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_농업왕 새농민 서부건 산머루농원 대표 인터뷰 (13)
농협중앙회 경기본부가 ‘이달의 새농민’으로 선정한 서부건 산머루농원 대표가 대표상품을 들고 프로필 촬영을 하고 있다. 임채운기자

한탄강이 흐르고 감악산이 병풍처럼 솟아있는 파주 적성면에는 머루 익어가는 내음이 가득한 산머루농원이 자리해 있다.

포도와 그 모양이 닮은 산머루는 쌍떡잎식물 갈매나무목 포도과에 속하는 식물로 흔히 산과 들에서 자란다.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 멀위(머루)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어리랏다’

고려가요 ‘청산별곡’에도 등장할 만큼 예로부터 친숙한 과일이었으며, 전국 어디서나 잘 자라 보릿고개를 넘길 때 유용한 열매로 알려져 있다.

동의보감에 ‘기를 돕고 의지를 강하게 한다’고 소개된 바 있는데 산머루는 면역력을 높이는 효과가 크다.

농협중앙회 경기본부가 ‘이달의 새농민’으로 선정한 서부건 산머루농원 대표가 프로필 촬영을 하고 있다. 임채운기자
농협중앙회 경기본부가 ‘이달의 새농민’으로 선정한 서부건 산머루농원 대표가 프로필 촬영을 하고 있다. 임채운기자

또한 당뇨병 등 만성 질환, 관절염 등 각종 염증을 제거하는 효과가 뛰어난 항산화 물질인 안토시아닌 함류량이 블루베리나 포도보다 높다.

국내에서는 산머루를 건강식품으로 챙겨 먹거나 술을 담가 마시는 경우가 많다.

1979년 처음 머루재배를 시작해 현재까지 친환경 농업을 실천하며 고품질의 상품 생산과 소비자가 안심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있는 산머루농원 영농조합법인.

서부건 산머루농원 대표는 지난 20년 간 아버지의 뒤를 이어 기반을 탄탄히 하고 지금의 터를 가꾸는 데 고군분투해 왔다.

지난달 농협중앙회 경기본부의 ‘이달의 새농민’으로 선정된 서 대표(45)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농협중앙회 경기본부가 ‘이달의 새농민’으로 선정한 서부건 산머루농원 대표가 본보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임채운기자
농협중앙회 경기본부가 ‘이달의 새농민’으로 선정한 서부건 산머루농원 대표가 본보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임채운기자

◇아버지 뒤이어 걸어온 20년…‘3대째 새농민상’ 영예=서부건 대표는 "아버지가 그동안 해오셨던 업적을 놓기가 아까웠다. 이 길을 가겠다고 생각한 이상 끝까지 잘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이야기했다.

우리나라 1호 머루와인 양조장인 산머루농원.

그 시작은 서 대표의 아버지이자 산머루농원을 설립한 서우석 씨가 어느 날 감악산 산자락에서 우연히 발견한 산머루를 밭에 옮겨 심은 데서 비롯됐다.

서우석 초대 대표는 몇 차례 시행착오를 거치며 지속적인 개발연구 끝에 머루 재배 기술을 확립했고, 이후 농가 보급에도 적극 나섰다.

머루농사를 시작으로 1995년 가공공장을 설립하면서 머루로 술을 빚게 된 것이다.

이 과정을 보며 자라온 서부건 대표는 2000년 2월, 한국농수산대학교를 1기로 졸업한 후 자연스럽게 가업을 잇게 됐다.

서 대표는 "대학 졸업 후 자연스럽게 아버지가 하시는 일을 승계하게 됐다. 적성에 맞으니까 20년 넘게 포기하지 않고 해왔겠지만 가업을 하다보니까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늘 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과 애정이 묻어났다.

특히 "아버지에 이어 같은 상을 받게 돼 영광"이라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알고 보니 서 대표는 이번 수상으로 ‘부자 3대째 새농민상 수상’이라는 영예도 거머쥐게 됐다.

농협중앙회는 1966년부터 전국 농·축산인을 대상으로 자립·과학·협동의 새농민 정신 실천에 앞장서며, 농가소득 증진과 과학영농 및 지역농업 발전에 기여한 농업인 부부에게 ‘이달의 새농민상’을 시상해오고 있다.

