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_박재범 트라운드 대표 (2)
14일 오후 하남시 주식회사 트라운드에서 박재범 트라운드 대표가 본보 기자와 인터뷰 하고 있다. 임채운기자

기업인들에게 있어 ‘최초’라는 타이틀은 독이 든 성배와 같다. 잘되면 관련 시장을 선점할 수 있지만 그전까지는 수요자들에게 제품을 알리는 것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주)트라운드에서 제작하는 ‘사운드 XR 체어’ 역시 마찬가지였다. 워낙 생소한 개념이다 보니 트라운드를 방문한 기자 역시 처음에는 단순히 ‘소리 나는 의자’ 정도로만 빈곤한 상상을 했었다.

그러나 직접 체험해 본 사운드 XR 체어는 확장현실(eXtended Reality, XR)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을 정도였다. 눈앞의 영상에 맞춰 의자 양옆과 머리 위에서 들리는 웅장한 소리, 거기에 등 뒤에서 울리는 음파 진동까지 더해져 마치 영상 속 현장에 들어가 있는 느낌을 받았다.

이처럼 사운드 체어는 단순히 의자에 앉아 눈으로 영상을 본다는 개념을 뛰어 넘어, 청각과 촉각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일반적인 상황보다 더욱 몰입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언젠가는 많은 사람들이 집안에서도 영화관 못지 않은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중부일보는 해당 제품을 개발·제작한 박재범 트라운드 대표를 만나 제작 과정의 어려움과 앞으로의 미래 구상에 대해 들어봤다.

14일 오후 하남시 주식회사 트라운드에서 박재범 트라운드 대표가 본보 기자와 인터뷰 하고 있다. 임채운기자
14일 오후 하남시 주식회사 트라운드에서 박재범 트라운드 대표가 본보 기자와 인터뷰 하고 있다. 임채운기자

◇간단한 생각의 전환…의자가 전하는 몰입감=트라운드는 2021년 9월 박 대표에 의해 설립된, 3년도 채 되지 않은 신생 기업이다. 그러나 벌써 6건의 미국 특허를 포함해 국내외 28개의 특허를 갖고 있다.

‘사운드 XR’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회사답게, 회사명 역시 3D 사운드를 상징하는 ‘Triple Surround Sound’에서 따왔다.

박 대표가 개발한 사운드 XR 체어는 쉽게 말해 ‘다채널(5.2ch) 스피커와 2개의 리시버가 결합된 바퀴 달린 의자’다. 홈시어터처럼 영상 속 사물의 움직임에 따라 사운드 방향이 이동하며 주파수를 이용한 음파진동을 생성해 별도의 소프트웨어 설치 없이도 몰입감 있는 사운드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사운드 체어의 가장 큰 장점이다.

박 대표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듣게 되는 사운드는 99% 이상이 사물에 부딪친 후 귀에 들어오는 반사음"이라며 "반대로 스피커가 청취자와 20cm 거리에 있다면 원음(Original Sound)이 거의 그대로 들어올 수 있는데 사운드 체어에서는 5개 홈시어터 스피커에서 동시에 사운드를 출력하니 전에 들었던 음악도 처음 듣는 기분이 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100년의 혁신’이라고 말한다. 1898년 파리조약에서 최초로 바퀴 달린 의자가 등장했으나 그 이후 누구도 바퀴 달린 의자에 사운드 기능을 결합할 생각을 못 했다는 것. 그렇기에 박 대표는 사운드 체어를 통해 세계 VR/AR 관련 사운드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이러한 사운드 체어는 박 대표의 취미에서 시작됐다. 과학 학술지 네이처(Nature)를 발행하는 ‘스프링거 네이처’의 한국지사장으로 오랜 기간 근무했던 그는 취미 활동을 하던 중 사운드 체어를 구상하게 됐다.

