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제비 한 마리의 죽음에서 시작된 현덕사 동식물 천도제가 지금은 전국적인 행사가 되었다. 위패나 제사상 차림의 형식은 사람하고 똑 같거나 비슷한데, 평소에 그들이 살아생전 좋아하던 풀이나 음식을 차려 올린다. 그리고 영정 사진이 아니라 어린이들이 그린 수십 장의 그림을 영정으로 사용한다. 물론 생전의 사진을 붙이기도 한다. 그러는 이유는 그들과 우리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겉모습만 다르지 마음은 우리와 똑 같다고 생각한다. 서로 사랑하며 돕고 사는 것은 우리와 하나도 다를 게 없다.
동물들 중 강아지의 헌신적인 충성심은 감동적인데, 식물도 동족을 알아보고 서로 양보하며 함께 더불어 산다고 한다. 동물의 생존 주기가 몇몇 종을 제외하고는 대체적으로 짧은 편이다. 인간과 가장 가까이에서 오랫동안 함께 살았던 개나 고양이도 그렇다. 나도 현덕사 개원 후 지금까지 함께 살았던 가족 같은 반려견 몇을 먼저 보냈다.
지금 같이 사는 흰둥이는 21년째 함께 살고 있다. 유기견 보호소에서 강아지 때 데리고 왔는데, 이제 노견이 되었다. 예전엔 활기차게 온 도량을 뛰어 다녔는데, 지금은 세상을 달관한 듯 도량 이곳저곳 살피며, 몸이 불편한 듯 아주 천천히 노견 티를 내며 다니고 있다. 이런 흰둥이를 보낼 마음의 준비를 나름대로 하고 있다. 오고 감이 본래 없고 생과 사가 둘이 아니라고 수없이 듣고 마음으로 되뇌고 있지만 아직까지 사별의 슬픔은 내게도 크다.
지난 봄에 불의의 사고로 황망하게 현덕이를 보냈다. 아직까지 문득문득 생각난다. 어딘가에서 뛰어와 온몸으로 반가움을 표현하던 모습이 떠오르곤 한다. 사별의 슬픔은 온전히 산 사람의 몫이라고 한다. 세상의 모든 인연을 끊고 출가한 나도 이런데 정이 많은 사람들의 고통은 오죽할까 싶다.
부모형제와 한 사별 못지않게 반려동물과 이별한 슬픔도 크다. 어떤 이에게는 더 클 수도 있다. 왜냐하면 우리가 준 것보다 그들로부터 받은 신뢰와 사랑이 훨씬 더 돈독하고 많기 때문일 것이다. 반려동식물을 기르면서 알게 된 것은 우리가 그들에게 주는 것보다 받는 게 훨씬 더 많다는 것이다. 사람과 사이에는 알게 모르게 상처를 주고받을 수 있으나 동식물은 그렇지 않다. 그들로부터 받는 상처는 전무하다. 오로지 신뢰와 사랑만을 주는 동식물이기 때문이다.
지난 동식물 천도재 때 태백에서 온 부부가 있었다. 뿌꾸라는 이름의 강아지를 16년이나 같이 살다 인연이 다해 무지개다리를 건너보냈다는 반려견 영가의 유가족인 셈이다. 강아지를 보낸 슬픔에 침울한 일상의 연속이었다고 했다. 강아지를 만난 사연부터 이 시간까지 뿌꾸와 함께 한 이야기가 한 편의 감동 드라마 같았다.
오늘은 그 뿌꾸의 사십구재 날이다. 어제부터 내린 가을비가 뿌꾸의 사십구재 날인 오늘도 하염없이 내리고 있다. "스님, 내리는 저 빗물이 혹시 하늘나라에서 울고 있는 뿌꾸의 눈물이 아닐까요?" 하고 물어왔다. 뿌꾸는 강아지 때 다른 집으로 입양 갔다가 파양돼서 자기들이 기르게 되었단다. 첫 견주가 똥오줌 못 가린다는 핑계로 때리고 학대하여 정신적으로 완전히 피폐한 새끼강아지였단다. 사람의 손길을 피하고 무서워하여 무척이나 애먹었다고 하였다. 그랬던 강아지를 온갖 사랑과 정성을 쏟으며 사회교육과 대소변 교육을 시켰는데, 잘 받아들여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아는 강아지였다고 자랑했다.
문제는 한 달쯤 뒤에 알게 된 간질병이었다. 전 주인이 간질병을 숨기고 준 것이다. 그래서 살아 있는 동안 병원에 다니며 약으로 살았다고 하였다. 그렇지만 뿌꾸와 함께한 16년 세월이 더없이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이었으며, 죽는 그날까지 집안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단다. 그렇게 해서 뿌꾸를 보냈지만 이별의 슬픔을 가눌 길이 없어 눈물로 살다가, 뭐라도 해줄 수 있는 게 없을까 찾은 것이 현덕사의 동식물천도재와 사십구재였다고 한다.
사십구재를 지내던 날 가을비가 하염없이 내렸지만 사십구재를 지내고 난 후 그들의 얼굴이 편안하고 한결 밝아져 보였다. 나는 나쁘고 슬픈 기억은 가을비에 다 흘려보내고 기쁘고 행복한 추억들만 가져가라고 하였다. 그들은 뿌꾸를 키우며 같이 살면서 준 것보다 받고 배운 게 훨씬 더 많았다고 하였다. 모든 일상을 같이 하며 사랑과 자비심을 배웠고, 죽음을 통해 삶의 소중함을 배웠다고 하였다.
이제 뿌꾸는 아름다운 무지개다리를 건너 하늘의 빛나는 별이 되었다.
현종 강릉 현덕사 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