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심리학은 인간의 인지 과정을 연구하는 심리학의 한 분야로, 인지 과정에는 주의, 기억, 언어, 문제 해결, 추론 등을 포함해 우리가 정보를 어떻게 인식하고 처리하며 저장하는지, 그리고 이러한 과정들이 우리의 행동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탐구하는 학문이다.

예를 들어, 친구와의 대화를 통해 새로운 정보를 얻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우리는 친구가 이야기하는 내용을 듣고, 그 정보를 기억하고, 자기 경험과 연관 지으며, 적절한 반응을 하기 위해 추론한다. 또 다른 예로, 복잡한 퍼즐을 푸는 상황도 상상해 볼 수 있다. 퍼즐 조각을 맞추기 위해서는 시각 정보를 처리하고, 조각의 모양과 색깔을 인식하며, 이전에 성공적으로 맞춘 조각들의 위치를 기억하고, 각 조각이 전체 그림에서 어떻게 맞아 들어가는지도 추론해야 한다.

인지심리학의 장점은 우리가 효율적인 선택과 행동을 함에서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인지심리학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동시에 여러 작업을 처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걸 밝혔다. ‘딥 워크(Deep Work)’의 저자, 칼 뉴포트는 멀티태스킹이 실제로는 주의력을 분산시키고, 각 작업에 필요한 집중력을 저하한다고 설명했다. 작업 효율이 떨어지고, 오류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는데도 굳이 멀티태스킹을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

또한 인지심리학은 사람들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이유도 설명해 준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편향 중 하나인 확증 편향은 우리가 기존 신념을 강화하는 정보만을 받아들이게 하여, 잘못된 결정을 반복하게 만든다. 유튜브를 비롯한 SNS 알고리즘은 이걸 역이용해 사람들에게 계속 자기 취향에 맞는 정보를 우선으로 제공하여 같은 공간에 더 오래 머무르게 해 광고, 마케팅 등으로 수익 창출을 하지만 사용자는 이제 조금 더 똑똑해질 필요가 있겠다.

‘인공지능 시대는 좀 더 똑똑한 인공지능이 다양한 최적값 결정을 내릴 텐데 왜 인지심리학을 알아야 할까?’라는 질문도 나올 수 있다. 답은 바로 똑똑한 AI를 똑똑한 인간이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AI와 인간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데 인지심리학은 필수학문이다. 예를 들어, 영화 ‘그녀(Her)’에서 주인공 테오도르가 인공지능 운영체제인 사만다와 감정적으로 교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여기서 AI는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지를 계속 탐구하며 적절한 답변을 내놓기 위해 학습한다. 앞으로 우리는 적절한 비용(구독료)을 내면서 AI 비서와 함께 살아갈 세상이 어렵지 않게 그려진다. AI 비서가 사용자의 감정 상태를 잘 인식하고 그에 맞춰 적절히 반응할 때마다 사용자 경험 만족도는 크게 올라갈 것이다.

또한 인지심리학은 AI가 인간의 인지 편향을 이해하고 선택의 오류를 수정하는 데도 도움을 줄 것이다. 영화 ‘인셉션(Inception)’에서 주인공 코브는 다른 사람의 꿈에 들어가 정보를 훔치거나 아이디어를 심는 역할을 하는데, 상대의 꿈속에 들어가 꿈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질 때 인간의 인지 편향을 활용해 원하는 것들을 해킹하는 시도를 보여준다. 반대로 생각해 보자면 인지심리학은 AI가 인간의 무의식적 편향을 인식하고, 이를 바탕으로 더 정확하고 공정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제일 찾기 어려운 취향은 편향된 취향을 드러내는 게 아니고 찾을 수 없도록 균형감을 가진 다양한 취향일 수도 있다. 이런 해킹의 알고리즘을 AI가 이해한다면 우리에게 좀 더 적절한 제시를 할 수도 있다. 물론 코브의 직업 난이도는 한층 더 올라가겠지만.

사람들은 AI를 본능적으로 두려워하지만, 다른 모든 새로운 시대와 패러다임 전환과 마찬가지로 과학적이고 휴머니즘적인 접근을 통해 이해하고 적응해 나갈 수 있다. 인지심리학은 우리가 AI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이해하고, 인간과 AI 간의 상호작용을 최적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인지심리학을 통해 우리 인간사회가 더욱 풍요로운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기를 응원해 본다.

AI 기반의 정신건강 서비스로 구글과 여러 매체에서 주목받는 유퍼(Youper)의 창립자 호세 해밀턴 박사는 빌 게이츠의 말을 인용하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항상 향후 2년 안에 일어날 변화는 과대평가하지만, 향후 10년 안에 일어날 변화는 과소평가합니다."

김형태 성균관대학교 산학협력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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