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인과응보다. "원인에 따라 결과가 있으니 응당 그 보답을 받는다"는 뜻의 이 말은 어떤 일이 일어나면 그에 해당하는 과보(果報)를 받게 된다는 뜻이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게 바로 이 인과응보다. 우리 불교에선 인과응보가 ‘업보’와 맞물려 돌아간다. 누군가의 악한 행위는 그의 업보가 되어 윤회의 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든다. 반대로 누군가의 선한 행위는 그의 지난 업을 없애고 해탈에 이를 수 있게 한다. 그러니까 인과응보는 불교윤리의 기본이 되는 사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인과응보는 또한 모든 일의 원인이 나 자신에게 있음을 말한다. 세상 돌아가는 일, 누군가와의 관계, 나의 상황…. 이 모든 것이 나의 업보이자 그 대가이다. 이것을 다른 시선으로 돌려 본다면, 모든 것이 나 하기 나름이요, 내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이치 역시 인과응보의 클 틀 속에 있다. 때문에 어떤 일이 일어남에 있어 먼저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첫 번째다. 물론 어떤 일은 나와는 전혀 관계없이 일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를 둘러싸고 일어난 일이라면 나의 존재를 부정하고 볼 수만은 없는 것이다. 무조건 내 탓을 하라는 게 아니다. 무턱대고 남의 잘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나의 생각과 행동을 먼저 살피고, 잘했든 잘못했든 그 안에서 인과관계를 찾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대부분의 세상 사람들은 내 안을 살피기에 앞서 밖으로 화살을 돌리고 보는 듯하다. 잘 되면 본인 공덕이고 잘못되면 남의 탓이라고 한다. 이러니 온 나라가 둘로 쪼개져 서로에게 손가락질하며 끝 모를 파국의 길로 가고 있다.

서로에게 삿대질하는 손끝이 한 번이라도 자기 자신을 향했더라면 이렇게 삭막한 세상은 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요즘 TV 뉴스와 신문을 보면 온통 분열과 대립뿐이다. 조금 단순화시켜 보면 결국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 "너는 죽고 나만 살자"는 심보다. 우리 사회에 ‘다름’과 ‘타인’을 향한 사랑과 자비는 온데간데없고, 고통으로 가득 찬 아귀지옥의 세상이 되었다.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종교적인 나라다. 사방 천지에 교회고 절이고 성당이고 유사 종교시설이다. 그 형태가 어떠하든, 종교단체에선 분명 화합과 봉사와 이타행의 교리를 가르칠 것이다. 제대로 된 종교단체라면 말이다. 모르긴 해도 세상에 있는 좋은 말은 다 가져다 설교나 강연을 할 것이다. 정치인 치고 종교가 없다는 사람은 본 적 없다. 오히려 신실한 종교인이라고 자부하는 경우가 더 많다. 또 선거철만 되면 각종 종교행사에 참여하며 유권자들의 마음을 하나라도 더 사려 애쓴다. 어느 종교단체에서도 분열이나 반목을 권장하는 곳은 없을 테다. 그런데 어째 보이는 것과 들리는 것은 상대에게 퍼붓는 저주에 가까운 악다구니뿐이다.

참 안타깝다. 나랏일을 하는 사람들부터 이 꼴이니, 국민들도 좌우로, 위아래로 나뉘어 서로를 불신하고, 어린 아이들조차 그 잣대를 따라 서로를 시기하고 미워한다. 순백의 도화지 같은 아이들은 보고 듣는 것을 그대로 흡수한다. 교과서에서 아무리 상생과 화합을 가르쳐도 실제로 매일 보는 것이 갈등과 반목이라면, 아이들의 미래는 갈등과 반목으로 점철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모든 것은 내 안에 있다. 갈등의 씨앗도, 오해의 시작도, 내 시선과 생각 속에 움트는 것이다.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나를 투영한 세상이다. 그러니까 모든 문제의 해결은 서로 스스로를 바라보는 것으로 시작되어야 한다. 그럴 때에 비로소 우리는 결국 나와 타인이라는 존재 자체가 서로 크게 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모두 고귀하고 정성어린 존재임을 말이다.

모든 동물은, 식물조차도 자신과 다르게 생긴 대상보다 자신과 닮은 대상에 더욱 호감을 느낀다고 한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자""다양성을 존중하자"는 말도 옳다. 하지만 그 출발은 ‘너와 내가 같다’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서로 다른 각각의 돌을 쌓아 올려 튼튼한 성을 쌓듯이 서로 화합하여 상생의 길로 가야 한다. ‘다름’에만 집중해오던 시선에서 벗어나 너와 내가 둘이 아닌 일체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현종 강릉 현덕사 주지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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