서부건 대표의 할아버지 고(故) 서정래 씨는 새농민상 1회 수상자에 올랐고, 그의 아버지 서우석 씨는 1988년도에 머루즙으로 수상한 바 있다.

농협중앙회 경기본부가 ‘이달의 새농민’으로 선정한 서부건 산머루농원 대표가 프로필 촬영을 하고 있다. 임채운기자
농협중앙회 경기본부가 ‘이달의 새농민’으로 선정한 서부건 산머루농원 대표가 프로필 촬영을 하고 있다. 임채운기자

◇체험장 운영으로 소비자에 한 발 가까이…명소로 떠오른 ‘지하 와인 숙성 터널’=산머루농원은 1995년 당시 농림수산부로부터 전통식품업체로 지정되면서 양조업을 시작하였고, 1997년부터 와인을 생산했다.

2009년부터는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해오고 있으며, 현재 캠핑장 운영도 병행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10월 초~중순에 머루수확을 직접 해볼 수 있고, 머루 와인 만들기뿐 아니라 와이너리투어, 시음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서 대표가 소비자를 현장에서 만나는 게 중요하다는 자신만의 경영철학으로 중점을 둔 것 중 하나가 바로 ‘체험’이다.

산머루농원은 지난 2014년에 ‘찾아가는 양조장’에 선정되는 등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져 온 곳이다.

서 대표는 "코로나19 이전에는 1년에 국내 손님 2만5천여 명, 외국인 손님 6만여 명이 방문했었다"면서 "농촌관광지에서 1년에 6만명씩 외국인 관광객을 받는다는 게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열심히 하니까 달성할 수 있구나 싶어 보람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산머루농원의 강점으로 1차 농산물 그대로의 맛을 담아낸 것을 꼽았다.

머루즙도 머루와인도 좋은 품질로 최고의 제품을 만들고자 노력한다는 게 서 대표의 설명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서 대표와 함께 산머루농원을 둘러보니 단연 지하 와인 숙성 터널이 눈에 띄었다.

와인 저장 터널로 설계된 이곳은 약 100m에 이르는 거대한 숙성고로 오크통과 와인병이 셀 수 없이 진열 돼있는 모습이었다.

영화에나 나올법한 규모라고 생각하던 찰나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들어 질문하자 서 대표는 "드라마 ‘호텔 델루나’, ‘술꾼도시여자들 2’에도 나온 적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드라마 ‘호텔델루나’, ‘술꾼도시여자들2’ 한 장면의 배경이 된 파주시 적성면 산머루농원의 지하 와인 숙성 창고 터널의 모습. 신연경 기자
드라마 ‘호텔델루나’, ‘술꾼도시여자들2’ 한 장면의 배경이 된 파주시 적성면 산머루농원의 지하 와인 숙성 창고 터널의 모습. 신연경 기자

◇가족은 든든한 힘…지역 경제활성화도 힘 보태고파=서부건 대표는 ‘이달의 새농민’ 수상의 영광을 가족들에게 돌렸다.

그는 "수상 소식에 가족들이 기뻐하고 아버지께서 대견하게 생각해 줬다"면서 "나 혼자만 이룬 게 아닌 곁에서 응원해 주고 함께 해준 가족들의 역할이 컸다"고 말했다.

새농민상은 농업인 부부에게 수상하는 상인 만큼 서부건 대표는 아내 신지희 씨의 노고에 "시골에 와서 생활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곁에서 역할을 잘해줘서 고맙다"라고 마음을 전했다.

서부건 대표는 산머루농원의 제품에 대해 "가공식품을 만들다 보니까 내 가족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믿고 먹을 수 있는 제품 품질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열심히 하라고 주신 상이라고 생각한다. 과업을 잘 이어가고 활성화하는 게 목표"라며 "그동안 나 혼자 하기보다 주변사람들과 같이 하고자 했다. 관광객을 유치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게 인프라를 구축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신연경기자

■ 당신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즉시제보 : joongboo.com/jebo
▷카카오톡 : 'jbjebo'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사회부) : 031-230-2330
*네이버, 카카오, 유튜브에서도 중부일보를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