 화성시의 GRDP(지역총생산)는 50조 원인 반면, 연천군은 1조 원이었다. 지역총생산이 50배 차이가 난 것이다. 군사보호구역, 상수원보호구역, 접경지역 관련 중첩 규제는 풀어줘야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경기북부지역은 상대적으로 저발달 지역임에도 서울과의 지리적 인접성으로 인해 발전 가능성이 큰 곳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균형발전의 시각에서 볼 때 지방에 우선권을 줘야한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정국이 혼란스럽다. 지방정부들의 역할을 짚어본다면.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때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에 대한 선제적 대처를 보건복지부보다 더 잘했다는 평가가 있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을 방역당국이 나서 막는 것은 말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중요하겠다. 하지만, 지역주민들 관리감독을 위해선 지방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부산 동래구, 수원 등이 잘 대응하고 있더라. 이런 점을 보면서 기초지자체가 조치할 수 있도록 도와야한다. 작년에 재난안전기금법도 지방정부에서 좀 더 쓸 수 있도록 지방정부 재원이 되는 쪽으로 개정됐다. 대한민국은 오랜 중앙집권적 역사가 강하게 남아있어 중앙에서 모두 컨트롤하려는 분위기가 남아있다. 하지만 중앙정부는 국방·외교 등의 활동만 하고, 시·군·구에서 권한을 바탕으로 주민들이 좋다하는 일을 한다면 공동체 차원에서 더 좋을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지방분권 공고화를 위해 구상하는 방안이 있다면.
"광역행정 통합 혹은 초광역화 논의와 함께 연방에 준하는 권역별 분권을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방분권은 국가의 체질을 바꾸는 것이다. 풀뿌리 영역인 주민자치의 영역까지 자치의 수준이 더욱 세분화될 필요가 있다. 당장 개헌이 되지 않더라도 현행 헌법이 정한 범위 안에서 더 확고한 지방분권이 가능하도록 법개정을 이뤄내야 한다. 다만, 행정자치부 장관과 참좋은지방정부위원장 등을 지내보니 가장 중요한 것은 주권재민의 가치를 따라야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통합이든 분리든 주민이 환영해야한다는 게 대원칙이라고 생각한다."
이진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