⑧ 1번:남양주 진벌리차고지입구~강변역

남양주 1번 버스를 타고 도착한 밤섬유원지 풍경. 이성관 기자
남양주 1번 버스를 타고 도착한 밤섬유원지 풍경. 이성관 기자

중부일보는 올 한 해 경기도 내에서 운행하는 다양한 시내버스를 타고 관광명소, 전통시장 등 가볼만한 장소를 소개하고 있다. 각 지역의 특색을 담은 장소나 지역의 명소를 방문하고 지역민들과 함께 소통하며 그 곳에 담겨있는 스토리를 조명 중이다. 연중기획으로 이어지는 ‘버스타고 한 바퀴’의 여덟 번째 순서는 남양주시와 구리시를 지나며 가을 풍경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1번 버스다.

예로부터 가을은 ‘하늘이 높고 온갖 곡식이 익는다’는 의미로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라 불렸다. 그러나 도심 속에서 스마트폰을 보며 걸어다니는 것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에게 있어 가을이란 여름과 겨울 사이 빠르게 지나가는 계절 중 하나일 뿐이다.

1번 버스는 남양주시 진벌리차고지부터 서울특별시 강변역까지 잇는 왕복 59㎞의 노선이다. 남양주시 진접읍에서 서울 강남 및 강동지역을 이어주는 만큼 광역버스가 없던 시절에는 그 비중이 실로 컸다고 전해진다.

해당 버스의 경유지 중에는 ‘밤섬유원지’나 ‘동구릉’처럼 잠시동안 도시에서 벗어나 가을 풍경을 만끽하기 좋은 곳이 많다. 첫차는 오전 4시25분, 막차는 오후 11시 45분으로 아침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운행하며 배차시간도 10~20분으로 짧기 때문에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동구릉에서 볼 수 있는 태조 이성계의 건원릉. 이성관 기자
동구릉에서 볼 수 있는 태조 이성계의 건원릉. 이성관 기자

◇가을 하늘이 넓게 펼쳐진 밤섬유원지=진벌리차고지에서 1번 버스를 타고 33개 정류장을 지나면 35분쯤 걸려 밤섬유원지 정류장에 도착한다. 이 곳에서 다리 밑으로 5분정도 내려가면 밤섬유원지가 나온다.

밤섬유원지는 남양주시 진접읍 내각리 일대에 조성된 약 5만8천㎡ 규모의 섬으로, 왕숙천이 흐르는 유역에 자연적으로 형성됐다. 낚시와 차박(차에서 숙박하는 것) 등의 명소로 알려져 있어 ‘아는 사람만 아는 숨은 명소’로 불린다.

밤섬유원지로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힐링 카페로 유명한 ‘달빛새 베이커리&카페’다. 넓은 부지를 자랑하는 카페는 그 안에 다양한 볼거리와 산책로를 조성해 놓고 있기 때문에 밤섬유원지를 둘러보기 전 이 곳에서 먼저 가볍게 배를 채운 후 카페 부지를 산책하기 좋다.

카페를 다 둘러본 이후 뒷길을 통해 밤섬유원지로 넘어가면 그 때부터는 본격적으로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탁 트인 전경이 나타난다.

기자가 방문한 날은 안타깝게 비가 오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꽤 많은 이들이 이 곳을 방문해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이곳을 방문했다는 40대 여성 김 모씨는 "시간 맞는 친구들끼리 모여 서울에서 놀러왔다"며 "비가 오고 있음에도 풍경이 너무 좋다. 날씨가 좋은 날 다시 오고 싶다"고 말했다.

남양주 1번 버스. 이성관 기자
남양주 1번 버스. 이성관 기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버스정류장 명칭을 품은 동구릉=밤섬유원지에서 다시 1번 버스를 타고 25분가량, 22개 정류장을 이동하면 구리시에 위치한 동구릉에 도착한다.

동구릉은 ‘서울을 기준으로 동쪽에 위치한 9개의 능(陵, 임금이나 왕후의 무덤)’이라는 뜻으로, 국내 최대규모의 조선 시대 왕릉군으로 유명하다. 그래서인지 동구릉 앞 버스정류장 명칭 또한 ‘우리나라최대왕릉군인동구릉’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버스정류장명으로 알려져 있다.

동구릉에 조성된 산책로. 이성관 기자
동구릉에 조성된 산책로. 이성관 기자

동구릉에는 태조 이성계의 능인 건원릉을 비롯해 ▶현릉(문종과 현덕왕후의 능) ▶목릉(선조와 의인왕후의 능) ▶휘릉(장렬왕후의 능) ▶숭릉(현종과 명성왕후의 능) ▶혜릉(단의왕후의 능) ▶원릉(영조와 정순왕후의 능) ▶수릉(문조와 신정왕후의 능) ▶경릉(헌종과 효현왕후의 능) 등 9개의 능, 15개의 봉분이 위치해 있다.

그만큼 관련 부지가 굉장히 넓기 때문에 빠르게 돌아본다고 해도 2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반면 입장료는 성인 기준 1천 원에 불과해 부담없이 역사도 배우고, 산책도 즐길 수 있어 이른바 ‘갓성비’ 여행지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동구릉의 경우 도심 바로 옆에 위치해 있음에도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아파트도 보이지 않고, 자동차 소음도 들리지 않기 때문에 마치 다른 세계로 온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최근에는 가을이 오면서 단풍이 들기 시작한 만큼 풍경을 감상하며 산책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이와 별개로 동구릉에는 건원릉 정자각(제향을 모시는 건물)과 신도비(죽은 이의 업적을 기리는 비석)를 비롯해 목릉 정자각, 숭릉 정자각 등 4개의 보물이 지정돼 있는 만큼 해당 보물들을 둘러보며 당시 건축 양식의 변화를 공부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군포전통시장 전경. 이성관 기자
군포전통시장 전경. 이성관 기자

◇출출할 땐 먹거리가 넘쳐나는 구리전통시장으로!=다시 버스에 올라 다시 6개 정류장을 지나면 10분도 채 되지 않아 ‘구리전통시장’ 정류장에 도착하게 된다.

구리전통시장은 1960년대 자생적으로 형성된 골목시장으로, 1977년 시장 개설 등록 후 지금까지 구리시의 핵심 상권에 위치해 있다. 특히 구리전통시장은 입구에서부터 맛집이 많기로 유명한데 그만큼 인터넷에 검색했을 때 ‘구리전통시장 먹거리 추천’이 가장 먼저 나온다.

게다가 2010년대 들어 아케이드를 설치했기 때문에 날씨에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아 언제든 방문할 수 있다는 것도 큰 강점이다. 실제 기자가 방문한 날은 비가 쏟아지는 궂은 날씨였지만 많은 사람들이 시장에 방문해 허기를 채우고 있었다.

특히 길거리 대표 간식인 떡볶이, 호떡, 어묵부터, 만두와 닭강정 등 식사류까지 다양하게 팔고 있기 때문에 시장을 구경하다 취향에 맞는 간식을 골라먹는 것도 구리전통시장을 즐기는 재미요소 중 하나다.

시장에서 만난 두 아이의 어머니는 "집이 가까이 있어 자주 온다. 밑반찬을 사러 올 때도 많지만 오늘은 아이들이 먹고 싶어하는 닭강정을 사주기 위해 들렀다"고 말했다.

이성관기자

남양주 1번 버스 노선도.
남양주 1번 버스 노선도.

 

■ 당신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즉시제보 : joongboo.com/jebo
▷카카오톡 : 'jbjebo'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사회부) : 031-230-2330
*네이버, 카카오, 유튜브에서도 중부일보를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