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가 진행 중인 원주천댐을 상류부에서 바라본 풍경.  사진=한국수자원공사 한강유역본부
공사가 진행 중인 원주천댐을 상류부에서 바라본 풍경. 사진=한국수자원공사 한강유역본부

세계 기상기구(WMO) 등의 관측 결과에 따르면 2023년은 기록상 가장 더운 해였다.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는 지구 온난화의 마지노선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상승’으로 채택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 지구의 평균은 산업화 이전 대비 1.46℃까지 상승했으며, 1.5℃를 초과한 날도 사상 최장인 84일 기록했다.

이러한 기온 상승은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이상 기후 현상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자연재해로 지구촌이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나라의 기후변화는 세계 평균보다 빠르게 진행된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대한민국 기후변화 적응 보고서’(환경부 2023년)에 따르면 지난 109년간(1912~2020년) 우리나라의 연평균 기온은 약 1.6℃ 상승했으며 최악의 경우, 21세기 후반 대한민국의 연평균 기온은 2.3~6.3℃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기후변화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은 홍수와 가뭄 같은 ‘물’의 문제다. 전례 없는 물 재해를 겪고 있는 선진국들은 중단됐던 수자원 시설을 확충하는 등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기후변화가 일상화된 상황을 극복하고자 치수와 관련된 예산을 대폭 증액해 미래에 대비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환경부에서 발표한 ‘치수 패러다임 전환대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댐·하천 관리 등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지류·지천의 홍수위험 요소를 적극 정비하고 댐 건설 등으로 물그릇 확대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도심 내 침수를 예방하기 위한 기반시설(인프라) 확충도 진행 중이다.

◇기후 위기 속에서 안정적인 물 확보를 위한 ‘물 전문기관’의 중요성 부각

기후 위기 극복에 ‘물’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물 전문기관의 역할도 부각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이하 공사)는 정부와 함께 수자원 확보가 쉽지 않은 도서 지역 및 내륙지역을 대상으로 지하수 저류 댐을 도입하고 있다. 지하수 저류 댐은 지하수의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기술로, 지하수가 흘러가는 방향에 물막이벽을 설치해 지하수를 저류(저장)시켜 이용하는 시설로 일명 ‘땅속 댐’, ‘지하수 댐’이라고도 한다.

2020년 옹진군 대이작도를 시작으로 영광군 안마도(2021년), 완도군 보길도(2022년)에 지하수 저류 댐을 설치했다. 2023년 광주·전남지역의 극심한 가뭄 때 보길도 지하수저류댐은 보길도와 노화도 주민 8천여 명이 약 50일간 사용할 수 있는 물 12만t을 공급하는 등 가뭄 극복에 큰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 한강 유역에서는 올해 덕적도 및 양평군 사업이 착공되며, 소야도 및 강릉 연곡 지역의 지하수 저류 댐 설계가 착수될 예정이다.

전통적인 개념의 물그릇인 ‘댐’의 경우, 최근에는 지자체에서 댐 건설을 추진하는 ‘지역 건의 댐’ 형식으로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2012년 6월 ‘댐건설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 개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도 댐 건설을 시행할 수 있게 되면서, 현재 원주천댐과 봉화댐이 건설 중이다. 특히, 원주천댐은 2014년 타당성조사를 시작으로 사업이 본격 시작됐으며 올해 10월 준공 예정으로 최초로 완공되는 지역 건의 댐이다.

원주천 유역은 1998년부터 2011년까지 14년 동안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5명이 사망하고 586억 원의 재산 피해 발생하는 등 댐 건설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지역이다. 저류 규모는 180만t이며, 200년에 한 번 나타나는 수준의 홍수(일 강수량 420.3㎜)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그 외 포항시와도 항사댐 건설을 위한 업무 협약을 지난해 1월 체결한 바 있다.

