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에 앞서 나는 서울대를 나오지 않았다는 걸 밝힌다.

일전 서울대학교발전재단은 서울대 재학생 가족임을 알리는 ‘SNU family’ 스티커를 기념품으로 배포한다고 공지했다. 공개된 스티커에는 ‘I AM MOM(나는 서울대생 엄마)’ ‘I AM DAD(나는 서울대생 아빠)’ ‘PROUD FAMILY(자랑스러운 가족)’라는 문구와 함께 서울대학교 로고가 삽입돼 있다.

이 공지는 ‘학벌주의를 조장하는 치졸함과 천박함이 배어있다.’는 비판과 ‘자랑스러우니 자랑하는 것 아닌가? 자부심을 갖게하는 굿즈 인데 뭐 어떤가?’라는 우호적 반응으로 말거리가 되고 있다.

당신은 어찌 생각하는가?

나는 뭐 특별히 어떤 의견도 갖고 있지 않다.

솔직히 의도적으로 끼고 싶지 않다.

뭐 "부러우면 지는 거다!"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하지 못한 (혹은 되지 못한) 아쉬움과 부러움을 애써 넘기는 거다.

그런데, 갖지 못했기 때문에 그 갖지 못했다는 사실에 집중할 때 욕망은 생겨난다.

사전적으로도 욕망이란 ‘부족을 느껴 무엇을 가지거나 누리고자 탐함. 또는 그런 마음’이라 한다.

욕망은 인간의 본질이다.

"나는 달라. 나는 특별한 존재야. 나는 너희보다 우월해" 하며 끊임없이 자신의 욕망을 날개 짓 한다. 그래서 욕망을 ‘동기부여의 근원’이라기도 하고 ‘불행의 씨앗’ 이라기도 한다.

그만큼 욕망은 다층적(多層的)이며 다의적(多意的)이다.

어쨌든, 마케팅에서는 이런 인간의 욕망에 의미를 부여하고 인식을 자리잡게 하기 위해 부단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브랜딩(Branding)이라 한다.

브랜드(Brand)의 어원은 태워서 자국을 남기는 것을 의미한다. 달구어진 쇠로 동물이나 사람의 살갗에 표식을 하는 데서 유래했다. 가축에 낙인을 찍어 다른 농가의 가축과 구분 짓기도 하고, 죄인의 얼굴에 달군 쇳덩이로 지져 중범죄자 임을 표시, 격리하였다.

현대에 들어 브랜드는 나와 남을 구분 짓고 나의 우월성을 나타내는 데 유효하게 작용한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사람들은 작은 악어가 박힌 티셔츠를 입었고, 큰 별을 단 자동차를 몰았으며 커다란 꺽쇠를 그린 신발을 신었다. 더욱 놀랍게도 사람들은 이 마법적인 소비를 위해 엄청난 추가비용을 거리낌 없이 지불한다.

얼마 전 (요즘 한참 논란이 되고 있는) 디올 핸드백의 중국제조 원가가 약 8만 원에 불과한데 매장에서는 384만 원에 판매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던 것처럼, 그 이름(브랜드) 안에 터무니없는 이윤이 숨어 있는 데도 말이다.

당신은 커피 맛을 구별할 수 있는가?

아쉽게도 난 커피 맛을 쓰다, 덜 쓰다 정도밖에 구별하지 못한다. 그냥 거기서 거기다.

그러나 우리 집 앞 커피숍들의 가격 차이는 서너 배 차이가 나지만 별 다방의 손님이 제일 많다.

왜일까?

품질 차이를 모르는데 차이가 있다고 믿는 소비자에게 크게 작동한 것은 브랜드다.

사람들은 모든 제품을 경험해 보진 못하지만 ‘무언가 차이’가 있다고 믿는다.

오랫동안 역사, 스토리, 성과, 평가, 공헌, 성공 등등에서 ‘브랜드 가치’를 쌓으며 이미 브랜드는 사람들의 인식 속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장미라는 이름만으로 달콤한 향기를 떠올리듯 말이다.

다시 서울대 얘기로 돌아가자면, 굳이 얘길 하지 않더라도 서울대는 ‘넘버원 브랜드’다.

사회적 성공을 향한 개인적 욕망과 대한민국 발전을 위한 국민적 욕망의 발현이다.

서울대의 ‘브랜드 가치’를 만든 건 학생들의 노력과 졸업생들의 성과, 학부모들의 열성, 정부의 지원 등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바탕에는 우리나라 발전의 인적토대를 마련키 위한 국민의 전폭적인 기대와 믿음 그리고 성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의 ‘서울대부심’은 단지 엄마 아빠의 것이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의 것이 되어야 한다.

장미꽃을 피운 것은 햇살과 바람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세계 최고의 대학으로(넘버원 브랜드로) 과연 서울대를 떠올릴 수 있을까?

아직 세계적 브랜드는 아니다. 우쭐할 때가 아니다. 분발을 당부한다.

서울대는 영국의 글로벌 대학 평가 기관 QS(Quacquarelli Symonds)가 발표한 ‘2024 세계대학평가’에서 세계대학순위 31위였다.

브랜드는 언제든지 소멸되고 또 새롭게 등장한다.

재차 밝히지만 나는 서울대를 안(?)나왔다.

정상환 한경국립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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