박 대표는 "오디오와 게임이 취미였지만 솔직히 누가 비싼 오디오를 게임에 쓸 생각을 했겠냐"며 "그러나 문득 오디오를 이용해 게임 사운드를 들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고 이를 또 의자에 설치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사운드 체어가 개발됐다"고 설명했다.

14일 오후 하남시 주식회사 트라운드에서 박재범 트라운드 대표가 본보 기자와 인터뷰 하고 있다. 임채운기자
14일 오후 하남시 주식회사 트라운드에서 박재범 트라운드 대표가 본보 기자와 인터뷰 하고 있다. 임채운기자

◇"대기업도 못한 일, 트라운드가 해내야죠"=박 대표는 사운드 체어 개발을 위해 5년가량을 투자했다. 또한 제품에 가장 적합한 스피커를 찾아내기 위해 자작스피커 개발을 포함해 200여 개의 스피커를 직접 체험하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힘겹게 세상 밖으로 나온 사운드 체어이지만 아직까지는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제품을 나타내는 별도의 카테고리가 없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사운드 체어라는 제품이 있는지조차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예를 들어 사람들이 게임을 하기 위해 더 좋은 컴퓨터로 업그레이드 하려면 컴퓨터라는 카테고리를 찾아서 검색하면 된다. 그러나 사운드 체어는 카테고리 자체가 최초이기 때문에 이러한 기능이 있는 의자를 원해도 찾지를 못한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그는 사운드 체어 홍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한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 2024’에도 참여해 제품을 홍보했다.

박 대표는 "CES 2024에서 사운드 체어 사전 런칭을 실시했다. 이를 통해 VR 헤드셋 없이 모니터로 3D 영상을 볼 수 있는 기업과 협업해 완전히 새로운 게이밍 체어를 만들기로 하는 등 인적 네트워크를 확보했다"며 "또한 열광적인 고객 반응도 확인했다. CES처럼 5천개 부스가 있는 대규모 국제행사에서는 웬만하면 대기줄이 생기지 않지만 트라운드 부스 앞에는 4~5일 간 계속 대기줄이 있고 빈 자리도 없었다"고 말했다.

여기까지 오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으나 그는 절대 사운드 체어를 포기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신용보증기금, 소상공인진흥공단, 중소기업벤처진흥공단 등 다양한 기관으로부터 약 8억 원의 예산을 지원받은 만큼 책임감을 갖고 성공적인 결과를 내기 위해서다.

또한 지금까지 어떤 대기업도 하지 못 한 일이라는 자부심 역시 박 대표가 사운드 체어를 개발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그는 "국내 어느 대기업도 트라운드처럼 아예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지는 못한다. 좋은 제품은 언젠가 인정 받는다는 마음으로 계속해서 제품을 개발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박재범 대표가 개발한 ‘사운드 XR 체어’. 사진=(주)트라운드 홈페이지
박재범 대표가 개발한 ‘사운드 XR 체어’. 사진=(주)트라운드 홈페이지

◇의자는 앉는 게 아니라 즐기는 것="의자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가구입니다. 많은 시간을 의자에서 체류할 정도인데 사람들은 아직까지도 의자를 앉는 용도로만 쓰고 있습니다. 트라운드는 앞으로 의자를 즐기는 시대로 만들고자 합니다."

박 대표는 트라운드의 궁극적인 목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먼저 그는 사운드 체어 시장을 키우기 위해 주력을 다할 예정이다.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산하 ‘서울 XR실증센터’를 통해 고객 반응을 실증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른 기업과 협업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이 외에도 의자에 다양한 기능을 추가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박 대표는 "현재 사람에게 제일 편한 의자는 카시트라고 생각한다. 일반 의자에는 없는 온열 기능, 통풍 기능이 있기 때문"이라며 "사운드 체어를 만들었듯 이제는 바퀴 달린 의자에 온열 기능과 통풍 기능, 나아가 마사지 기능까지 넣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지금까지 제가 해온 것 중 하나가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다. 앞으로도 고정관념을 깬 행보로 많은 분들이 트라운드의 제품으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성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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