해수 담수화 및 하수 재이용을 통한 물 확보에도 힘쓴다. 가뭄과 국지적인 물 부족이 심화되는 추세에서 댐과 하천에만 상수원이 집중될 경우, 기후변화에 취약해질 우려가 있다. 이에 풍부한 바닷물과 하천으로 방류되는 하수를 활용, 물을 확보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공사는 고질적으로 물 부족이 발생하고 있는 대산 산업단지에 우리나라 최대 규모인 하루 10만t 생산능력을 갖춘 해수 담수화 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그간 하천으로 방류하던 하수를 적절한 수처리를 거치는 재이용 처리 후 첨단 공업용수로 공급하는 사업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대가뭄으로 용수 부족에 시달렸던 여수 산단에는 하루 5만t 규모의 하수 재이용 시설 도입에 동참하고 있다. 또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물 공급 수요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 일일 41만t 규모의 물 재이용 시설 도입에 대해서도 정부·지자체 및 관련 업계와 협력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오승환 한국수자원공사 한강유역본부장 사진=한국수자원공사
오승환 한국수자원공사 한강유역본부장 사진=한국수자원공사

◇오승환 한국수자원공사 한강유역본부장과의 인터뷰

-한강본부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이상기후 대응 방안에 대해 알려달라.

"기후변화는 과거에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형태의 물 재해를 일으키고 있다. 이에 단순한 인프라 구축을 넘어 선진적인 물관리 역량이 요구되고 있는 시점이다. 이에 댐 유역 관리 전반의 디지털 트윈(DT) 구축, 인공지능(AI) 기반의 정수장 운영, 수돗물 전 공급 과정에 대한 스마트 관망 관리(SWNM) 등 ‘3대 초격차 기술’을 바탕으로 기후 위기 속에서도 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많은 제원이 들어가는 대규모 수원 개발은 정부 주도로 진행돼야 하겠지만, 지역밀착형 기후대응 방안 마련에 있어서는 지역을 가장 잘 아는 유역본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한강유역본부는 현재 도서 및 내륙지방의 물 부족 지역에 ‘지하수 저류 댐’ 설치와 원주시 홍수 피해 방지를 위해 계획한 지역건의 댐인 ‘원주천댐’ 건설을 담당하고 있다. 지하수 저류댐은 규모는 크지 않더라도 수원 개발이 어려운 지역에 단비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한강유역에는 대이작도에 설치를 완료했으며, 덕적도 및 양평군에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강릉 연곡 지역과 옹진군 소야도에도 지하수저류댐 설계가 진행 중이다. 올해 10월 준공을 앞둔 원주천댐은 우리나라 최초로 완공되는 지역 건의 댐으로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인프라 구축 외에도 매년 반복되는 홍수에 철저하게 대비하는 것 또한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 최대의 다목적댐인 소양강댐과 충주댐을 운영·관리하는 만큼, 예기치 않은 홍수로 수도권지역에 피해가 발생하는 일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역과의 협력에 있어 한강유역본부의 역할은 어떤 것이라 생각하나.

"과거 정부와 공공기관 주도로 수자원 관련 사업을 추진하던 과정 중 지역과의 많은 마찰을 경험하면서, 지역과의 협력을 위한 거버넌스가 중요하다는 것을 체감했다. 이에 한강유역본부는 ‘한강유역물관리위원회’와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으며 학계 및 시민단체와 함께 한강유역상생협력위원회를 구성, 중요한 사안에 대해 국민의 눈높이에서 의견을 나누기 위해 힘쓰고 있다. 최근에는 지자체에서 만드는 지역 단위의 수자원관리계획 수립에도 적극 참여해 계획단계부터 지역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2021년에는 강원지역의 지역수자원관리계획 수립을 완료했으며, 현재는 충청북도 계획을 수립하는 데 참여하고 있다. 앞으로도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물그릇 확보를 포함, 공사의 주요 업무 및 현안에 대해 유역의 주요 거버넌스는 물론 해당 지역과 협력을 공고히 다져나가겠다."

정현·하재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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