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릿느릿 걸어도 황소걸음’
이 속담은 황소의 걸음이 보기엔 느린 것 같지만 꾸준한 모습이 믿음직스럽다는 뜻을 담고 있다. 천천히 나아가는 황소걸음처럼 일이 더딜지라도 인내하며 노력하다 보면 성공에 이른다는 의미다.
이처럼 소는 예로부터 힘과 우직함을 상징하고, 참을성이 많으며 묵묵히 일하는 근면성을 가지고 있다 여겨졌다. 조상들이 농사를 지을 때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는 역용(役用)소로서 중요하게 여겼으며, 농가에서는 식구의 일원으로 소중하게 다루기도 했다.
우리나라 고유 품종인 한우도 역용종으로서 온순하고 인내심이 강하면서도 영리한특징을 지니고 있다. 현재는 식용 육우와 우유생산용 젖소 두 종류가 주를 이루고 있다.
소의 강직함을 닮은 정성철 가현농장 대표는 2017년부터 아버지의 뒤를 이어 후계농업인으로 시작해 5년 넘게 김포에서 축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이달 농협중앙회 경기지역본부의 ‘이달의 새농민’으로 선정된 정대표(35)를 지난 19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귀농을 꿈꾼 청년, 5년 전 직장생활 접고 김포서 기반 닦아="귀농하고 싶은 꿈은 있었는데 시기가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죠."
정성철 대표에게 귀농은 오랜 꿈이었다. 어린시절 소를 키우는 아버지를 본 영향이 그의 마음 한켠에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2014년부터 3년 넘게 직장생활을 하던 그는 결혼 전에 결심을 굳혔고, 원래 계획했던 40대 나이보다 더 일찍 축산업에 첫 발을 들였다.
정 대표는 "아버지가 먼저 김포 다른 지역에서 축사를 운영하고 계셨기 때문에 좀 더 편한 마음으로 시작할 결심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자리를 잡은 곳이자 자신도 학창시절을 보낸 지역인 김포는 정 대표에게 있어 고향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새로운 곳에서 기반을 다지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정 대표는 "정말 힘들었지만 생각보다 제도가 잘 돼있어서 후계농 정책 자금 지원을 받았다. 아버지랑 둘이 축사를 짓고 쉼 없이 일하면서 한두마리씩 소도 늘려갔다"고 지난날을 회상했다.
그는 한우청년회와 김포의 청년농업인들과 교류하고 서로 도와가면서 지역 발전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정직함이 묻어나는 축산업…"소는 인생 그 자체 =한우와 육우를 합해 200~250여 마리를 키우고 있는 가현농장. 정성철 대표에게 소는 인생 그 자체다.
일하면서 느끼는 보람에 대해 묻자 정 대표는 "축산업은 정직함이다"라고 답했다.
이어 "축산업은 소를 키우는데 투자하고 팔아서 수익을 얻기까지 최소 2년이란 시간이 필요하다. 초반 3년 간은 투자를 하느라 어려움이 있었지만 열심히 하면서 잘될 거란 자신은 있었다"고 설명했다.
요즘 사료값이 오르면서 농가들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상황인데 정 대표는 기본 원료에다 직접 배합해서 사료를 만들어 먹인다고 한다.
농장을 둘러보던 정 대표는 "송아지 때부터 우유 먹여가면서 키우다 보니 농장에 들어서면 어느 순간 졸졸 따라온다. 처음에는 소을 키워도 정말 못 팔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축산업에 종사하면서 ‘이 사람 소 잘 키운다’는 평을 듣고 싶다. 이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목표로 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정 대표가 가까이 다가가 손을 내밀자 웅크리고 앉아있던 소들이 다가와 머리를 들이밀며 인사했다. 너털웃음을 짓던 그는 "바빠서 사람은 밥을 못 먹어도 소는 무조건 먹여야 한다. 나보다 소가 더 소중한 존재긴 하다"라고 말했다.
◇30년 뒤 미래는 아버지와 닮은 모습이지 않을까=정성철 대표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자신의 미래가 보인다고 한다.
그에게 아버지는 인생에 있어서도, 축산업이란 길에서도 선배이자 롤모델이다.
정 대표는 "이번에 ‘이달의 새농민’ 상을 받았다고 하니까 아버지가 정말 뿌듯해하셨다"며 "축산업에 종사한 게 비록 긴 시간은 아니지만 누구한테 당당히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지난 5년간 열심히 했다"고 자신했다.
‘올해 65세이신 아버지와 같은 나이가 된다면 그땐 어떤 모습일 것 같나’라고 질문하자 정 대표는 "상상이 되는데 아버지의 모습이 보인다"고 답했다. 이어 "아버지가 정말 열심히 일하시기 때문에 그걸 보면 쉴 수가 없다"고 했다.
특히 그는 "축산업을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을 때 아버지는 안된다고 하지 않았다. 인생 선배이자 축산업계 선배로서 제가 도전해보고 싶다는 것은 다 할 수 있게 응원해주셨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끝으로 그는 "힘들게 일하다가도 밝게 웃는 아이를 보면 더 열심히 일할 수밖에 없다. 아마 아버지도 누나와 저를 보면서 똑같은 마음이셨을 것 같다"며 "가족의 응원과 지지가 있어 그 힘으로 앞으로도 열심히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연경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