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스케이트장 유치 열망
태릉 국제스케이트장을 대체할 새 스케이트장 후보지를 두고 7개 지자체의 유치전이 치열하다. 경기도에서는 양주·동두천·김포시가 출사표를 냈고, 인천 서구와 강원도 춘천·원주시·철원군 등이 경합하는 구도가 확정됐다.
새 국제스케이트장 건립이 필요한 이유는 2009년 조선 문정왕후의 묘 태릉(泰陵)과 명종·인순왕후의 묘 강릉(康陵)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태릉스케이트장의 철거가 임박해 국가 예산 2천억 원이 투입되는 새 스케이트장 건설을 모색하게 됐다. 대한체육회는 9월 실사에 이어 11월 대체지 확정이란 타임테이블을 유치에 나선 각 지자체에 통보했다.
◇탁월한 교통 환경, 기반 시설 이미 갖춰
양주시는 신청 7개 시군 중 태릉스케이트장과 가장 가까운 입지 조건이 강점이다. 시가 제안한 광사동 ‘나리농원’ 부지는 서울시청과 직선거리 26㎞, 태릉국스케이트장에서 16.5㎞ 거리에 위치한다.
도로교통망, 대중교통 환경도 탁월하다. 부지는 자동차 전용도로인 국도 3호선 대체우회도로 광사IC 바로 옆이다. 수도권 제1·제2 외곽순환도로, 세종-포천고속도로, 현재 설계 중인 서울-연천 고속도로와도 직결된다. 대중교통망은 전철 1호선(양주·덕계·덕정역), 전철 7호선(옥정중앙·고읍역), GTX-C노선 덕정역과 인접했다.
시는 또한 이 부지에 각종 기반시설이 이미 확보돼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나리농원은 고읍택지개발지구 내 토지로, 진입도로·상하수도·가스·통신 등 인프라가 완벽하게 갖춰졌다는 것이다. 경사도가 완만하고, 별다른 지장물이 없어 부대 토목공사비의 절감이 가능하다. 행정절차, 지장물 철거, 실시설계 등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어 조기 사업착수가 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운다.
이정수 양주시 교육체육과장은 "예정부지는 농업진흥구역 토지로 매입비용이 타 지역보다 매우 저렴하다"면서 "절감된 예산으로 고품질의 스케이트장을 조성할 여력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나리농원’ 부지의 면적은 11만㎡에 달한다. 대한체육회가 제시한 필요면적이 5만㎡ 이상임을 감안할 때, 양주시는 경쟁도시 중 가장 큰 면적을 확보하고 있다. 무엇보다 복합 체육시설로의 확장성 측면에서 강점을 지녔다는 점을 시는 강조한다.
◇안정적 운영 위한 인구 유동성 확보 최적지
국제스케이트장은 건립 이후 안정적인 운영도 관건 중의 하나다. 경제성과 지속가능성이 담보돼야 한다.
2018년 평창올림픽을 위해 건설된 강릉스피드스케이트장은 1천264억 원을 쏟아부었지만 현재 정상적인 가동이 어려운 상태다. 적자 운영을 피하기 위해서는 인구 유동성 확보가 그래서 중요하다.
양주시는 수도권 전체가 1시간 안에 스케이트장에 접근할 수 있어 인구 유동성 측면에서 최적의 부지임이 분명하다고 주장한다. 2035년 양주시의 계획인구는 50만 명, 수도권 전체 총 이용 인원이 2천500만 명에 달한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강수현 양주시장은 "강릉스케이트장이 있음에도 대규모 국비가 투입되는 신규 국제스케이트장 건립을 추진하게 된 배경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강 시장은 "400m 트랙의 빙상장이 수도권을 벗어나게 될 경우, 우리나라 스피드스케이팅의 명맥이 끊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빙상 꿈나무이자 스피드스케이트의 기반인 초중고 전문 빙상선수의 대다수가 서울과 경기북부에 거주한다. 현재 등록된 엘리트 선수는 경기도 424명, 서울 410명으로 전체의 70% 이상이 수도권에 몰려 있다.
최저 학력기준 제도가 도입돼 체육특기생 등 전문 체육인의 학업에 대한 요구가 커진 것도 달라진 환경이다.
‘학업과 운동의 병행’이 강조되면서 기존 학생 선수와 경기장의 지리적 접근성이 입지 선정의 중요한 판단 근거로 떠오르고 있다. 빙상계의 국제 경쟁력을 제고해야 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견해가 제기되는 이유다.
선수층을 두텁게 유지하고, 그들에게 적합한 훈련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우리나라 빙상공동체의 온전한 보전과 경기력 유지향상에 탁월한 입지를 확보했다는 것이 양주시가 내세우는 가장 강력한 유치 논리 중 하나다.
◇동계 스포츠 관련 기업 유치도 구상
양주시는 충분한 부지 면적을 최대한 활용해 관련시설을 추가로 유치할 계획이다. 경기장 주변에 숙소를 비롯한 관련 체육시설을 구축하고, 동계 스포츠 관련 기업을 유치해 이 지역을 동계 체육인의 메카로 조성하겠다는 의지다.
경기장 유치에 도전하는 지자체의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올 상반기 중 대체지를 확정한다는 계획은 하반기로 미뤄진 상태다. 대한체육회는 이달 중 ‘부지심사위원회’를 열어 심사 일정과 실사 방안, 구체적인 평가 기준을 발표할 예정이다. 대한체육회는 불필요한 오해와 잡음을 막기 위해 관련 사안에 대해 철저한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위원장 선임 등 심사위원회의 구성은 아직 알려진 바 없다.
어떤 지자체가 유치하든 국제스케이트장은 해당 도시의 랜드마크가 될 전망이다. 유치 성공이 도시 발전의 결정적인 계기가 될 수 있음은 불문가지다.
강수현 양주시장은 "국제스케이트장 유치에 성공하면 양주시는 국제적 인지도를 지닌 명품 신도시로 가속적인 발전과 확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기홍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