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새 뜬 소가 천리를 간다’는 옛 속담은 꾸준히 인내하면 큰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리고 흔히 우리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일컬어 ‘소 같이 일한다’고 표현한다.
이처럼 선조들은 우직하고 순박하며 천성과 끈기를 지닌 소가 우리 민족의 기질과 닮았다 해 예로부터 아꼈음을 알 수 있다.
한우는 옛날부터 한국의 농경·운반·퇴비 등을 위해 사육됐으며, 농가에서는 재산으로 귀중하게 여겨왔다.
체질이 강건해 병에 잘 걸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한우는 성질이 온순하고 인내심이 강하면서도, 동작이 경쾌해 일을 잘하는 영리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산업 발달로 농업이 기계화로 바뀌면서 일소보다는 고기소로서의 가치가 커진 한우는 현재 식용 육우와 우유생산용 젖소 두 종류가 주를 이루고 있다.
소의 강직함을 닮은 노진성 건우농장 대표는 일찍이 고향인 용인시에서 아버지의 뒤를 이어 축산업에 발을 들인 뒤 20년째 종사하고 있다.
지난달 농협중앙회 경기지역본부의 ‘이달의 새농민’으로 선정된 노 대표(46)를 지난 3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양돈 농가 운영한 아버지 뜻 이어 축산업 길 걸어온 20년="원래 다른 일을 하다가 아버지가 운영하시던 양돈농장을 물려받았어요. 기반이 다져져 있었기 때문에 아버지 말씀을 듣고 내려왔죠."
노진성 대표는 용인에서 양돈농가를 일구던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귀향을 결정했다. 원래 다른 직업이 있었지만 자녀들이 어렸기 때문에 보다 수월하게 고향으로 내려올 수 있었던 영향도 있다.
2003년부터 축산업에 종사한 그에게도 강직하게 일했던 처음이 있었다.
노 대표는 초창기 시절을 회상하면서 "2년 간 양돈 농가를 운영했는데 어느 순간 못 버티겠다고 생각했다. 그때는 방법을 몰랐기 때문에 매일 일만해도 바쁘고 하루가 끝나면 녹초가 됐다"고 말했다.
지금도 바쁜 와중에 생각 정리하는 시간을 가진다는 그는 자기 발전과 미래를 위해 고심한 끝에 양돈에서 한우 사육으로 바꿨다.
소 5마리로 축사 운영을 시작했다는 노 대표는 "솔직히 처음이 제일 재미있었다"며 "열심히 일하다 보니 시간이 지나면서 30마리, 50마리까지 채워지는 보람이 있었다. 아무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묵묵하게 열심히 일했던 게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점차 축사도 개조하고 장비도 늘려가면서 일을 했다. 지금은 120~200마리 규모로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열심히 벌어서 한 푼 한 푼 아끼는 부모님 세대와 다르게 노 대표는 관련 제도, 정책 지원을 받아 계획적으로 농가 살림을 꾸려갔다.
◇열심히 할 수 있었던 원동력 ‘강단’="고향인 용인에서 농가 운영을 시작한 이상 아버지를 이어 열심히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스스로도 다짐하고 있죠."
이날 노 대표를 만난 축사 한편에서는 그의 아버지가 소 먹이를 나눠주며 축사를 정리하는 모습이었다. 소를 어루만지는 손길은 두 부자가 꼭 닮아 있었다.
노 대표는 "아버지는 주변에서 밭농사를 짓고 틈틈이 축사 일을 돌봐주고 계신다. 처음에는 의견이 다른 면도 있었지만 지금은 필요한 부분은 수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를 이기지 못하면 아무것도 못한다고 생각한 때가 있다"면서 그만큼 축사 운영에 있어 강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어느덧 자녀들이 커서 방학때 마다 일손을 돕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자녀들이 어릴 때 일찍 시작해서 자연스럽게 환경에 어우러졌다. 아이들도 농장에서 뛰어놀고 시간이 1~2년 흐르다 보니 어느새 20년이 됐다"고 말했다.
그런 그는 "아버지에게 농장을 물려받았듯이 아들에게 물려주고 노후생활을 하는 미래를 꿈꾼다"고 이야기했다.
◇지역의 청년이자 막내로 열심히 일한 결과는 ‘이달의 새농민’="힘들어하면 어깨 툭툭 두드려 조언해주시는 지역 어르신들이 있어 오늘의 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워낙 일찍부터 일했기 때문에 각종 모임이나 협회에서 역할을 맡아왔다는 노 대표는 인터뷰 중간에도 지역 어른들의 부름에 한달음에 달려갔다.
그는 "새농민상도 받기 쉽지 않은 거라고 하던데 운이 좋았다. 조합장님부터 지역 주위분들이 추천을 많이 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인사했다.
덧붙여 "막내 생활을 오래해서 어디가나 막내다. 막내 돌봐주듯이 예쁨도 받고 힘들 때가 있으면 어깨도 툭툭 두드려주시고 따뜻한 밥 한끼 사주신 덕분에 오늘이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소는 내게 있어 소중한 자산이다. 앞으로도 감사한 마음으로 열심히 운영하겠다"고 전했다.
신연경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